좁은 문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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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성경 말씀으로 알고 있는 '좁은 문'은 앙드레 지드가 인간 내면에 대한 정직한 탐구를 담은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엄격한 청교도적 분위기 속에서 장장한 앙드레 지드. 예민하고 신경성 발작이 잦았던 그는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앙드레 지드는 어릴 적부터 흠모해오던 연상의 외사촌 누이와 결혼했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은 정신적인 관계에 국한된 것이었다고 한다. 좁은 문에서 알리사, 제롬의 모습과 앙드레 지드의 삶이 닮아 있는 것 같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제롬은 어린 시절 외삼촌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외삼촌에겐 알리사와 쥘리에트 두 딸과 로베르가 있었다. 제롬은 그들과 함께하며 신앙심이 깊은 알리사를 마음에 품게 된다. 어느 날 제롬은 주일 예배에서 들은 목사님의 설교 중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라고 하는 말씀을 통해 알리사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제롬의 사랑을 이루길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제롬과는 달리 알리사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신앙이 깊어지기 시작했고, 세속적인 사랑보다 하나님의 사랑을 더욱 추구하게 된다. 아마도 알리사 어머니의 외도가 그녀를 신앙에 더욱 집착하게 한 동기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점차 알리사를 향한 마음이 커지던 제롬은 사랑을 고백했지만 알리사는 선뜻 받아주지 않는다. 그는 군대로, 학업으로 인해 알리사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몸이 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알리사는 편안한 마음으로 제롬에게 편지를 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살짝살짝 비춰준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는 듯 제롬이 한발 다가서면 두 발은 물러서는 알리사. 자신을 희생시켜서라도 제롬에게 마음이 있어 보이는 쥘리에트에게 제롬과 결혼하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기까지.. (제롬이 기다리는 게 누군지 알면서!) 알리사는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거룩해지길 원했다. 그렇게 자꾸만 어긋나는 것 같은 알리사와 제롬은 끝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했고 알리사는 모두의 곁을 떠나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일기장을 받게 된 제롬은 여전히 그녀를 그리워하는데...

<좁은 문>을 읽는 내내 언제쯤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는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내적 갈등이 여실히 보이는 알리사의 편지를 보면서 답답함은 자꾸 커져만 갔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통해 내세를 바란 알리사와 옛 추억을 고스란히 껴안고 있는 제롬.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다가가지 못했던 이 두 남녀의 사랑이 너무 답답스러웠지만 천국에서의 영원한 삶을 바라본 종교적 관념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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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채식주의자 - 입맛과 신념 사이에서 써 내려간 비거니즘 지향기
정진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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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채식주의자』

동물농장을 즐겨보고 동물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이나 책은 어지간해서 다 챙겨 볼 정도로 동물 사랑이 지극한 1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언젠가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읽고 난 후 육식을 하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은 일이 되어 버렸어요.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서 귀여웠을 돼지, 눈망울이 너무 예쁜 소가 자꾸 생각났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 육식을 끊었느냐.. 그렇지는 않아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고기라는 생각, 배가 불러도 누군가 맛있게 고기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맛있겠다~ 하며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것이 바로 저거든요. 그런데 그러면서도 마음은 불편한.. 뭔가 아이러니한 저의 상태를 대변이라도 해 주는 듯한 책을 만났네요.

<불완전 채식주의자>의 작가 정진아는 동물자유연대에서 반려동물 & 길고양이 정책을 담당하다 현재 사회변화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이버 동물판 동그람이에서 '정진아의 동물 청원 게시판'을 연재하며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하는데요. 작가는 유기견을 외면한 자책으로 환경단체 자원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구제역으로 인해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소가 생매장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채식을 해야겠다 다짐했다고 하는데 사람이 그동안 살아온 습관을 버리는 것이 힘들 듯 지금껏 유지해 온 식습관 역시 쉽게 고쳐지지 않았을 거예요.

최근엔 비건 식당이 좀 많아진 것 같지만 과거만 해도 식당 내에서 육류가 포함되지 않는 음식을 최근엔 비건 식당이 좀 많아진 것 같지만 과거만 해도 식당 내에서 육류가 포함되지 않는 음식을 찾아야 했던 채식주의자들이죠. 동물권과 윤리 의식으로 인해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왜 육식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특히나 어설픈 채식 초보자들이라면 더더욱.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 중 동물이 포함되지 않는 것이 많지 않고,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의약품 역시 동물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동물들이 화장품 실험에 많이 이용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토끼 실험 내용은 과히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화장품 같은 경우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곳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 아닐까 해요. 동물이라고 해서 인간을 위해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은 바뀌어야 합니다.

얼마 전 대동물 수의사에 대한 이야기가 동물농장에서 소개된 적 있었어요. 소를 진료하고 출산을 돕던 수의사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될 소들이지만 살아가는 동안 동물답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멋들어진 의상을 갖추기 위한 모피는 필요 없어요. 화려한 액세서리를 위한 가죽도 필요 없고요. 도움을 주고 돌봄을 받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면 우리가 사람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듯 동물들도 동물답게 살수 있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채식을 해야 한다, 해야 한다 생각은 하면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불완전하겠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아요.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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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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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미국인들의 사고가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당돌함은 기본이요, 남들에게 이래라저래라 간섭까지. 이사벨 친구 스택폴 양은 랠프에게 결혼하라고 하질 않나.. 최고의 조건을 가진 워버턴 경의 청혼을 거절하고 애태우는 이사벨은 한때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캐스퍼 굿우드를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 친구가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게 친구를 말려달라 하고, 관심 밖의 남자를 초대해달라고 랠프에게 부탁하는 스택폴 양은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인 건지 오지랖인 건지 알 수가 없다. 

아직은 자유분방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이사벨 앞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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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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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마다』

여성 작가 스릴러 시리즈 두 번째 도서인 리사 스코토라인의 <15분마다>. 20여 편 이상의 작품들을 발표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리사 스코토라인의 첫 책으로 만난 <15분마다>는 상당한 두께에 비해 속도감 있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이제는 우리 주변, 누구에게나 쉽게 일어날 법한 이야기 '15분마다' 속 소시오패스가 누구인지 추리해 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정신과 의사인 에릭 페리시는 아내와 이혼 소송 중에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엔 딸 해나가 있다. 해나에 대한 양육권을 가지고 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에릭에게 죽음을 앞둔 환자 티크너 부인의 손자 맥스를 소개받는다. 할머니는 친구도 없고 게임만 하는 손자가 내심 걱정이었기에 에릭에게 맥스를 부탁하고 그렇게 만난 맥스는 강박장애가 있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르네라는 여자아이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맥스. 15분마다 한 번씩 관자놀이를 두드리는 습관이 있는 맥스는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후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자살 충동이 일지 않을까 걱정이 된 에릭은 맥스를 찾기 시작했고 급기야 르네 주변에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르바이트 후 집으로 귀가하는 르네를 뒤쫓기까지 한다. 맥스의 행방은 여전히 알 수 없던 어느 날, 성추행 사건에 이어 환자 폭행 사건에까지 연루된 에릭은 설상가상 르네의 살인범으로 몰려 경찰에 연행되기 이른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던 에릭은 더더욱 맥스를 찾아야 했고 급기야 뉴스 화면 속 인질극을 벌이는 인질범의 모습으로 맥스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소시오패스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라고 시작한 이 책은 에릭에게 두 번의 상담을 받은 맥스가 르네를 죽인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다 아닐 거야 이렇게 대놓고 맥스를 의심하게 만들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처음에 말한 이 소시오패스가 누구일지 자꾸 추리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에릭 주변에서 소시오패스 일 거라 생각되는 인물은 찾을 수가 없다. 그를 돕는 응급실 의사 로리, 전부인 케이틀린, 맥스 엄마의 새 애인, 에릭의 직장 동료들... 모두 읽는 내내 용의선상에 올릴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에릭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들이 한꺼번에 터지며 멘탈이 붕괴될 만한 일에 직면했지만 자신의 환자를 지키려는 모습, 맥스가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그를 믿고 도우려는 모습에서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의사 에릭을 엿보게 된다. 도저히 소시오패스가 누구인지 가늠할 수 없었던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주변에도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에 스며들어 있지만 누군가를 파멸로 몰기 위해 눈을 번뜩이고 숨죽이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섬뜩하기만 했던 <15분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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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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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약혼은 하지 않겠다는 알리사와 그녀의 뜻에 따르긴 하지만 온전한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제롬 사이에 넘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보인다. 마주하길 꺼려 하고 불편해하지만 편지로는 사랑을 속삭이는 그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플라토닉 사랑을 원하는 알리사인 건가? 한발 다가서면 두발 물러서는 알리사가 답답해 미치겠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의 '사랑'은 무엇이 다른지, 이 두 사람에게 핑크빛 미래가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함을 가득 안고.. 어떤 결말이 있을지 그들과 함께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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