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의 말 1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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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이어령 선생님의 어록집 <이어령의 말>을 통해 이어령 선생님을 처음 만납니다. "천 개의 단어, 생각의 틈을 비집는 문장들, 그리고 억겁의 시간이 모인 결정체"라는 첫 페이지 문장만 보더라도 이어령 선생님의 주옥같은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을 거란 예상을 하게 되네요. 특히나 표지 틈 사이로 보이는 저 한 문장!!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이라는 문장이 눈에 띄어요. 요즘 말 한마디 한 마디 참 조심스럽게 하게 되고 최대한 말을 아끼자는 생각이 참 많이 드는데.. 이런 저에게 딱 필요한 책이었더라고요.

<이어령의 말>에는 마음: 사랑의 근원, 인간: 나의 얼굴, 문명: 불완전한 동물들, 사물: 일상의 재발견, 언어: 환상의 도서관, 예술: 진리와 아름다움, 종교: 신과의 대화, 우리: 너 누구니, 창조: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 총 9장에 걸쳐 이어령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각각의 장에 관련한 짧은 글이 담겨 있는데요. 뭔가 이어령 선생님만의 '새로운 단어의 정의'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술술술 책장이 넘어가지만 결코 흘려 읽을 수 없는 언어의 힘이 있는 책입니다.

세상은 늘 죽을 만큼 괴로운 것들을 넘어서야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러니 지금 흐르는 눈물을 닦지 마세요.

마를 때까지 그냥 놔두세요. 눈물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것입니다.

당신에게 눈물이 있다는 것은 영혼이 있다는 것, 사랑이 있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고 애타게 그리워한다는 것,

그리고 뉘우친다는 것,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은 비가 그치자 나타난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것입니다.


아름다운 말, 영원한 말, 가슴을 치는 말 들은 한 사람의 말이 아니라 수천,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의 허파를 통해서 나오는 음성이고,

그 머리를 통해서 나오는 진리의 언어들이다. 내가 천재라고 말하지 마라, 내가 독창적으로 말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말(글)' 만큼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이 또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말이라고 해서 함부로 하면 두고두고 생각나 화가 나고, 왜 그때 이 말을 못 했나 부글부글 끓기도 하는데요.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고 하는데 하물며 듣기 불편한 소리는 조금 담아두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흘러넘치는 말들은 괜히 쏟았다가 다시 담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느니 차라리 끄적끄적 어딘가에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지금 넘기는 한 페이지의 글이 당신을 움직이는 작은 원동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령의 말>에 귀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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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 - 윤동주 전 시집과 반 고흐 그림 138점
윤동주 글,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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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

"시는 그림이 되고, 그림은 시가 된다" 윤동주와 반 고흐의 절묘한 조합으로 탄생한 <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은 표지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입니다. 윤동주 시인과 빈센트 반 고흐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실 거예요. 일본으로 건너가 대학 생활을 했던 윤동주는 15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여러 편의 동시를 발표하고 시도 발표했지요. 1943년 독립운동을 모의한 사상범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는데요. 끝내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하고 1945년 2월 16일 고향 용정이 묻혔습니다.

서양 미술 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강렬하고 인상 깊은 그림을 많이 남겼는데요.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했던 그는 노동자와 농민 등 하층민의 모습과 자연의 풍경을 많이 담아냈습니다. 병의 발작으로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는 사건으로 정신병원에 입원, 입퇴원 생활을 거듭하다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화가입니다.

2025년은 광복80주년이자 윤동주 시인이 서거한지 8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윤동주가 다녔던 도시샤대학에서는 '죽은 사람에 대한 명예 학위 증정'이라는 예외 규정까지 만들어 서거일인 2월 16일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고 하네요. 날이 갈수록 세계적인 시인이 되어가는 윤동주 시인의 시 124편과 살아생전 그림이 팔리지 않아 빈곤 속에서 살았던 반 고흐의 그림 138편이 담긴 <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을 통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시와 그림을 만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영혼과 정서가 닮은 윤동주와 반 고흐의 작품을 한 권의 책에서 마주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설레고, 책 한 장 한 장이 너무 소중하더라고요.


윤동주 시인의 '서시'는 마주할 때마다 손끝으로 느끼며 옮기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 이번에도 그냥 넘길 수가 없었어요. 만년필에 잉크를 찍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써 내려가는 시간 또한 의미 있었습니다. 윤동주 서거 80주년을 기념하며 만나게 된 <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은 옆에 두고두고 필사하며 시 한 편, 그림 한 점 한 점 가슴에 새기고 싶어집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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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네오픽션 ON시리즈 3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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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살인자의 쇼핑몰', '심여사는 킬러', '굿 드라이버' 등의 장편소설을 집필한 가지영 작가의 신작 <하품은 맛있다>를 통해 처음 읽게 되는 작가의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등장인물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의 운명 또한 심상치 않네요. 속도감 있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강지영 작가의 필력에 놀라울 뿐입니다.

가난하고 남들의 이목을 전혀 끌지 못하는 외모를 소유한 취업 준비생 이경은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특수청소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이경은 특수한 직업이다 보니 다른 일에 비해 일당은 많이 받지만 감당하기 힘든 순간들이 너무 많은 직업이었습니다. 욕조에서 죽은 여자의 집을 청소하러 간 원룸은 피가 튀어 있는 화장실 벽과 부패한 시체가 둥둥 떠있는 욕조의 상황과는 달리 거실은 고급 가구들로 채워져있는, 뭔가 이질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전직 매니지먼트사에서 근무했던 임 대리는 죽은 여자가 자신이 아는 사람인 것 같다고 하네요. 집안 정리를 하던 이경은 원룸에 있던 스노볼을 가지고 오는데요. 그날 밤 잠이 든 이경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 같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경은 꿈을 통해 자신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여대생 다운의 삶을 보게 되는데요. 이경과 달리 학벌, 미모, 재력까지 갖춘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다운. 다운 역시 꿈을 통해 이경의 삶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악몽처럼 여기고 한 사람은 깨기 싫은 꿈이라 생각하는 달라도 너무 다른 삶을 사는 두 사람이 엮이게 된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요? 단순히 다른 사람의 삶을 꿈을 통해 체험해 보는 것이 아닌 다운의 몸으로 이경은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꿈을 통해 이경은 다운의 과거를, 다운은 이경의 미래를 경험합니다. 그러다 다운의 유품 중 일기를 발견하게 되고 그 일기의 내용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꿈을 통해 감춰져 있던 사건의 진실에 점차 다가갈수록 선과 악, 인과응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은데 결말을 보면 또 완전히 그렇지만은 않은 특이한 성격의 소설이었습니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강지영 작가 소설 더 찾아 읽고 싶어졌어요.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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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과 생각
정용준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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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과 생각』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을 울리는 글, 공감 가는 글을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면 차마 책에 밑줄은 못 긋겠고.. 필사를 하지요. 그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만 따로 모아 필사를 하고 끝이었는데 올해는 짤막하게라도 저의 생각을 담아볼까 해요. 이번에 만난 정용준 작가의 산문 <밑줄과 생각>은 작가의 생각, 일상, 과거, 문학을 통한 작가의 생각 들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산문이나 에세이 등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은 분야의 책은 공감 가는 부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용준 작가입니다. '유령', '바벨', '프롬 토니오' 등 다수의 소설과 소설집은 출간한 정용준 작가는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한 작가예요. 수상 이력이 화려한 작가님의 책을 <밑줄과 생각>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네요.

밑줄 긋는 것이 좋습니다. 그 문장이 몸과 마음에 천천히 스며드는 시간도 좋습니다. 그 언어와 내 언어가 섞이고 남의 언어를 닮은 새로운 나의 언어가 생기는 것이 좋습니다. 밑줄이 그어지면 책은 책 이상이 됩니다. 단어와 문장에 그어진 한 줄의 흔적은 마음에도 그어져 있습니다. 문신처럼 흉터처럼 남아 내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저자와 악수하고 인물과 포옹하고 이야기와 연결되는 느낌. 이보다 좋은 것을 아직 경험해 본 적 없습니다.


책을 활짝 펼치지도 못하고 낙서는 더더욱 싫어해서 엄청 깨끗하게 보는 편인데요. 밑줄을 긋지는 못하지만 저자와 마음이 통하는 문장을 만날 때면 진짜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더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가 봐요. 문신처럼, 흉터처럼 남아 내 삶의 일부가 될 문장들을 얼마나 만나게 될지 2025년이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한 줄의 문장, 한 줄의 밑줄, 한 줄의 생각을 읽으며 작가를 들여다봅니다. 어린 시절 짧은 생을 살다 간 동생 이야기에서 먹먹해지고 그가 들려주는 문학에 대한 생각에 그래서 나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네요. 본격적으로 책 읽기를 시작했을 때 에세이 위주의 독서를 했었어요. 이제 너무 많이 읽었다는 생각에 소설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작가와 더 가까워지고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맛에 에세이를 읽는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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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9
이디스 올리비어 지음, 김지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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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이라는 주제에 속한 <사생아>을 읽었습니다. 마지막 시즌이라 아쉬움이 크지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을 통해 처음 접하는 책이 많아서 더욱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시즌 8에는 주홍 글자, 뾰족한 전남의 땅, 상하이 폭스트롯, 사생아, 미스 몰 이렇게 다섯 권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이 중에서 주홍 글자 한 권 알고 있더라고요.

이디스 올리비어는 영국에서 성직자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보수적이며 통제적인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요. 소설 창작을 시작한 건 50대에 접어들어 동생이 사망한 이후라고 합니다. <사생아>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작가의 믿음을 보여주는 작품인 동시에 당시 영국 사회가 독신 여성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을 이면에 담고 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가 된 애거사는 어릴 적 상상 속 친구인 클러리사를 18년 만에 다시 소환합니다.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인 클러리사와 유년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자신의 눈에만 보일 뿐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존재 클러리사와 함께 있을 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애거사의 눈에만 보여야 정상인 클러리사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애거사와 클러리사는 엄마와 딸의 관계가 되고, 자신이 만들어낸 딸이 성장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자 독점하고픈 욕심에 자꾸 방해하며 클러리사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과거에 머물러 있길 원하는 애거사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클러리사. 애거사가 만들어낸 클러리사는 애거사가 갖지 못했던 욕망의 실체가 아니었을까 해요. 관습에 얽매여 있고, 남들 이목에 신경 쓰는 애거사와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싶었던 자신이 만든 또 다른 자신인 클러리사였을 거라 생각하며 읽었는데 그걸 뛰어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느끼게 되네요. 틀 안에 자신을 가두고 외로웠을 애거사가 안쓰럽게 느껴진, 먼지투성이 삶에 비쳐든 빛을 조금만 더 잘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싶었던 <사생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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