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 8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초판 발행 80주년 기념, 컬러 도판 100장이 포함된 개정판으로 만난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왜 이리 어렵기만 할까. 분명 들어본 이름인데 어떤 신이었더라? 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얼마나 읽고 눈에 익혀야 이름 정도는 술술 나올까. 세계적인 신화 스토리텔러인 이디스 해밀턴이 들려주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는 그전에 읽었던 책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본떠 신을 만들었다. 실제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았던 신들은 점차 모습을 갖추어 갔다. 고대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것에 집착했다는 그리스인들, 실존하는 것을 통해 욕망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인간적인 신들은 천상을 즐겁고 친밀한 곳으로 만들고 무수한 이들과 바람을 피우는 제우스는 아내에게 감추려다 늘 들키고 마는 웃음거리로 만들었을 것이다. 의인화된 세상, 전능한 미지의 대상을 향해 온몸이 얼어붙는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진 인간들, 이것이 그리스 신화의 기적이라 말하는 이디스 해밀턴이다.

그리스인들은 신들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고 우주가 신들을 창조했다고 생각했다. 천상의 세계 올림포스에는 제우스를 비롯해 포세이돈, 하데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등 열두 명의 신이 있었다. 끊임없이 사랑에 빠지며, 아내에게 자신의 부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온갖 속임수를 총동원하는 제우스는 신들 중 최고의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참 많이 들게 했던 신이었다. 자유롭고 황홀한 기쁨, 야만적인 난폭성이라는 상반된 개념으로 이야기된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답게 인간을 미치게 만들 때도 자주 나타났다고 하는데 이건 술에 취한 상태의 사람을 묘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푹 빠져 읽었던 만화로 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시작으로 '진짜 재밌고 술술 넘어간다~' 하며 감탄을 자아냈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까지 다양한 버전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났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고대 원전을 충실히 연구해 가장 원전을 살린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컬러풀한 그림과 함께여서 그런지 더 생동감 넘치고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기독교의 '성경'과 더불어 서양 문명의 두 기둥을 형성해왔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 회화, 조각, 건축, 음악 등 예술 분야에도 풍부한 영감과 창의성을 제공했고 오늘날 소설,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대중문화에 끊임없이 매력적인 모티브를 제공하는 바로 그 책! 그리스 로마 신화다. 아직 그리스 로마 신화에 목말라 계신 분이라면 수십 명의 예술가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창작한 회화 및 조각 작품까지 컬러로 실린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나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남이라는 모험 -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한수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남이라는 모험』

우리는 무수히 많은 이들과 '만남'을 이어간다. 제일 가까이엔 가족을 시작으로 친구, 학교나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랑을 나누는 연인 등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만남의 과정을 거친다. 만약 이런 만남이 없이 오롯이 홀로 지낸다면 어떨까?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없겠지만 너무 외롭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인간이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타인들에게 의존한 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만남은 우리에게 필수적이며 우리의 인격을 빚어내기까지 한다고.. 어렸을 때는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라 학년이 바뀔 때마다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데 쑥스러워서 말도 잘 못 걸고.. 그럴 때면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나에겐 만남이라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은 총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파트 만남의 징후들에서는 혼란스러움, 궁금함, 차이, 변화, 책임감 등을 다루고 있다. 두 번째 파트 만남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에서는 자기의 틀에서 빠져나올 것, 특정한 것을 기대하지 말 것, 가면을 벗으라 하는데 모두 내가 달라져야 함을 이야기한다. 세 번째 파트 진정한 삶은 만남이다에서는 만남에 대해 좀 더 넓은 범위를 아우르며 이야기하는데 인류학, 존재론, 종교, 정신분석학, 변증법적 해석을 통해 만남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두 사람의 세계를 전복시키고 마음을 뒤흔드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했다. 이 '만남'이라는 단어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충격을 던져주는 것을 말하는데, 어떤 흔들림도 느끼지 못했다면 '마주침'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끊임없는 만남을 통해 소통도 하고, 도움도 주고받고, 기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생겨나는 감정의 동요와 그 위력을 스크린에 담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는 남녀 두 주인공이 공유했던 자잘한 추억들이 자양분이 됨을 보여주는 것처럼.

어떤 만남을 기대하면서 앞으로 만날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놓는 것은 우리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과의 만남을 놓치게 만든다. 특정한 기대감을 모두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다른 것에 마음을 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이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에서의 '기대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것 중 하나 아닐까 한다. 기대감이 컸을 때에 오는 실망감 역시 무척 크다. 이 기대감은 사람에게 작용할 수도 있고, 선물에도 작용할 수도 있고, 일에서도 작용할 수 있을 텐데.. 누군가 소개받으러 나간 자리에서는 이 기대감을 쉬이 떨치지 못하는 것 같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을 더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함께 마주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자양분이 되는 그런 관계, 그런 만남을 하고 싶다. 서로를 위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인의 사랑』

'나오미즘'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작품 <치인의 사랑>. 바보의 사랑이라는 의미를 가진 치인의 사랑은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반영한 작품이라고 한다.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읽고 난 후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니 대단한 사람이었단 생각뿐이다. 그것도 백 년도 더 전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떠들썩한 삶을 살았다니 놀랍기만 하다.

이 작품은 첫 번째 결혼한 아내의 동생, 즉 처제와 바람이 난 후 소설로 탄생했다. 아내와 처제 사이를 오가는 생활을 하던 다니자키는 친구와 애정을 쌓은 아내를 보내주려 했지만 처제와도 이루어지지 않아 아내와의 이혼을 10년이나 미뤘다고 한다. 오로지 자신이 혼자될 것을 엄려했던 결정이었다고. 첫 번째 부인부터 그의 세 번째 결혼 상대까지 기본 열 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이들이었다.

"너는 나의 보물이야. 내가 스스로 찾아내서 갈고닦은 다이아몬드야. 그러니 너를 아름다운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뭐든 사줄게."

<치인의 사랑> 속 주인공 가와이 조지는 열세 살 어린 나오미라는 여자를 어느 카페에서 만난다. 그는 교육을 통해 나오미를 하이칼라 여성으로 성장시키길 원했다. 자신의 뜻에 맞는, 자신의 이상향에 가까운 여성으로 만들고 싶었던 가와이 조지였다. 부족함 없이 살던 이들이었다. 멋스러운 옷감을 구해 옷을 만들어 입히고 공부를 하고, 별문제 없을 것 같았던 이들 사이에 '댄스'는 나오미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했고 점점 퇴폐적이고 낭비가 심하고, 타락의 길을 걷게 했다. 이미 나오미의 육체적인 매력에 푹 빠진 가와이 조지였기에 외도의 길을 걷고 있는 나오미를 쉽게 놓을 수 없었다.

"나오미는 아내인 동시에 참으로 드문 인형이자 장식품이기도 했다."라는 가와이 조지의 표현은 다니자키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 아니었을까. 평범한 가정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인형이자 장식품 같은 요부로 만들어 버린 가와이는 그런 아내가 다른 남자 품에서 요염함을 드러내는 모습을 상상할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영웅들도 한순간 여자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요염한 자태에 완벽하게 정신줄을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곰 같은 아내보다 여우 같은 아내가 낫다는 말이 있지만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아찔한 요부들에게 정신적, 물질적인 노예가 되는 정도까진 원하지 않겠지?

다니자키 준이치로 자신의 모습을 상당 부분 투영시켜 탄생한 가와이 조지라는 인물이, 허영과 탐욕에 물들어 타락해가는 나오미에게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오미를 보면서 최근 시끄럽게 매스컴에 오르내렸던 계곡 사건이 떠올라 씁쓸하기만 했던 <치인의 사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모던 보이를 지향하는 에드가 앨란 오는 제국대학을 졸업하고 경성으로 돌아왔다. 형과 함께 살기 위해 왔지만 갑작스러운 형의 결혼으로 하숙집을 알아봐야 했다. 형의 소개로 간 '은일당'이란 곳은 에드가 오가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모던 정신과 잘 맞는 곳이었다. 어떻게든 이 집에서 하숙하고 싶었던 에드가 오는 하숙보다 딸 선화의 과외 선생님을 원하는 집주인에게 자신이 그 과외 선생이라 말하며 하숙을 하게 된다.

건강이 좋지 못한 하숙집 주인은 조용히 지내줄 것을 당부했지만 에드가 오는 친구들과 하숙집에서 시끄럽게 술을 마시고 만다. 다음 날 선화가 열심히 읽는 신문이 사라지자 신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오 선생의 방에 방문했고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오 선생의 방에서 신문을 찾아낸다. 그리고 에드가 오가 애지중지하는 페도라 여섯 상자 중 제일 귀한 상자 하나가 빈 것을 발견한다. 이 방에 드나들었던 사람이라면 이 집에 이사 올 때 무거운 물건을 날라주고 양복장을 짜 주겠다 약속한 영돌 아범과 어젯밤 함께 술을 마신 친구 권삼호, 박동주가 다일 터. 용의선상에 오른 권삼호와 박동주 집에 방문에 페도라의 행방을 물어볼 요량으로 찾아간 권삼호의 집에서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천장을 바라보며 이부자리 위에 누운 권삼호의 목엔 도끼가 박혀 있었고 이불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놀란 에드가 오는 사람이 죽었다고 소리치며 권삼호의 집에서 나왔고 마침 술 취해 개울에 빠진 남자를 구하러 나왔던 순사에 의해 용의자로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자신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미나미 순사 부장, 하지만 그가 고문당하던 그 시각, 두 번째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 현장에서 사라졌던 에드가 오의 페도라도 발견되었다. 그렇게 에드가 오는 풀려나게 된다.

저지르지 않은 사건에 누명을 쓸 뻔했던 에드가 오는 경찰보다 먼저 사건을 밝혀내고 싶었고 탐정으로 변신해 사건을 캐러 다니기 시작한다. 사건을 캐면 캘수록 뭔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그렇게 믿었던 친구 박동주가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이라 그의 결백을 밝혀내고 싶었던 에드가 오다. 사건을 파헤치다 밝혀진 범인의 범행 동기는 백 퍼센트 이해가 되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특히 "모던은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시작되는 것이네. 상대를 존중한다는 건, 상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보는 자세부터 갖추는 거지."라고 말한 에드가 오의 말이 너무 와닿았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만나는 여러 등장인물의 설정도 재미있었지만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내용도 너무 좋았던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인의 초상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들여다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 8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