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 요시모토 바나나의 즐거운 어른 탐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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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팬 층이 탄탄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

이 책은 잘 팔리겠지-라는 게 처음 든 생각.

책을 사서 손에 넣었을 때는 그 가벼움(거의 얄팍한)에 실망했고

다 읽고 나니 역시 그러하다. 내용이 별로 없는 책이다.

이렇게 짧은 분량을 묶어 책으로 내는 출판사에 화내야 하는 걸까.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바나나 키친>밖에 제대로 읽은 게 없지만, 그 책은 괜찮았다. 분명.

요리와 음식에 대한 에세이였고.

 

이번 책은 어른에 대한 짧은 단상들인데, 어른이 된(아마도 그렇겠지) 나로서는 뻔한 이야기였다.

관점이 무난무난하달까. 그래도 인상적인 구절이 두 군데 있었다.

어른이 되어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된다는 만족감을 쓴 부분 - 나 역시 최근에 하는 생각.

사람이 태어난 이유는 자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위해서다 - 궁극적으로는 그러하다고 동의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고민 되는 명제다. 스티븐 킹이나 마쓰모토 세이초 같은 위대한 작가들은 모두들 그런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나는 어떨까.


표지는 예쁘다. 일러스트도 좋고.

 

 

 

저는 아줌마가 되면 멋도 안 부리고 몸매도 망가지고 뻔뻔해지고 목소리는 커지고 호피 무늬 옷 같은 거나 입게 되고, 그래서 인생이 끝장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어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가고 싶지 않은 레스토랑도, 마시고 싶지 않은 음료도, 입고 싶지 않은 스타일의 옷도 알게 되고, 나아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지도 알게 됩니다.

사람은 뭘 하기 위해 태어났을까요. 저는 각자가 자기 자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그렇게 자신을 끝까지 관철하면, 왜 그런지는 몰라도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더군요. 인간이란 애당초 그렇게 생겨 먹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괴롭고, 고통스럽고, 귀찮은 것은 충분히 살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살지 않는 상태에 있으면 주위에도 비슷한 사람들만 모여들기 때문에 온 세상이 다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충분히 산다는 것은 정말 고된 일이죠. 느긋하게 풀어져 있는 듯하면서 마음속은 언제나 날카롭게 반짝거려야 살아 있음이 보장되는, 그런 매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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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삼시 세끼 속에 숨겨진 맛을 이야기하다
히라마츠 요코 지음, 이은정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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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일은 하루 세 끼 밥을 챙겨먹는 일의 연속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그렇다. 엄마가 밥을 챙겨줄 때는 몰랐으나, 밥을 지어 먹이는 입장이 되면 더 절실하다.

그래서 주부들은 누군가 제대로 차려준 밥상을 그리워한다. 단지 근사한 브런치나 외식으로 해결 안 되는.

 

그래서 "산다는 건 잘 먹는 것"이라는 제목은 눈을 확 끈다.

그렇지, 단순한 진실 선언.

이 책은 먹는 문제를 다룬다기보다는, 음식을 담는 그릇과 주변 도구들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책이다.

디테일에 강한 일본인들의 성향을 반영한.

별 특별난 이야기 없이 슬슬 써내려간다.

작은 접시(콩접시), 젓가락 받침, 간장 종지 같은 것들에 대해.

아쉬운 점은 사진 자료가 좀더 풍부했으면 하는. 저자가 가진 그릇들도 꽤 있을 텐데 많이 보여주지는 않는다.

감추고 빠지는 느낌이 좀 아쉽다.

 

한번 읽고 족한 책이어서 소장용으로는 물음표다.

그래도 가끔 아 하게 만드는, 감각적인 문장들은 좋다.

 

 

 

 

 




흰색이라는 색이 의외로 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완벽한 흰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의 흰색, 젖의 흰색, 다 타버린 재의 흰색, 진주의 흰색, 크림의 흰색, 누에고치의 흰색, 면의 흰색, 아침 안개의 흰색, 두부의 흰색, 석고의 흰색 등. 이처럼 서로 다른 흰색은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조용하게 띠고 있다.




"이 작고 귀여운 것을 지금 당장 내 걸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일단 손에 넣으면 이미 다음 것을 찾고 있다. 뱃속에서 욕망이 멋대로 소용돌이치고 내 콩 접시 찾기는 끝이 없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접시가 각각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아저씨는 나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간장은 말이야, 아주 조금만. 향만 살짝 주는 거야."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게 아니다. 향을 더할 뿐이다. 그것이 맛을 내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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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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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라니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온라인서점에서 홍보할 때 눈에 확 들어왔던 제목.

 

 

장강명은 처음 읽어보는데, 경쾌한 리듬을 가졌다는 느낌.

소설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20대의 젊은 여성 계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호주로 떠난다.

그 다음의 이야기, 주인공 계나가 호주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가볍게 써내려간 것 같지만 재미있게 잘 읽힌다. 그런 점에서 정이현, 백영옥 같은 작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제목은 무겁고 강렬하지만, 읽고 나면 그 제목에 부응하는 카타르시스는 없으니 주의. 

작가의 말에서 취재에 기반한 소설이라는 점과 출처들을 밝히고 있는데 그 점은 좋다.

 

이민이라는 소재는 그러고보면 잘 다뤄지지 않은 것 같다.

이민 2세대나 3세대의 고민을 담은 소설들은 가끔 있지만.

 

각지게 만든 양장 제본은 마음에 들고, 표지 그림도 좋다.

장강명 작가,

한 권으로 판단하기는 그렇고 좀더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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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에서 2015년 9월에 펴낸 마쓰모토 세이초의 <나쁜 놈들> 상,하 권은

1960년에 잡지 '주간 신초'에 연재된 소설이다.

 


병원장 도야 신이치라는 남자와 그를 둘러싼 여자들 이야기인데

악녀들이 등장한다고 출판사에서 홍보하곤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도야 신이치다.

뭔가 말도 안 되는 사고방식으로 자기를 합리화하며 제멋대로 구는 캐릭터인데,

범죄인, 특히 사기꾼들의 행태와 변명을 보면 황당할 때가 많은데 그 심리를 잘 설명해 주는.

여러 번 드라마로 제작되었다고 들었는데, 그에 걸맞게 스토리는 쉽고 대중적이다.

트릭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마치 1960년대 김기영 감독 영화를 보는 느낌. 

 

 

마쓰모토 세이초 작가의 다른 우수한 작품들이 이미 많이 번역되어서인지,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좀 떨어진다.

그래도 표지는 인상적이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쓴 듯한 흑백 사진이,

폭로 주간지 느낌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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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를 생각하다 - 식탁의 역사
비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까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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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Consider the Fork: A History of How We Cook and Eat.

저자인 비 윌슨은 영국의 역사가이자 음식 평론가다. 김명남 선생이 번역했으며

<가디언>, <인디펜던트> 2012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음식 문화, 특히 식탁 주변의 도구들을 다루고 있는데, 보기보다 훨씬 재미있다.

음식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갖고 노는 느낌이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게 많으면서도 흥미진진, 책장이 넘어간다. 논픽션의 덕목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건 단순히 지식을 그러모으는 것을 뛰어넘어, 저자의 상상력이 발동하느냐다.

 

삶는 것은 가장 따분한 방법으로 간주한다. 아마 옳은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한 형태로서 삶기는 결코 뻔하지 않다. 냄비는 요리의 가능성을 변혁시켰다. 무엇인가를 액체에 담가 끓인다는 것은 불만 쓰는 것에 비해서 장족의 발전이었다. 우리는 냄비 없는 부엌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이 기초적인 기구에 달려 있는지 잘 깨닫지 못한다. 냄비는 먹을 수 있는 재료의 폭을 엄청나게 넓혔다. 냄비가 없을 때는 유독하거나 소화하기 힘들었던 식물들이 몇 시간 끓이게 되고부터는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바뀌었다. 냄비는 단순한 가열에서 요리로의 도약을 뜻한다. 29p

평생 찬물만 본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데워서 요리에 쓴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물과 불은 상극이다. 당신이 땔감을 모으고 부싯돌을 비비고 장작을 쌓아서 몇 시간 만에 겨우 불을 붙였다면, 그 귀중한 불꽃 근처에 물을 가져가는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쉽게 점화되는 레인지와 전기 주전자를 거느린 우리에게는 끓이기가 더없이 시시한 활동으로 보인다. 우리는 냄비에 익숙하다. 그러나 평생 무엇인가를 끓여보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끓는 물에 요리를 하는 행위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다음번 발전단계로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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