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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삼시 세끼 속에 숨겨진 맛을 이야기하다
히라마츠 요코 지음, 이은정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산다는 일은 하루 세 끼 밥을 챙겨먹는 일의 연속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그렇다. 엄마가 밥을 챙겨줄 때는 몰랐으나, 밥을 지어 먹이는 입장이 되면 더 절실하다.
그래서 주부들은 누군가 제대로 차려준 밥상을 그리워한다. 단지 근사한 브런치나 외식으로 해결 안 되는.
그래서 "산다는 건 잘 먹는 것"이라는 제목은 눈을 확 끈다.
그렇지, 단순한 진실 선언.
이 책은 먹는 문제를 다룬다기보다는, 음식을 담는 그릇과 주변 도구들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책이다.
디테일에 강한 일본인들의 성향을 반영한.
별 특별난 이야기 없이 슬슬 써내려간다.
작은 접시(콩접시), 젓가락 받침, 간장 종지 같은 것들에 대해.
아쉬운 점은 사진 자료가 좀더 풍부했으면 하는. 저자가 가진 그릇들도 꽤 있을 텐데 많이 보여주지는 않는다.
감추고 빠지는 느낌이 좀 아쉽다.
한번 읽고 족한 책이어서 소장용으로는 물음표다.
그래도 가끔 아 하게 만드는, 감각적인 문장들은 좋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05/pimg_7830141331305608.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05/pimg_7830141331305609.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05/pimg_7830141331305610.jpg)
흰색이라는 색이 의외로 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완벽한 흰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의 흰색, 젖의 흰색, 다 타버린 재의 흰색, 진주의 흰색, 크림의 흰색, 누에고치의 흰색, 면의 흰색, 아침 안개의 흰색, 두부의 흰색, 석고의 흰색 등. 이처럼 서로 다른 흰색은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조용하게 띠고 있다.
"이 작고 귀여운 것을 지금 당장 내 걸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일단 손에 넣으면 이미 다음 것을 찾고 있다. 뱃속에서 욕망이 멋대로 소용돌이치고 내 콩 접시 찾기는 끝이 없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접시가 각각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아저씨는 나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간장은 말이야, 아주 조금만. 향만 살짝 주는 거야."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게 아니다. 향을 더할 뿐이다. 그것이 맛을 내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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