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를 생각하다 - 식탁의 역사
비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까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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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Consider the Fork: A History of How We Cook and Eat.

저자인 비 윌슨은 영국의 역사가이자 음식 평론가다. 김명남 선생이 번역했으며

<가디언>, <인디펜던트> 2012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음식 문화, 특히 식탁 주변의 도구들을 다루고 있는데, 보기보다 훨씬 재미있다.

음식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갖고 노는 느낌이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게 많으면서도 흥미진진, 책장이 넘어간다. 논픽션의 덕목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건 단순히 지식을 그러모으는 것을 뛰어넘어, 저자의 상상력이 발동하느냐다.

 

삶는 것은 가장 따분한 방법으로 간주한다. 아마 옳은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한 형태로서 삶기는 결코 뻔하지 않다. 냄비는 요리의 가능성을 변혁시켰다. 무엇인가를 액체에 담가 끓인다는 것은 불만 쓰는 것에 비해서 장족의 발전이었다. 우리는 냄비 없는 부엌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이 기초적인 기구에 달려 있는지 잘 깨닫지 못한다. 냄비는 먹을 수 있는 재료의 폭을 엄청나게 넓혔다. 냄비가 없을 때는 유독하거나 소화하기 힘들었던 식물들이 몇 시간 끓이게 되고부터는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바뀌었다. 냄비는 단순한 가열에서 요리로의 도약을 뜻한다. 29p

평생 찬물만 본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데워서 요리에 쓴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물과 불은 상극이다. 당신이 땔감을 모으고 부싯돌을 비비고 장작을 쌓아서 몇 시간 만에 겨우 불을 붙였다면, 그 귀중한 불꽃 근처에 물을 가져가는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쉽게 점화되는 레인지와 전기 주전자를 거느린 우리에게는 끓이기가 더없이 시시한 활동으로 보인다. 우리는 냄비에 익숙하다. 그러나 평생 무엇인가를 끓여보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끓는 물에 요리를 하는 행위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다음번 발전단계로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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