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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 안내서 - 제137회 나오키 상 수상작
마쓰이 게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1월
평점 :
마쓰이 게사코의 소설 <유곽 안내서>는 에도 시대 유곽인 요시와라에서 최고의 유녀(기녀)였던 가쓰라기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쓰라기가 홀연 사라진 이후, 한 호기심 많은 젊은 글쟁이가 유곽 근처를 맴돌면서 여러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 나누는 형식이다.
유곽 주인, 후원자인 무사, 낙적을 결심한 시골 상인, 심부름꾼, 은퇴한 유녀 등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작가의 입담이 워낙 좋아서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느낌도 든다.
미스테리적인 요소가 조금 있긴 하지만, 에도 시대 풍속소설로 읽으면 더 좋을 듯.
에도시대의 유흥에는 몸을 파는 유녀긴 해도 고급 유곽에는 격식과 풍류가 있었고, 그런 세밀한 풍속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136회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피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에서 펴냈는데, 기타모리 고 등 좋은 소설을 많이 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표지와 제목이 아쉽다.
뭔가 야하고 내용 없는 소설인 것처럼 보여서, 이걸 들고 전철을 탈 수 있겠냐고.
호색한에게는 돈과 권력이 없다는 옛말도 있소. 밀회 비용을 전부 제가 부담한 것은 물론, 거기에 용돈까지 달라고 조르는 상황이었지만 전 그래도 노부지로 님과의 인연을 끊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회양목 빗 하나 사주지 않는 그이에게 지어 준 옷만도 몇 벌인지, 아, 지금 생각하니 화가 나고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군요. 63p
본시 세상은 정부라고 하면 가부키 배우 단주로나 미쓰고로같이 생긴 미남만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추레한 놈이 정부라고 나서면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지. 이 세상에는 연극보다 재미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는 법이라오. (중략) 암튼 통속소설에나 나올 법한 잘생긴 얼굴로 오이란의 등골을 빼먹는 놈들이 없는 것은 아니라오. 나도 얼굴은 몇 알고 있소만. 기루의 최고 오이란 정도가 되면 그런 나쁜 놈들이 들러붙는 경우는 신기하게도 없다오. 대부분 기루의 두 번째나 세 번째 정도 되는 오이란이 그런 놈들에게 당하는 거요. 가끔은 외모가 출중하지 않은 오이란이 특히 잘생긴 남자에게 빠져 가진 것을 전부 갖다 바치기도 하지만, 그건 필경 오이란 본인이 자랑하고 싶어서라오. 겉모습에 홀딱 반했다고 말하는 자는 남자건 여자건 근성이 어린애 같은 사람인데, 오이란은 어린애라기보다 허세를 부리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 반반한 놈을 곁에 두게 되는 거라오. 결국은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고 싶은 속내가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겠소. 194p
여자에게 열중하는 것도 젊었을 때와는 조금 다르다네. 젊었을 때는 자신이 좋을 대로 하려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보다는 상대가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어지지. (중략) 여하튼 약값으로 아주 조금의 돈을 야리테에게 건넸더니, 이후 오이란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지. 남자는 여자가 그런 눈으로 바라봐 주면 어떤 일이라도 해 주고 싶어지지. 뭐? 그건 오이란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아니네, 자네는 가쓰라기를 만난 적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걸세. 그렇게 아름다운 눈을 가진 여자가 사람을 속일 리 없지. 2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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