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수사 미도리의 책장 8
곤노 빈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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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류자키는 경찰청의 총무과장으로 대외 홍보를 담당한다. 그는 경찰 내부의 어떤 사건에 대해 알게 되고, 아들의 사소한 범죄 행위도 목격하게 된다, 곧고 고지식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경찰 공무원, 집에서는 재미없는 아버지이자 무심한 남편 취급을 받는 남자, 류자키. 그가 접한 두 개의 사건은 그를 어디로 몰고 가게 될까?

형사소설의 대표주자 요코야마 히데오의 단편을 길게 늘려놓은 듯한 인상을 받은 것을 나뿐일까. 경찰 내부의 크고 작은 사건과 일상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두 작가는 비슷하다. 하지만 이 책은 플롯의 구성이 단조로워서 좀 지루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그냥 형사를 소재로 한 휴먼소설로 보는 게 더 맞을 듯.

그냥 사지 않고 빌려 읽었다는 데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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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상어 - 사메지마 형사 시리즈 01 뫼비우스 서재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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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를 배경으로 사메지마 형사가 주인공인 경찰소설이다. 경찰대학 출신이지만 출세의 주류에서 밀려난 터프가이 사메지마는 언뜻 보면 야쿠자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풍긴다. 꽤 유명한 시리즈로 절판된 책이 다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표지를 보나 제목을 보나 추리소설 팬이라면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 다행히 회사 도서관에 들어온 책을 1착으로 읽었다. '다행히'라고 쓴 이유는 책을 사서 읽었으면 다시 중고로 팔았을 것 같기 때문.  

하드보일드로 분류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하라 료의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와 자꾸 비교가 되었다. '총기사건'을 일으킨 총기 제작자를 찾는다는 단순한 플롯, 지나치게 터프한 것 외에 별 매력이 없어 보이는 주인공, 밤무대 가수와의 단순한 연애 등 책을 읽는 내내 별 재미가 없었다. 음 이건 내게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고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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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트 - Wheel of Fortune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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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라는 청춘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짬뽕한 책으로 처음 만난 작가. 이누이 구루미의 신작이다.  전작이 타로카드의 'The Lovers(연인)'를 모티프로 했다면 이번 작품은 'The Wheel of Fortune(운명의 수레바퀴)' 카드다. 타로점을 치다가 이 카드가 나오면 말 그대로 '운명이 되풀이된다'는 의미다. 연애 관계에서는 과거와 비슷한 스타일의 상대를 만나거나, 과거의 연인과 재회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간혹 영화에서 이 카드가 나오는데 그다지 무서운 의미는 아니다.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피해가기 힘든 이유는 단순하다. '나라는 인간의 성격, 관점, 습관'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르는 SF+서스펜스 정도일 것이다. 주인공은 '지금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1년 전의 어느 날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혼자가 아니라 9명의 다른 리피터들과 함께. 여기서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리피트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저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이미 살았던 삶과 다른 삶을 살아보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마를 해서 큰 돈을 벌 수도 있고, 연인과의 뼈아픈 연애를 다시 한번 돌이켜 잘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소설의 1/3 부분까지는 좀 느리게 진전된다. 그래서 뭐 이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행히 중후반부의 긴박한 사건들이 억울한 마음을 보상해 준다. 한밤중에 읽었더니 좀 오싹한 생각도 들었다. '인생의 선택이란 정말 쉽지 않다'라는 생각도 든다. 겨우 1년 전이지만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 사건들은 서로 복잡한 영향을 주고받아서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재미있게 읽고 잠들었는데, 꿈속에서 과거로 리피트하여 어지러운 사건들이 벌어졌다. 훗, 북스피어 책답게 번역 깔끔하고 외관도 편집도 산뜻하다. 책의 초반에 등장하는 켄 그림우드의 시간여행 소설 <다시 한번 리플레이>를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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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피 블랙 캣(Black Cat) 13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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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무덤의 침묵>에 이어 두 번째로 손에 잡은 책. 발간 순서는 <저주받은 피>가 1년 앞서기 때문에 가능하면 먼저 읽을 것을 권한다. 에를렌두르라는 형사가 주인공으로,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노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평범한 "아이슬란드식 살인사건"인 줄 알았지만 노인의 어두운 과거가 밝혀지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꼬여간다. 주인공 형사는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찾아가고 동료들과 논쟁하고 법의학자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마치 건축물을 쌓아올리듯 사건의 핵심에 접근한다. 아주 전형적인 형사 소설의 플롯을 취하고 있지만 문장력이 뛰어나고 메마른 묘사 가운데서도 유머감각이 넘쳐서 속도감 있게 읽혔다. 가령 분위기 가라앉은 비 오는 묘지 발굴 현장에서 우산 쓴 두 형사가 "남들이 다 우리를 부러워할 거야"라고 독백(대화?)하는 장면에서는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내가 바로 그다"라든지 "그는 갑자기 짐승이 되었다"라는 구절은 책을 덮고 나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유전적 소인이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설정은 참신하고, 제목이 왜 그렇게 붙여졌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이 책의 단점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인드리다손은 '지금, 현재'보다 '과거'에서 이야기를 건져오기를 즐긴다. 전작도 그랬고. '여성에 대한 따뜻한 시선, 사회적 관심'이라는 주제도 동일하다. <무덤의 침묵>에서는 가정 내 폭력 문제를, <저주받은 피>에서는 성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다음 작품 <목소리>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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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화집 1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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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 중단편을 묶은 이 시리즈는 3권으로 구성되었다. 무척 반가운 출간이지만 처음 보는 출판사길래 1권만 주문해서 읽어보았다. 1권에는 '조난'과 '언덕길의 집' 두 편이 실려 있다.  

'조난'은 산에서 조난당해 죽은 아마추어 등산객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이 노장작가의 이야기 솜씨는, 특히 플롯 구성은 참 발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범인을 추적하는 데 의미를 두기보다는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나"라는 인간심리에 대한 탐구를 즐겨하는 편이다. 이 작품도 조금 읽어내려가다 보면 금새 "아- 범인은 00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거기에 안도하는 게 아니라 그 다음의 심리게임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여기서도 그렇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는 편지나 기사, 부고, 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곤 하는데 이 또한 스토리에 사실성을 더해준다.

'조난'은 <적색의 수수께끼>에 실렸던 '구로베의 큰 곰'을 연상케 하는 산악 추리소설이다. 이 작품에도 '구로베'라는 지명이 나오는 걸로 봐서 배경이 같은 지역 아닌가 추측해 본다. 겨울의 기후조건이 악독하지만 등산인의 로망인 그런 산.

'언덕길의 집'은 팜므파탈 격의 여자가 한 중년남성을 어떻게 '짜내고 비틀어서 부서뜨리는가'라는 주제를 그린 작품이다. 추리의 요소는 맨 마지막에 나오며, 후반까지는 그저 담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욕조가 있는 주택을 선망하는 술집 여자'의 그 작은 로망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품이다. 

이 시리즈의 문제는 번역이다. 이 번역자를 나는 잘 모르지만 꽤 유명한 분인 듯하다. 오타도 두세 개 발견했지만, 그것보다는 읽기에 턱 걸리는 어색한 문장이 상당히 많았다. 15, 22, 30페이지까지 이상한 문장들을 체크하다가 그만두었다. 지금 기억나는 '음지와 양지'가 아니라 '응달과 양지'라고 쓴 부분은 아주 사소한 예다. 아, 그래서 2권, 3권 사는 것이 망설여진다. 참 속상한 일이다.  

작품의 해제가 없어서 성의없이 보인다. 책의 외관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표지도 촌스럽고 유광으로 번쩍인다. 하지만 9천원이라는 가격은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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