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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화집 1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마쓰모토 세이초 중단편을 묶은 이 시리즈는 3권으로 구성되었다. 무척 반가운 출간이지만 처음 보는 출판사길래 1권만 주문해서 읽어보았다. 1권에는 '조난'과 '언덕길의 집' 두 편이 실려 있다.
'조난'은 산에서 조난당해 죽은 아마추어 등산객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이 노장작가의 이야기 솜씨는, 특히 플롯 구성은 참 발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범인을 추적하는 데 의미를 두기보다는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나"라는 인간심리에 대한 탐구를 즐겨하는 편이다. 이 작품도 조금 읽어내려가다 보면 금새 "아- 범인은 00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거기에 안도하는 게 아니라 그 다음의 심리게임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여기서도 그렇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는 편지나 기사, 부고, 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곤 하는데 이 또한 스토리에 사실성을 더해준다.
'조난'은 <적색의 수수께끼>에 실렸던 '구로베의 큰 곰'을 연상케 하는 산악 추리소설이다. 이 작품에도 '구로베'라는 지명이 나오는 걸로 봐서 배경이 같은 지역 아닌가 추측해 본다. 겨울의 기후조건이 악독하지만 등산인의 로망인 그런 산.
'언덕길의 집'은 팜므파탈 격의 여자가 한 중년남성을 어떻게 '짜내고 비틀어서 부서뜨리는가'라는 주제를 그린 작품이다. 추리의 요소는 맨 마지막에 나오며, 후반까지는 그저 담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욕조가 있는 주택을 선망하는 술집 여자'의 그 작은 로망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품이다.
이 시리즈의 문제는 번역이다. 이 번역자를 나는 잘 모르지만 꽤 유명한 분인 듯하다. 오타도 두세 개 발견했지만, 그것보다는 읽기에 턱 걸리는 어색한 문장이 상당히 많았다. 15, 22, 30페이지까지 이상한 문장들을 체크하다가 그만두었다. 지금 기억나는 '음지와 양지'가 아니라 '응달과 양지'라고 쓴 부분은 아주 사소한 예다. 아, 그래서 2권, 3권 사는 것이 망설여진다. 참 속상한 일이다.
작품의 해제가 없어서 성의없이 보인다. 책의 외관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표지도 촌스럽고 유광으로 번쩍인다. 하지만 9천원이라는 가격은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