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피트 - Wheel of Fortune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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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라는 청춘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짬뽕한 책으로 처음 만난 작가. 이누이 구루미의 신작이다.  전작이 타로카드의 'The Lovers(연인)'를 모티프로 했다면 이번 작품은 'The Wheel of Fortune(운명의 수레바퀴)' 카드다. 타로점을 치다가 이 카드가 나오면 말 그대로 '운명이 되풀이된다'는 의미다. 연애 관계에서는 과거와 비슷한 스타일의 상대를 만나거나, 과거의 연인과 재회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간혹 영화에서 이 카드가 나오는데 그다지 무서운 의미는 아니다.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피해가기 힘든 이유는 단순하다. '나라는 인간의 성격, 관점, 습관'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르는 SF+서스펜스 정도일 것이다. 주인공은 '지금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1년 전의 어느 날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혼자가 아니라 9명의 다른 리피터들과 함께. 여기서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리피트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저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이미 살았던 삶과 다른 삶을 살아보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마를 해서 큰 돈을 벌 수도 있고, 연인과의 뼈아픈 연애를 다시 한번 돌이켜 잘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소설의 1/3 부분까지는 좀 느리게 진전된다. 그래서 뭐 이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행히 중후반부의 긴박한 사건들이 억울한 마음을 보상해 준다. 한밤중에 읽었더니 좀 오싹한 생각도 들었다. '인생의 선택이란 정말 쉽지 않다'라는 생각도 든다. 겨우 1년 전이지만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 사건들은 서로 복잡한 영향을 주고받아서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재미있게 읽고 잠들었는데, 꿈속에서 과거로 리피트하여 어지러운 사건들이 벌어졌다. 훗, 북스피어 책답게 번역 깔끔하고 외관도 편집도 산뜻하다. 책의 초반에 등장하는 켄 그림우드의 시간여행 소설 <다시 한번 리플레이>를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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