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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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이라 참 도발적인 제목이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여름을 맞아 돌아왔다. 주문한 여러 책 중 가장 먼저 손이 간다. 왜? 재밌으니까!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은 질이 참 고르다. 오락물이 갖춰야 할 모든 걸 갖췄다. 무려 1951년에 연재된 작품이라니 놀라울 뿐. 

이야기의 시작은 이러하다. 절세의 미녀 도모코가 성년이 되어 아버지와 같이 살기 위해 월금도라는 섬에서 도쿄로 나오게 된다. 그녀를 차지하려는 남자들이 하나둘 그녀 주위에 모여들고, 마치 기분 나쁜 예고편처럼 살인이 하나씩 일어난다. 수행역을 맡은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걸 밝히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데, 아,아,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살인은 살인대로 일어나고 긴다이치 탐정은 마지막에 짠- 하고 나타나 진실을 이야기한다.  

폐쇄된 촌락을 중심으로 한 기존 시리즈들과 달리 이 작품의 배경은 한껏 열려 있어 좀더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인물들도 촌락의 답답한 분위기에서 좀 벗어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전적인 인물 묘사가 흥미로운데, 도모코의 미모는 흠 하나 없이 완벽하고 다몬 렌타로는 마치 그리스 조각상처럼 아름답다. 또 하나, 이 작품은 환상적인 분위기 연출보다는 순수한 트릭에 의존하는데 이 또한 현대적인 느낌을 더한다.

변사투의 친근한 해설이 곁들여져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은 여전하다. 자아, 긴다이치 코스케 덕분에 올여름도 시원하게 잠들 수 있으리라. 

시공사의 이 시리즈는 표지가 검은빛 유광임에도 디자인이 우아하고 심플해서 마음에 꼭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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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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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는 <섀도우>로 실망하고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으로 감탄한 작가. 세 번째 읽는 이 작품집이 결정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구입, 결론은 만족. 이 작가가 잘하는 것은 추리적 장치보다는, 심리 묘사에 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미세한 감정의 흐름을 잘 그려낸다. 유지매미, 방울벌레 등 곤충들이 잘 등장하고 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 좋아하며 문장이 감각적이다. 별로 안 무서운 내용인데도 오싹하게 무섭다.

여기 실린 여섯 편 가운데, '짐승', '겨울의 술래'를 특별히 재미있게 읽었다. 아주 짧은 단편들임에도 몰입시키는 힘이 대단하다. '짐승'은 과거 사건을 찾아가는 흐름이 흥미롭고 '겨울의 술래'는 일기를 거꾸로 읽어나가는 구성인데 슬픈 러브스토리로도 읽힌다. 의문 하나. 모든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상대편 이니셜이 S다. 왜 하필 S일까?

책이 너무 얇아(226P) 가격은 좀 높다고 생각된다. 겉표지의 일러스트는 너무 순정만화 같고 벗겼을 때의 속표지의 컬러나 제목 글자체가 세련된 느낌이 떨어진다. 북홀릭이라면 이런 류의 책을 많이 내는데 좀 아쉽다.  

   
 

방울벌레 한 마리가 반질반질 검은 빛이 감도는 말조개 같은 날개를 마주 비비며 울고 있다. 긴 더듬이로 하느작하느작 공기를 더듬다가, 모조품 같은 눈알로 가만히 나를 쳐다보며 울고 있었다.  -12p 

 

 

 

   
  43년 전에 S의 늑막을 물어뜯고 짐승이 뛰쳐나왔다. 하지만 그 짐승은 그리 드물지 않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누구의 가슴 속에든지 자리 잡고 있는 녀석이다. -중략- 짐승은 눈을 번쩍 뜨고는 그 먹이를 물어뜯고, 물어뜯고, 물어뜯으면서 전신에 검은 털을 기르다가 결국에는 네발로 일어설 힘을 지니게 된다. -85p  
   

 

 

 

내 몸 안쪽에서 검정 벌레들이 한꺼번에 날개를 펼쳤다. 스노노이즈가 가득한 화면에서 소리를 단숨에 키운 것처럼 솨아아아 하는 벌레들의 날개소리가 두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는 달리고 있었다.  -1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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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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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로 유명한 작가다. 나는 이 책을 읽었는데 뭐, 마지막의 반전이 그냥 그랬다. 하지만 모두들 칭송하는 작품이고 나는 한 권으로 작가를 판단해 버리는 독자는 아니다. 이번 작품집은 일단 제목이 좋다. 또 출판사는 추리소설 애독자라면 혹할 내용 - 밀실 3부작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표제작인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명탐정과 조수의 관계를 비틀어 보여주는 등 추리 장르의 여러 클리세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여 웃음이 슬며시 나온다. 특히 도입부(추리소설 팬인 여자 둘이 탐정에게 꺅꺅대다 탐정의 쓰디쓴 분석에 실망하는 장면)를 재미있게 잘 쓴 작품이다. 

'생존자, 1명'은 섬에서의 살인을 그리고 있어 밀실 트릭으로 보기에는 어렵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고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종교 사건에 연루된 네 남녀의 생존 게임이 그려져 있다. 아쉬운 점은 네 명의 캐릭터나 관계도가 그다지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 여주인공이 물음표를 던지며 슬며시 끝나버리는 엔딩이다. 이건 좀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랄까?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의 주인공은 추리소설 마니아로 관 같은 건물을 지어, 대학 시절 추리동호회 친구들을 초대하여 게임을 벌인다. 우리가 자주 보는 '00관의 살인' 류의 소설을 유쾌한 버전으로 재탄생시켰다. 세 편 중에서 가장 밀실 트릭을 잘 살린 작품이다.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지만, '생존자, 1명' 때문에 별 하나를 뺐다. 또 문학동네의 이 판형은 추리소설로는 왠지 손에 쏙 안 들어오고 크다는 느낌이다. 신경숙이나 김영하의 책에는 어울리겠지만. 만듦새는 그저 보통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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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 - 고양이는 밀실에서 점프한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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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시리즈는 네 권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책의 크기는 아담하고 300쪽임에도 가벼워 지하철에서 읽기에 딱 좋다. 고양이 탐정이라, 언뜻 듣기에도 가벼운 코지 미스터리로 분류할 수 있겠다. 큰 기대 없이 펼친 이 책은 오, 생각보다 참 재미있게 읽혔다.  

1권은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추리작가가 키우는 고양이 쇼타로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쇼타로나 동거인 어리버리 추리작가의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고, 주변의 개, 고양이들의 성격 묘사가 참 뛰어나다.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잘 아는 듯, 아주 리얼하면서도 코믹한 묘사가 그만이다. 소재도 다채롭고 플롯도 안정되어 있어 이 시리즈는 모두 마스터를 할 생각.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코지 미스터리의 팬이라면 필독하시라!

 

 

 

"밀실살인." 느닷없이 이렇게 중얼거린 동거인의 눈은 이미 멍한 상태였다. 나는 불길한 예감 정도가 아니라 거의 살기에 가까운 것을 느끼고 얼른 침대에서 뛰어내려 동거인의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한 걸음 늦었다.

동거인은 내 목덜미를 덥석 움켜잡고 손톱을 길게 기른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동거인의 사고회로는 이미 살인 아이디어를 짜내려는 갈망으로 가득하다. 당장이라도 죽여야 한다. 누군가를 확실하게 죽여 그 모습을 또렷하게 묘사해야만 한다......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 동거인이 이 직업을 고른 순간 운명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동거인은 살아가기 위해 죽여야만 한다. 계속해서 죽여야만 하는 것이다...... 

야옹! "으아악!" 동거인이 비명을 질렀다. "너무해, 쿠로 짱. 왜 할퀴고 난리야?"  -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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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 KAFKA's Dialogue
카프카 글, 이우일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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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의 팬인 데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는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사진 않고 빌려 읽었는데, 도서관에서 따끈따근한 새 책을 빌리는 일은 참 기분 좋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이우일이 기르는 페르시안 고양이 카프카의 시점에서 쓴 에세이다. 카프카가 바라보는 이우일과 부인 선현경, 그리고 딸의 일상. 동물의 관점에서 인간을 그린다는 형식 자체가 왠만한 글발로는 재미있게 쓰기 힘든데, 본업이 그림인 작가의 역량이 꽤 대단하다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이우일씨의 일상이라면 작가의 책을 여러 권을 독파한 독자에겐 아주 새롭지는 않다. 

사실 책의 내용보다는 형식이 더 끌린다. 에세이와 사진, 컷만화, 그리고 일러스트가 절묘하게 섞인 이 책의 형식은 이우일만이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표지의 느낌과 제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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