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19세 소년 ˝아르까지˝, 그는 도선생님의 장편 <미성년>의 주인공이다.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베르실로프˝라는 귀족이지만, 호적상 그의 아버지는 귀족의 하인인 ˝마까르 이바노비치 돌고루끼˝이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면, 그의 어머니인 ˝소피아˝가 ˝마까르˝와 결혼 직후 ˝베르실로프˝와 사랑에 빠져서 ˝베르실로프˝와 같이 살게 되는데, ˝마까르˝는 그녀와 이혼을 하지 않고 고행의 길을 떠났기 때문이다.
어린시절부터 부모 없이 이곳 저곳에 맞겨지면서 성장하는 ˝아르까지˝는 자신만의 이념을 가지고, 어느정도 세상을 삐뚤어지게 부딪혀 가며 성장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에 대해 분노와 이와 상반된 동경을 가지게 된다. 19세가 되자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자주 만나게 되고, 그는 자신이 아버지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분노를 어느정도 누그러 뜨리게 되고, 약간의 이해심을 가지게 된다. 그는 사랑이 그리워서 그랬을까? 아니다. 아마 그는 아버지인 ˝베르실로프˝가 자신과 생각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다만 저를 흔들어 놓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제 내면에 간직한 깨끗한 샘을 흐려 놓았을 뿐이에요! 그렇습니다. 저는 처량한 미성년자입니다. 제 자신도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인지 전혀 분간하지 못하고 있어요. 만일 그때 당신이 제가 앞으로 취해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해 주셨더라면, 저도 그 말을 따라 올바른 길로 접어들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그때 저를 당혹스럽게만 하셨어요.] P.467
그래서 였을까? 두 부자는 ˝까쩨리나˝라는 한 미망인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는데, 이는 두 부자가 닮았음을, 지향하는 바가 같았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격정에 사로잡혀 몰입하는 사랑이란 마치 갑자기 일어나는 발각이나 숨막힐 정도로 목을 조르는 올가미와도 같기 때문이지. 일종의 열병과 같은 작용을 하는 거라고, 그런 종류의 사랑은 일단 만족감을 얻게 되면 바로 최면이 풀리고 곧 이어 감정이 돌변하기 시작하는 거야. 그래서 극도의 증오심과 혐오를 느끼게 되고, 급기야는 그대로 죽여 버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는 거라고.] P.908
이렇게 보면 아버지인 ˝베르실로프˝가 상당히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는 가족을 방치하고 홀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반면 종교관과 인간 주체에 대해서는 깊은 사상적 관념을 보여준다. 어떨때는 진짜 어리석어 보이지만, 어떨때는 성인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게 그의 진짜 모습일까? 과연 주위사람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진짜 그일 거라는 것도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 중요한건 드러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한통의 편지를 둘러싼 아들과 아버지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미성년>은 그렇게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작지만 소소한 사건이 계속해서 묘사되지만 어딘지 모르게 시원하게 끝나지 않고, 1인칭 화자인 ˝아르까지˝는 중요한 사실은 다음에 설명하겠다고 하면서 계속 이야기의 핵심을 뒤로 미루며, 화자의 생각이 닿는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치 열정이 넘치고 자의식이 강하지만 약간 미성숙한 소년이 쓴 일기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도선생님은 이걸 노리고 미성년으로 빙의해서 글도 그렇게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성년>을 읽다 보면 도선생님의 다른 작품들이 떠오르는 걸 피할 수 없다. 한 여자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이 책 이후에 나오는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을, 주인공인 ˝아르까지˝의 이념에 대한 집착과 자의식은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돈 많은 노인과의 결혼을 통한 부의 욕망은 <아저씨의 꿈>을, 노름에 대한 집착과 이에 따른 파멸은 <노름꾼>을, 급진파들의 행동과 주위사람의 사기 행각은 <악령>을, 떠오르게 한다. 한마디로 도선생님의 문학적 향기가 집결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글이 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렇게 해서 도선생님의 단편, 중편, 장편 16작품(정정 18작품) 26권 전 작품을 완독했다.(더 있지는 않겠지?) 뭔가 마지막 읽은 작품인 <미성년>이 좀 난해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권보다는 하권이 도 몰입감이 있었다.
Ps. 다음주에는 도선생님 작품에 대한 종합 페이퍼를 써봐야 겠다. 그때 도선생님 책탑을 쌓아봐야 겠다. 아래 상품은 내가 읽고 가지고 있는 출판사 책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