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이름이란 그게 어울리는 이름이라면 굳이 묻지 않더라도 절로 알게 되는 법이다. 나는 내 피부로 들었다. 멍하니 물상을 응시하고 있노라면, 그 물상의 언어가 내 피부를 간지럽힌다. 예를 들면, 엉겅퀴, 나쁜 이름은 아무런 반응도 없다. 여러 번 들어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름도 있다. 예를 들면, 사람.˝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은 내가 읽은 그의 세번째 작품이다. 이전에 <인간실격>, <사양> 이렇게 두 작품을 읽었는데, 완전 좋았었다. 이번에 그의 초기작인 <만년>을 읽고나서 왜 그의 작품은 이렇게 우울한지에 대해 그 기원을 알 수 있었다.
어떤 말로 이 책의 리뷰를 써야 할까? 이 책에는 ‘다자이 오사무‘의 15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어떤 단편은 이야기가 있지만, 어떤 단편은 이야기가 없다. 읽고 있으면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하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만년>의 모든 단편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어떤 감정 하나가 있다. 그 감정은 바로 ˝쓸쓸함˝ 이다. 책의 내용 대부분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 같았으며, 읽어갈 수록 마치 유서를 읽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죽을 생각이었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이렇게 강렬하게 시작하는 작품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쓰고 보니까 ‘까뮈‘의 <이방인>의 첫 문장이 떠오른다.)
15개의 단편 중 나는 <추억>, <어릿광대의 꿈>이 좋았다. <추억>이 다자이의 어린 시절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라면, <어릿광대의 꿈>은 성인이 된 후 그가 느낀 아픔에 대한 이야기 이다.
[˝나는 미요와 둘이서 딴 포도 한 바구니를 무릎 위에 올린 채, 낙엽이 그득 깔린 시골길을 의미 깊게 바라보았다. 나는 만족했다. 그만한 추억이라도 미요에게 심어 준 것은 나로선 힘껏 애쓴 일이라고 생각했다. 미요는 이제 내 것이 되었어, 하고 안심했다.˝] <추억>의 좋은 문장
[˝늘 절망 곁에서 상처 입기 쉬운 어릿광대의 꽃을 바람도 못 쐰 채 만들고 있는 이 서글픔을 네가 이해해 준다면˝] <어릿광대의 꿈> 좋은 문장
<만년>은 다자이의 초기 단편 모음집이다보니 주제의 일관성은 없고, 작품 전반에 우울한 그의 정서가 깊게 깔려 있다 보니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난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았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작가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 그리고 두번 이상은 읽어야 이해가 가능할 것 같은 작품. 옆에 두고두고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
<만년>의 리뷰는 여기까지 하고, 이번에 새로 구매한 책 목록을 간단히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달에 이미 15권을 구매해서 더이상 안살려고 했는데, 불가항력적으로 5권을 더 샀다. 그냥 차를 바꿨다고 생각해야 겠다. 그러면 앞으로 책을 더 살수 있으니 말이다. ㅎㅎ
1. 만년 : 이건 뭐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실제로 신작은 아니지만...)이니까 안살 수 없었다. 이 책 때문에 2만원 채운다고 5권을 사게 되었다...
2. 아르세니예프의 인생 : 이반 부닌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고, 북플에서 강추하셔서 빨리 읽고 싶어서 구매했다.
3. 대성당 : 이 책도 마찬가지로 북플에서 강추하셔서 구매한 작품. 레이먼드 카버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었다.
4. 롤릴타 : 알라딘 등급별 쿠폰을 쓰기 위해서는 중고책을 1권 이상 사야 한다. 그래서 중고온라인 들어가서 검색하다보니 있어서 구매.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만 안읽어 봤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봐야지. 근데 표지가 없다 ㅠㅠ 이래서 중고는 복볼복이다. 읽고 좋으면 새책으로 사야 겠다.
5. 열쇠 : 중고온라인(알라딘 직접 배송)에서 ˝창비세계문학˝으로 검색하니까 이 책이 있어서 구매했다. ˝창비세계문학˝이 표지도 그렇고 책도 좋은거 같아서 모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대한 정보는 전혀 몰랐고 단지 ˝타나자끼 준이치로˝의 이름만 보고 구매했다. ˝창비세계문학˝ 16번인데 당연히 좋은 작품이겠지??
이제 이번달 책 구매는 그만해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