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우리 고전 대모험 6 - 옹고집전 설민석의 우리 고전 대모험 6
설민석.최설희 지음, 강신영 그림, 류수열 감수 / 단꿈아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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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고집전의 명장면을 만화로 재밌게 표현해서 공부도 되고 교양도 쌓을 수 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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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
링 마 지음, 양미래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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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애플 TV 드라마 <세브란스 : 단절>을 보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마크는 일과 사생활의 기억을 분리하는 시술을 받고 그러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팀에서 일한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직장 생활과 개인 생활이 분리되면 일은 일대로 잘하고 사생활은 사생활대로 관리할 수 있어서 편할 것 같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분리된 인격을 이용해 나를 조종하거나 통제하려 드는 사람들 또는 조직이 나타나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링 마의 소설 <단절>을 읽은 건, 사실 드라마 <세브란스 : 단절>의 원작 소설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확인해 보니 두 작품은 우연히 제목이 겹쳤을 뿐, 소설 <단절>이 드라마 <세브란스 : 단절>의 원작은 아니다. 아니지만, 드라마 <세브란스 : 단절>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 만큼이나 소설 <단절>도 재미있게 읽었다. 가상의 상황을 통해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고발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면도 없지 않다.


소설 <단절>의 주인공은 뉴욕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 여성 캔디스 첸이다. 얼마 전 부모님이 돌아가시며 혼자가 된 첸은 동거 중인 남자친구와도 헤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전공을 살려서 예술 서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서 출판사에 들어갔지만, 책 만드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의 인쇄 공장에 성경 제작을 발주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 선전 지역에서 발발한 '선 열병' 때문에 아시아의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미국에서도 전염자가 나타나면서 위기감이 커진다.


이 소설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전염병 때문에 점점 마비되어 가는 도시 뉴욕에서 최후까지 살아가는 첸의 일상이고, 다른 하나는 뉴욕을 떠난 첸이 자신처럼 새로운 도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무리에 속해 이동하는 과정이다. 첸은 전염병을 피해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과 전염병에 걸려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직장과 집을 오가는 루틴을 반복하며 일을 한다. 그런 첸을 일 중독자, 사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첸이 지켜야 할 가족도 없고 달리 갈 곳도 없어서 끝까지 회사에 남은 것으로 본다면, 최후까지 떠나지 않은 첸의 선택은 오히려 우울의 발로 또는 죽음(을 통한 탈출)에의 희망으로 읽힌다.


마침내 뉴욕을 떠나 새로운 도시로 향하는 과정에서 어느 생존자 무리에 합류하게 된 첸은 중국계 이민자 1세대였던 자신의 부모를 떠올리기도 한다. 자식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하기 위해 언어도 문화도 낯설고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땅으로 이주한 부모의 삶과, 뱃속의 아기를 지키기 위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생존자 무리에 합류한 자신의 처지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고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아시아계 이민자 여성의 서사라는 점에서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의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연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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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날씨 - 위기가 범람하는 세계 속 예술이 하는 일
올리비아 랭 지음, 이동교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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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알아야 할 작가는 많다. 올리비아 랭의 산문집 <이상한 날씨>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올리비아 랭의 명성은 전부터 많이 들었다. <외로운 도시>라는 책이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그 책보다 먼저 이 책이 눈에 들어와서 읽어보았는데 여러 면에서 예상 밖이었다. 


첫 번째는 저자가 이십 대 시절에 상당히 과격한 수준의 환경 운동에 투신했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 시절의 경험담은 책 초반에 실린 에세이에 자세히 나온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불매하는 수준을 넘어서 공산품 일체의 소비를 거부하고 심지어 공장에서 만든 음식도 먹지 않을 정도였다니. 어쩌다 그런 급진적인 생각에 이끌렸는지 궁금하고 어떻게 그만둘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그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 책에 나오기는 하지만, 고생을 한 것과 마음을 바꾸는 건 별개의 일이니까.


두 번째는 저자가 레즈비언의 딸이라는 것이다. 책의 저자가 레즈비언 당사자인 경우는 여러 번 봤지만, 레즈비언의 딸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 자신은 젠더 플루이드로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 시절에 이미 젠더 플루이드라는 개념이 있어서 그걸 알고 젠더 플루이드로 자신을 정체화 했던 건지, 아니면 그때는 그런 개념이 있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젠더 플루이드였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저자의 책을 더 읽게 될 듯하다.


이 책 자체는 저자가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한 에세이, 비평, 서평, 대담 등을 담고 있다. 에세이보다는 비평, 서평, 대담의 비중이 높고, 당시 영미권 예술계(문학, 음악, 미술, 사진 등)의 유명 인사들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내가 아는 사람에 관한 글은 재미있게 읽었고 내가 모르는 사람에 관한 글은 대강 읽었다. 영국의 여성 작가인 힐러리 맨틀과 앨리 스미스에 관한 글이 특히 좋았다. 둘 다 관심 가는 작가인데 작품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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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안개의 풍경 스가 아쓰코 에세이
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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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번 주에 엄마와 여동생, 나 이렇게 셋이서 홍콩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었는데, 아버지의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급하게 병원 예약을 잡는 바람에 여행을 취소하게 되었다. 어제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 왔는데 걱정할 만한 상태는 아니라는 걸 확인한 건 다행이지만, 취소된 여행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엄마는 6월이나 7월 중에라도 다녀오자고 하셨지만 한여름의 홍콩은 감당할 자신이 없다. 삿포로나 아직 못 가본 일본의 소도시에 다녀오면 어떨까 싶은데, 삿포로는 어제 지진 소식 때문에 불안하고 소도시는 동생이 탐탁지 않아 하는 눈치다. 그냥 혼자 다녀올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 스가 아쓰코의 산문집 <밀라노, 안개의 풍경>이다. 이 책은 1990년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나로서는 <트리에스테의 언덕길>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은 스가 아쓰코의 책이다. 1929년 일본 효고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유복한 가정의 딸이었으나 가톨릭 사회주의 운동에 관심이 있어서 '여자는 공부도 일도 할 필요 없고 일찍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게 최고'라는 전근대적인 생각을 거부하고 서른 살이 되기 직전에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파리, 로마를 거쳐 밀라노로 간 저자는 코르시카 서점을 운영하며 가톨릭 사회주의 운동가로도 활동한 주세페 리카를 만나 결혼했다.


안타깝게도 결혼 생활은 1967년 남편이 심장 마비로 급사하면서 끝이 났고, 얼마 후 저자는 13년 간의 이탈리아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귀국했다. 그러나 이 때의 경험은 저자에게 '지울 수 없는 궤적'을 남겼고 여러 권의 책으로 남았다. 그 중 한 권인 이 책에는 저자가 처음 유학 갔을 때 만난 친구들과 남편을 만나 밀라노에 정착해 살며 사귄 사람들, 이탈리아에서 번역가로 일하면서 만난 출판인들, 세상을 떠난 남편과의 일화 등이 실려 있다. <트리에스테의 언덕길>에 등장하는 이탈리아의 국민 시인 사바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얼마 전에 읽은 이탈리아 소설 <표범>에 대한 언급도 있어서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저자가 아직 청소년이었던 시절에 유럽으로 출장을 간 아버지가 엽서를 보냈는데, 엽서에 인쇄된 사진 속 나폴리 베수비오 화산의 모습을 보고 미호노마쓰바라에서 바라본 후지산을 떠올렸다는 대목이다. 미호노마쓰바라는 시즈오카에 있는 해변으로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곳인데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는 아니다. 나는 작년에 콘서트를 보려고 시즈오카에 갔다가 일정이 비어서 이곳에 다녀왔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가봤다고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 대목을 읽고 내가 이걸 이해하려고 미호노마쓰바라에 가봤구나 싶었다. 이래서 부지런히 여행을 다녀야 하는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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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프
살만 루슈디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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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의 에세이 <나이프>는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책이다. 저자 살만 루슈디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만큼 알고 있었다. 1981년 장편소설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을 수상했고, 1988년 장편소설 <악마의 시> 또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나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작가를 처단하라는 내용의 종교 칙령(파트와)을 내리면서 최근까지 은둔 및 도피 생활을 했다. 2022년 8월 12일 미국 뉴욕주 셔터쿼의 야외 강연장에서 무슬림 극단주의자 청년에게 피습을 당해 오른쪽 눈을 실명했으나 목숨은 건졌다. 그런 저자가 다시 한 번 목숨을 걸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일종의 회고록으로서 피습 이전과 이후의 기록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파트와 이후 1995년까지 영국 정부의 보호 하에 도피 생활을 했던 저자는 2000년 미국으로 이주한 후부터는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 2022년에는 파트와가 내려진 지 33년이 지난 데다가 저자의 나이가 벌써 일흔을 넘겨서 지병으로 사망할 확률도 높았다. 돌이켜 보면 예지몽 비슷한 꿈을 사건 직전에 꾼 것도 같지만, 오랫동안 살해 협박에 시달리며 온갖 악몽을 꾸었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사건 당시 범인이 자신을 향해 달려 오는 모습을 보면서 한 생각도 "그래, 너로구나, 이제 왔네."였을 만큼 저자는 많이 시달리고 지친 상태였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학적으로 다 그랬다.


그러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과 실제로 죽을 뻔했다가 살아나는 경험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저자는 파트와를 당하고 온갖 협박을 당하고 심지어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버림 당하는 일을 겪으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였다. 그러나 사건 당시 칼을 든 남자가 사람을 찌르는 모습을 보면서도 도망 가지 않고 자신을 구하러 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고 사람에 대한 신뢰가 차오른다. 오랫동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로 살았고, 실제로 피습을 당해 죽을 뻔했으나 결국 죽지 않는 경험을 하면서 생사는 사람이 정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병문안을 와주었던 친구나 동료들이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겸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는 파트와 이후 자신의 창작 활동이 전부 정치적, 종교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한 반감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는데, 피습 이후로는 그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피습까지 일어난 이상 더는 자신의 삶과 파트와를 분리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차라리 그것에 관해 직접적인 글을 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어떻게 보면 피습 사건은 저자가 33년 넘게 겪은 고통이 실체화된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저자는 전 생애에 걸쳐 종교와 정치, 문학의 상호작용을 체험(또는 입증)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저자는 범인이 유튜브 영상 몇 개를 보고 자신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며, 무지와 혐오 그리고 이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키는 온라인 매체가 21세기의 새로운 '칼'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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