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1~3 + 호빗 세트 - 전4권 톨킨 문학선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김보원 외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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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걸쳐 볼 영화이기에, 영화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 10여년 전부터 책으로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워낙 잘 읽히지 않던 터였다. 이번에 나온 전면개정판은 좀 괜찮다고 본다.


영화의 방대한 세계관과 이야기들을 한번만 읽고는 제대로 된 리뷰를 남기기는 어려우므로, 몇가지 인상적인 점들만 적고자 한다.


- 당연한 말이지만 (책을 집어든 목적이기도 하고) 배경, 맥락, 주요동기 들을 잘 알 수 있었다. 쉘로브, 팔란티르, 갈라드리엘, 마술사왕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


- 20세기 문학적 성취이다. 공간에 대한 회화적 묘사가 상당하다. 곳곳에 액자식 구성을 차용한 점도 흥미로운데, 예컨대, 사루만은 영화와 관련되어서는 단 한번만 등장한다(영화에 다루지 않은 부분에서 두 번 정도 등장).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전래동화 수준으로 평면적인 데 그친 점이 아쉽긴 하다.


- 방위에 대한 이야기가 장황하다. 동으로 갔다, 북으로 갔다, 남쪽으로 꺾었다가, 인두인대하 동쪽에 뭐가 있고 이런 부분이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반지원정대』말미에 이르러서야 대충 동쪽에 모르도르가, 서쪽에 로한이, 남쪽에 곤도르가 있다는 등 체계가 잡혔는데,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참 죽을 맛이었다.


- 아무래도 서양문학, 특히 전쟁을 다룬 작품들이 시인들의 노래('서사시') 형태로 다뤄지다보니 호메로스의 서사시들과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가 떠올랐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갖은 모험 끝에 대규모 전쟁에서 적을 물리치고 왕의 자리를 되찾는 서사는 그러한 노래들의 흔한 소재니까. 다만, 세계를 구한 인물로 '인간'이 아닌, 반인족 '호빗'을 설정했다는 점이 다른 톨킨만의 매력일 것이다. 선악을 뚜렷하게 구분한 점이 퇴보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 프로도와 샘이 단순한 주종관계를 넘어 동성애 코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와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관계는 고대 희랍에서 남성 간 이상적인 연애로 여겨졌다는 경향을 반영해 동성애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신라의 사다함과 무관랑의 사이도 그렇게 보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샘이 희한하리만치 프로도에 대해 충정을 보이지만, 원작에서는 '살아하는 프로도 나리', '제 옆에서 주무세요' 등 대사로 볼 때 여지가 충분하다(샘이 로지와 결혼하여 많은 자손을 낳았음에도 그러한 추측은 유효하다).


- 에오윈은 영화에서 단순히 검술을 좋아하는 여전사로 보여졌지만, 여기서는 자신의 주어진 성역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즉 작가는 이 캐릭터를 통해 페미니즘을 다루고자 한 것 같다(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제2빌런 캐릭이었던 나즈굴의 군주는 'man'의 손에는 절대로 죽지 않을 운명이었지만, 결국 woman인 전사의 칼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다만, 파라미르와의 로맨스를 시작하면서 다시 여성성으로 돌아가는 한계는 있었다.




- 영화 '왕의 귀환'에서 아르웬이 필멸의 인간이 되고자 하면서 죽어가는 설정이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원작에서는 아니나다를까 그런 얘기가 없다. 반면, 케이트 블란쳇의 배역인 '갈라드리엘' 부인의 경우,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배우가 그 고혹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 솔직히 번역이 매력적이지는 않다. 역자들이 영문학 전공자들이고, 톨킨의 저서를 주로 번역한 점이 이 전집에 권위를 실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꽤 재미있었음에도 집중하기 힘들었던 게 번역이 20% 정도는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간간이 오타도 보였다. '그런데 보라!' 이런 부분도 별로였다. 그러나 톨킨의 번역지침에 따라 우리 고유말을 살렸다는 점은, 옛말이나 방언을 살린 우리문학의 성취만큼이나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영화를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잘 압축했고 톰 봄바딜 등 지루한 부분은 쳐내는 등 등장인물을 간소화했다. 더불어 나즈굴이나 사우론이 내뿜는 공포감은 극대화했으며, 골룸의 행동과 심리 묘사는 원작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전쟁에 임한 왕들의 비장미 - 펠렌노르 평원의 전투에서 세오덴 왕의 독려, 모르도르에서 아라곤의 독려 - 는 좋아하는 장면들인데, 모두 제작진의 창작이다.


책을 마무리하고 나서도, 나는 이 책을 영화를 더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독립적인 문학작품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본다. 장르문학에 대한 나의 편견이 여전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지금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만 다시 읽어 나가는 중인데, 그러다가 작품이 더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아닐 것 같다. 


리디셀렉트에서 읽었으며, 추석 연휴 마지막날에 끝냄. 

** 『호빗』은 읽지 않았으며, 읽을 계획 없음. 영화 1편 보다가 잠든데다, 이 작품에서도 호빗 동네 이야기는 재미있지는 않았기 때문임

이 책은 주로 호빗에 관한 것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독자는 그들의 성격에 대해서는 많이,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는 조금 알게 될 것이다. - P41

"...그건 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ㅂㄴ지야. 그 반지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그것을 소유한 사람은 누구나 그 반지에 완전히 압도당하게 되어 있네. 반지가 사람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지..." <반지원정대> - P124

"인간들은 위대한 반지들 중 하나만 가져도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어. 물론 더 성장하거나 힘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죽지 않고 생명이 유지되는데, 그러다가 결국은 순간순간이 권태로워지지. 그리고 만약 다른 사람에게 자기 형체를 감추기 위해 반지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 몸이 점점 ‘소멸‘되지. 그러다가 영원히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에는 반지를 지배하는 암흑의 권능이 감시하는 미명의 지대를 헤매게 되어 있어. 언젠가는 말이야. 혹 의지력이 강하거나 원래 선량한 사람이라면 그 순간이 다소 지연될 수도 있겠지만, 의지력이나 선량함이라는 것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일세. 결국엔 암흑의 권능에 사로잡히고 만다는 것이지.." <반지원정대> - P125

지상의 요정 왕들에겐 세 개의 반지,
돌집의 난쟁이 왕들에겐 일곱 개의 반지,
어둠의 권좌를 앉은 암흑의 군주에겐 절대반지
어둠만 살아 숨쉬는 모르도르에서.
모든 반지를 지배하고, 모든 반지를 발견하는 것은 절대반지,
모든 반지를 불러 모아 암흑에 가두는 것은 절대반지
어둠만 살아 숨쉬는 모르도르에서. <반지원정대> - P128

"...그 어둠의 그림자는 한번 패한 뒤에도 언제나 다른 형태로 다시 나타나지."
"우리 시대에는 제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나도 그렇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그런 심정이겠지. 하지만 시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거야..." <반지원정대> - P130

"...힘의 반지는 자신을 스스로 지킨다네. 반지가 주인을 버리고 떠날 수는 있지만 주인이 그것을 버릴 수는 없는 거야.기껏해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있지. 하지만 그것도 반지의 노예가 되기 전의 초기에나 가능한 일이야..." <반지원정대> - P139

"...살아 있는 이들 중 많은 자가 죽어 마땅하지. 그러나 죽은 이들 중에도 마땅히 살아나야 할 이들이 있어. 그렇다고 자네가 그들을 되살릴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죽음의 심판을 그렇게 쉽게 내려서는 안 된다네." <반지원정대> - P147

"하지만 어디서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것입니다."
"용기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얻어집니다. 희망을 가지십시오." <반지원정대> - P193

"... 지금은 휴식을 취해야 하지. 세상이 어둠 속에 들 때는 듣는 것도 조심해야 하지...(중략) 편히 자! 밤의 소리도 두려워하지 말고, 회색 버드나무도 두려워 말게..." <반지원정대> - P285

황금이라고 해서 모두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방랑자라고 해서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속이 강한 사람은 늙어도 쇠하지 않으며,
깊은 뿌리는 서리의 해를 입지 않는다. <반지원정대> - P371

‘흰색! 시작할 때는 그 색이 적격이지. 흰색은 염색을 할 수도 있고, 흰 페이지는 글을 적을 수도 있고, 흰빛은 쪼개질 수도 있으니 말이오.‘ ‘그럴 경우에 그것은 더는 흰색이 아니오. 어떤 사물의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그것을 파괴한다면 그는 이미 지혜의 길을 벗어난 것이오.‘ <반지원정대> - P545

"... 절망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절망이란 아무 의심 없이 종말을 확신하는 이에게만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 본 뒤 남은 필연을 인식하는 것은 오히려 지혜입니다. 거짓된 희망에 매달리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우둔하게 보이겠지요..." - P568

"...강한 자나 지혜로운 자는 멀리까지 갈 수 없습니다. 그 길은 강한 자 만큼의 희망을 가진 약한 이가 가야 하는 길입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인 것은 사실 그런 식이었습니다. 강자들의 눈이 다른 곳을 향하는 동안, 작은 손들은 바로 자신들이 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겁니다." <반지원정대> - P569

"... 사실 암흑군주의 위력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때는, 바로 그와 맞서 싸우는 동지들 간에 분열이 일어나는 때요." <반지원정대> - P742

"아마도 올바른 선택이란 없는지도 모르오." <두개의 탑> - P20

"간달프의 계획은 자신이나 다른 이들의 안전을 내다보고 세워진 것은 아니었네. 비록 끝이 암울하더라도 거부하기보다는 시작하는 게 나은 일들이 있지..." <두개의 탑> - P73

"...우리와 우리의 모든 친구들에게 전쟁이 닥쳐와 있어. 반지의 사용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전쟁이지. 그것을 생각하면 내 가슴은 크나큰 비애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네. 많은 것들이 파괴될 것이고 모든 것이 상실될 수도 있으니까..." <두개의 탑> - P196

"...펠렌노르의 성벽을 수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해야겠소. 이렇게 폭풍이 눈앞에 닥쳐왔을 때는 그대들의 용기가 가장 좋은 방어책이 될거요..." <왕의 귀환> - P20

"...아쉬울 때에 도움과 충고를 무시하는 자존심은 어리석음일테니." <왕의 귀환> - P38

"당신은 백성들에 대한 의무가 있소."
"그 의무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왔어요. 그렇지만 저도 에오를 왕가의 후손 아닌가요? 보모가 아니라 여전사 아닌가요? 전 머뭇거리기만 하면서 아주 오래 기다려 왔어요. 이제는 비틀거리지 않으니, 제 인생을 제 뜻대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왕의 귀환> - P90

"의지가 부족하지 않으면 길이 연린다고들 하지..." <왕의 귀환> - P131

"이번에도 그 암흑 기사 대장이 그들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그가 퍼뜨리는 공포는 그보다 먼저 강을 건넜습니다." <왕의 귀환> - P157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그게 얼마나 될 것 같은데? 그는 이 세상이 시작된 이후 수많은 강국을 몰락시킨 무기를 갖고 있잖아. 바로 굶주림 말이야." <왕의 귀환> - P168

세오덴 왕이 답했다.
"그 일을 하려고 우리가 멀리 달려왔소. 우리는 그것을 시도할 것이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는 오직 내일이 알려줄 것이오." <왕의 귀환> - P194

"...사실 그것은 여럿이 아닌 단 하나의 주인만 사용할 수 있소. 그러니 그는 우리 가운데 가장 강한 자가 다른 이들을 누르고 그 반지의 주인이 되기 위해 다툼을 벌일 시간을 예상할 거요. 그럴 때에 그가 돌연히 행동을 취한다면 그 반지는 그를 돕겠지." <왕의 귀환> - P288

"...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도 틀림없이 멸망할 텐데 그렇게 죽는 편이, 차라리 새 시대가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인식하며 죽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오." <왕의 귀환> - P289

"그 분의 바람은 제겐 명령입니다." <왕의 귀환> - P290

"사람이 성문보다는 나은 법이지. 사람들이 성문을 버리고 달아난다면 어떤 성문도 적에 대항해서 견뎌내지 못할 겁니다." <왕의 귀환> - P292

그는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 이제 돌아왔어." <왕의 귀환>

Fin. - P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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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 : 우라사와 나오키 단편집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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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 찐팬들을 위한 서비스. 로커로서의 그의 뿌리를 알 수 있어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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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엠
앙리 뮈르제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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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도 어려웠던 때가 다들 있다. 20대부터 승승장구하던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어려움을 뚫고 부와 명성을 거머쥔 이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이야기이다.

 

이 책 '보헤미안의 생활정경', 일명 '라 보엠'은 자유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유라는 건 각 분야 네 예술가(보헤미안)의 삶이 돈에 얽매이지 않고 지극히 자유분방하다는 것이고, 사랑이라는 건 각자의 연인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게, 배경이 19세기 중반의 파리였음에도 그 사랑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연인이 만나고 함께 살고, 그러다 싸우거나 구속됨에 지쳐 헤어져 다른 연인을 만나지만 서로를 잊지 못해 돌아오곤 한다. 동시대인 프랑스 제2제정 시기를 다룬 에밀졸라의 '목로주점'이 여자가 전남편과 현남편 둘과의 기묘한 동거를 묘사하고 있다. 지금의 프랑스인들도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호한다고 하는데, 이미 이 이전부터 프랑스는 연인들의 동거가 일반화 되었던 것 같다.

 

나아가, 두 여자 주인공의 당당함이란! 그들은 서로 닮은 듯 다른 캐릭터이다. 먼저, 미미는 캐시미어 등 비싼 물건을 사줄 수 있는 재력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그 푸른 눈에 반한 폴 자작의 마차에 몇 번이고 오른다. 반면, 뮈제타는 그 매력에 남자가 줄을 서기 때문에 입맛대로 고른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건 언제나 마르셀이라고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한다.

 

'80프랑짜리 코르셋 안에 심장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아요...'

 

'후렴구는 마르셀이에요...'

 

이러한 당당함으로, 둘은 보헤미안 남친들과 귀족 젊은이들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영국에서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게 20세기 초이고, 프랑스는 20세기 중반이다. 그런데 투표권과 관계 없이, 이미 100여 년 전부터 프랑스 여성들은 자신들의 권리, 사랑 등을 주장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물론 목로주점의 제르베르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어찌됐든, 진솔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크게 성공을 거두어, 작가인 뮈르제는 안정된 여건 속에서 글쓰기를 계속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로돌프는 바로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뒤마나 발자크 처럼 돈에 쫓겨 살다 끝난 것 같은데, 그로서는 무척 다행이다.

 

19세기는 프랑스 문학계에 엄청난 작가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였다. 발자크, 빅토르, 알렉상드르 뒤마, 뒤이어 에밀 졸라 등등... 다들 사회문제를 고발하거나 남자들의 모험담을 다루는 등 묵직한 글들을 썼다. 그 틈새로 이렇게 작고 아기자기한, 현대 시트콤의 원형이 될만한 이야기를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은 이 연작소설의 에피소드 몇 개를 재구성한 것인데, 미미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분위기와 캐릭터들의 특성을 그대로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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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오셀로 - 열린책들 세계문학 193 열린책들 세계문학 19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권오숙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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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얘기지만, 국가로부터 암건강 관리 안내메시지를 받은 나이에 처음으로 셰익스피어를 읽었다. 나는 베르디의 '오텔로'를 먼저 보고 원전을 알고 싶어 읽었다.

 

다른 원작을 둔 오페라들이 그러듯, '오텔로'도 캐릭터들의 동기가 좀 약하다. 원작인 희곡 오셀로는 '질투'의 드라마다. 무어인이 백인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여 손수건 하나로 파멸해 가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비단 오셀로 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역시 질투에 의해 움직인다. 로더리고는 오셀로를 질투해서 살인을 저지르려 한다. 심지어 이아고의 동기도 질투다. 오페라에서는 단순히 무어인 상관이 싫어서 그렇게 행동하는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도 오텔로를 질투한다.

 

"사람들은 그 놈이 내 이불 속에서 내가 할 일을 대신 했다고들 생각하지. 이것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일에 있어서는 의심만 들어도 확실한 것처럼 보복을 해야해."

 

이제, 캐릭터들의 행동의 동기가 분명해졌다. 오셀로는 질투 때문에 아끼는 부하인 캐시오와 데스데모나를 죽이려 한다. 이아고는 질투 때문에 로더리고를 움직여 캐시오를 죽이려 한다. '아키텍쳐'인 이아고는 이를 이용해 오셀로를 움직이고, 로더리고를 움직이고 캐시오를 움직인다. 보면 볼수록 인간성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역자는 후기에서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이 작품을 해설하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이 극의 비극성은 오셀로의 질투심에 더해 가부장제 하의 그릇된 여성관이 결합한 것이라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정조를 상실한 여성에 대한 남성 간 연대감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문득 동남아-인도에서 가장의 의도에 반하여 결혼하거나,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에 대한 집안 남자들의 폭력이 떠오른다. '명예살인'. 여성의 정조(honor)는 곧 그것을 소유한 남성의 명예(honor)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4벡여 년 전의 셰익스피어와 지금의 인도-파키스탄의 여성관이 별 차이가 없다니. 그의 인종주의적 편견이 여전히 통용되는 것이라는 말인가.

 

"무식한 인도 사람처럼 제 손으로 제 종족 전체보다도 값진 진주를 버린 자라고."

 

번역은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주석과 맞물려 재미있게 읽었다. 영한 대역본이나 좀 더 시적인 번역본을 읽고 싶다.

[이아고] 예전처럼 2순위가 1순위의 뒤를 따르는 경력순으로 승진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추천장과 총애에 따라 이루어지니

[이아고] 누구나 다 대장이 될 수 없는 법이고, 또 대장이라고 누구나 진실로 충성스러운 부하를 둘 수도 없는 법입니다. 나리께서도 무릎을 구부리고 충성을 다하는 많은 작자들이 노새처럼 먹을 것만 주면 그저 비굴한 의무를 다하면서 세월을 허비하다 늙어 해고당하는 꼴을 많이 보셨겠죠. 그렇게 충직한 놈들은 회초리질을 해야 합니다.

[이아고] 저는 그를 섬기면서 실은 저 자신을 섬기는 겁니다. 제가 사랑과 충성심으로 그를 따르는 듯 보이지만, 실은 특별한 목적으로 그런 척하는 것은 하늘이 알 터입니다.

아, 혈육이 이토록 배신을 하다니! 세상 아비들이여, 이제부터는 딸년들의 행동만 보고 그 마음을 믿지 말지어다. - P14

[오셀로] 저는 전쟁과 전투에 관한 것이 아닌 이 위대한 세상에 대해서는 별로 말을 잘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 자신을 변명하는 일에서도 대의명분을 그럴싸하게 꾸며 말할 줄 모릅니다. - P24

[오셀로] 그녀는 제가 겪은 위험들 때문에 저를 사랑하고 저는 그녀가 그것들을 동정해 주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노라고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사용한 마술입니다. - P27

내 보물, 네 소행을 보니 또 다른 자식이 없는 게 다행이구나. 네 사랑의 도주를 보고 나는 독재의 필요성을 배워 자식들에게 족쇄를 채우게 했을 테니까. - P29

[공작] 그동안 희망을 두어 왔던 해결책이 어쩔 도리가 없이 되어 최악의 상태를 보게 되면, 슬픔도 끝내야 하는 법이오. 다 끝나 지나가 버린 불운을 슬퍼함은 불행을 더 질질 끌고 가는 짓이오. - P29

말은 말일 뿐, 말이 귀를 통해서 상처받은 가슴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아직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 P30

[이아고] 우리에게는 날뛰는 감정과 음욕의 자극과 끓어오르는 정욕을 식혀 줄 이성이 있지요. 나라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도 제가 보기엔 음욕의 곁가지이거나 어린 가지에 불과합니다. - P34

이 끔찍한 일이 세상의 빛을 보게 하려면 지옥과 밤의 도움을 받아야 해. - P36

너무 기뻐 가슴이 벅차오.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심장이 만들어 내는 최대의 불협화음이 되게 하소서! - P47

훌륭한 내 사랑, 내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파멸이 내 영혼을 붙잡아 가기를! - P76

[이아고] 사람은 모름지기 겉과 속이 같아야죠. 그렇지 않은 자들이 정직한 체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 P78

좋은 평판은 우리 영혼의 가장 소중한 보석입니다. - P79

가난해도 만족하면 부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해질까 늘 염려하는 자는 아무리 부자여도 겨울처럼 가난합니다. - P80

[이아고] 위험스러운 억측은 원래 독약과 같아서 처음에는 구미에 맞지 않는 것을 잘 모르지만 혈액에 조금만 작용하면 유황 광산처럼 타오르지. - P87

도둑맞은 자가 도둑맞은 것을 모를 때, 모르는 채로 놔두면 그자는 아무것도 도둑맞지 않은 거지. - P88

[에밀라아] 남자의 본심은 한두 해만에 나타나지 않아요. 그들은 모두 위장이고 우리 여자들은 모두 음식에 불과해요. 그들은 게걸스레 우리를 먹고, 배가 부르면 뱉어 버리죠. - P98

질투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은 소용없어요. 그들은 이유가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질투심이 많아서 질투하는 것이죠. 질투심은 스스로 잉태되어 태어나는 괴물이에요. - P100

죄를 지으면 혀를 놀리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드러내는 법입니다. - P138

[이아고] 오늘 밤은 내가 아주 일어스든가 아주 파멸하든가 하는 밤이다. - P140

그자의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다 목숨을 지녔다 해도 내 복수심은 채워지지 않아 - P144

[오셀로] 아, 견딜 수가 없구나! 아,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거대한 일식과 월식이 생겨서 암흑이 엄습하고 놀란 지구도 이변에 입을 벌리는 듯하다. - P144

이는 달의 궤도 이탈 때문이다. 달이 평소보다 지구에 더 가까이 다가와서 인간들이 돈 거야. - P145

내키시면 명예로운 살인이라고 말씀해 주시오. 이 모든 짓을 증오심이 아니라 명예심으로 했으니.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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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즐긴다 지만지 드라마
빅토르 위고 지음, 이선화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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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지금까지 본 오페라가 40편 이상인데, 그 작품의 원작인 문학작품들을 읽어본 게 하나도 없었다. 한때 위고, 졸라, 디킨스 등에 빠져 지냈는데도.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읽었던 작품들은 오페라 작곡가들이 별로 안 땡겨했던 것 같다(푸치니에게 '레 미제라블'의 오페라화 제안이 갔었으나 거절했다고). 내가 즐겨 소설을 즐겨 읽었지만, 오페라의 원작들은 대부분 희곡인 것 같고, 그래서 실러, 괴테, 셰익스피어 등의 희곡 작품들이 오페라 작곡가들의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절치부심해서 간만에 서양고전문학을 읽어보기로 했고, (비싸지만) 이 작품을 택했다.

 

의외로, 위고의 이 작품과 베르디의 '리골레토'는 거의 내용이 같다. 오페라는 희곡의 마지막 한 장(scene)만을 옮기지 않았을 뿐이다(나는 오페라의 엔딩이 더 마음에 든다). 주인공이 '왕'에서 '광대'로, 등장인물의 이름과 공간만 바뀌었을 뿐, 귀족계급을 까기 위한 목적의식까지 똑같다.

 

희곡은 '레 미제라블'이나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봤던 것처럼 위고 특유의 장광설로 빼곡하다. 오페라는 가락이라도 붙어 있지, 이걸 어떻게 다 외워서 말할지 의아할 정도. 당연히, 리브레토의 상당 부분이 희곡의 대사를 차용했지만 대부분 축약되어 있고, 그래서 오페라에서는 동기라든가 이해가 잘 안되던 부분들을 이 작품을 통해 명백히 알 수 있었다.  놀라웠던 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이 프랑수아 1세가 남긴 시에 곡을 붙였다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남았을 그 싯구가 베르디의 음악을 타고 지금까지 모든 이들의 뇌리에 남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 위고가 했다는 유명한 말, '인생은 꽃, 사랑은 그 꽃의 꿀'이라는 구절을 여기서 발견한 것도 반가웠다. 매우 낭만적으로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프랑수아 1세의 작업용 멘트라는 걸 알고는 환상이 다소 깨지긴 했지만, 역시 위고의 말을 다루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마지막으로, 해설이 매우 풍부하다. 박종호의 '리골레토' 해설과 겹치는 것으로 보아 이 책을 참고했음이 틀림없다. 따라서, '리골레토'를 더 즐기고 싶다면 이 희곡을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곳곳에 문맥이 다소 이상해 오역 스멜을 풍기는 곳이 몇 군데 있긴 해도 전반적으로 번역은 훌륭한 편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별 하나 삭제.

백작, 이번 연애사는 어떻게든 성사시키고 싶구료. 출생도 불확실하고 부르주아 여자이긴 하지만 미모가 여간 아니거든.

연애사에서 허술한 전략의 보완책은 신비주의라고 할 수 있죠. 위장술 말입니다.

저는 꼬투리 잡는 일에 열중할 테니 폐하께서는 즐기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 참 상서롭지 못한 징조올시다! 왕이 향락에 빠진 것보다 위험한 것은 없지요.

왕께서 누리는 즐거움은 늘 누군가에게서 가로챈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누이건 딸이건 부인이건 유혹으로부터 잘 지켜내십시오. 도락에 빠진 권력자는 해를 끼칠 생각밖에는 안 하는 법이니까요. 그 안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건 백성들 몫 아니겠습니까. 입으론 웃고 있어도 안으로는 온갖 뾰족한 이빨을 숨기고 있지요.

눈을 멀게 하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지요.

당신은 왕이고 저는 아비입니다. 나이로 보면 왕권을 가져 마땅한 나이지요. 우리는 둘 다 머리에 왕관을 두르고 있지요. 그 누구도 금으로 된 백합 왕관을 쓰고 있는 폐하나 백발을 하고 있는 제게 방자한 시선을 던질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우리 둘 다 처지가 비슷하군. 한 명은 가시 돋친 혓바닥을 갖고 있고 다른 한 명은 뾰족한 날을 품고 있고. 내가 사람들을 웃기는 사람이라면, 저자는 죽이는 사람이고.

인생은 한 송이 꽃과 같은 것이고, 사랑은 그 꽃에서 난 벌꿀이지. 사랑은 하늘에 있는 독수리와 맺어진 비둘기와 같은 것이라오. 사랑은 밀어붙이는 힘에 전율하는 은총과 같은 것이오. 사랑은 가만히 내 손 안에서 스르르 녹아내리는 그대 손과 같은 것이지.

악마는 자기 식대로 일을 풀어나가지요!

여자는 죽 끓듯 변덕을 부리지.
여자를 믿는 건 미친 짓이라네.
여자는 수시로 바람에 흩날리는
깃털과 같으니.

저 자 이름 마리오? 내 이름도 알고 싶지 않소? 저 자 이름은 죄이고 내 이름은 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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