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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차기작이 '오펜하이머'라는 소식을 듣고, 미리 공부하려 연초부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2011)를 읽었다. 이 평전이 '오펜하이머'의 원작이라는 것은 책을 받고 나서야 알았고... 쉬엄쉬엄 읽다보니 6개월이나 걸리긴 했는데, 그래도 나름 꼼꼼히 상황들을 이해하고 영화를 보게 되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













그 후, 그의 영화들을 다시 보고 싶어져, 그러다 아직 보지 못했던 '미행'과 '테넷'도 관람하기로 마음먹었고, 아예 연대기적으로 열 편의 영화들을 차례로 보면서, 그에 관련된 영화와 책들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테넷'은 감독이 자기만 알게 만든 영화 같았고, 두어번 보고 나서야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몇 번 더 보고 싶어지는 오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 『테넷: 메이킹 필름북』(2020)을 읽었는데, 그야말로 제작과정을 담은 스토리북일 뿐 해설서라고 하기엔 역부족.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옛날 영화 '콘택트'를 비롯한 '마션' 등 SF영화들이 생각나서 다시 봤고('콘택트'가 '인터스텔라'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칼 세이건의 동명의 원작소설(2001)과, 그의 대표작인 『코스모스』(2006)까지 읽게 되었다. 『코스모스』는 내가 말을 더할 필요도 없이, 칼 세이건이 인류에 남긴 최대 유산인데, 이것을 소설로 작화한 것이 『콘택트』이다. 영화 못지 않게 재미있었기에 일독을 권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 감독이 참여한 첫 공식 도서』(2021)는 놀란의 어린 시절을 다룬 것은 물론, 터 '미행'에서 '테넷'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에 영감을 준 영화, 책, 작가, 철학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을 통해 그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레이먼드 챈들러,이언 플레밍 등에게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원작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영화 상영 당시에는 한창 디킨스를 좋아할 때였는데 펭귄코리아 판(2012)으로 읽었고, 올해에는 창비판(2014)으로 다시 읽었다. 창비판은, 많은 리뷰처럼 가독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꼈는데, 이는 반대로 말하면 원문에 충실한 직역이다. 그래서 읽는 맛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첫 문장과 끝 문장이 모두 유명한 거의 유일한 문학작품이 아닌가 싶은데(특히 끝 문장은 영화에서 사망한 브루스 웨인에 대한 추도사로 인용), 창비의 번역은 심심하게만 느껴졌다. 물론 디킨스의 시적인 문장들은 원문으로 읽는 게 정답이지만.













젊은 날, 놀란이 주변에 두고 읽었다는 보르헤스. 민음사 판『픽션들』(2011)의 표지 디자인은, 이 작가가 어떤 작품을 썼으며, 놀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 단편들은 '메멘토'와 '인셉션' 같은 영화에 직접적으로 영감을 제공했다. 나아가 시간을 뒤섞어 재조립하는 그의 플롯이 어디서 왔는지도.















아직은 읽지 않았지만, 놀란과 그의 영화를 만든 다른 문학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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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독서의 소득 중 하나라면, 제러미 리프킨의 낙관주의와 피터 자이한의 현실주의 사이에서 재3의 길을 발견한 거랄까? 좀 젊었을 때에는 리프킨이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에 강하게 끌렸지만, 작년에 자이한을 통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키아벨리적 세계를 마주했다. 올해에는 다른 면을 또 보았다. 역시 좋은 책을 많이 읽어 봐야 한다.


뉴맵 ㅣ 대니얼 예긴 ㅣ 리더스북 ㅣ 2021

서점에서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가 밤늦게까지 있었고 결국 구입해서 나왔다. 21세기 에너지 산업의 현재,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으며, 패권을 둘러싼 각 국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가스 공급을 둘러싸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푸틴과 유럽 간 갈등, 일촉즉발의 지역 남중국해, 중동과 아프간의 현재 등이 보였다. 다만 아마존 평점은 그의 이전 저작에 비해 후하지 않은 것 같다. 나도 이 저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그 책들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ㅣ 리사 펠드먼 배럿 ㅣ 더퀘스트 ㅣ 2021

이 책은 뇌과학을 통해, 뇌가 '예측기관'이며, 뇌를 통해 우리 몸이 작동하는 기제는 상식과 매우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뇌의 이러한 작동원리로 인해 초래되는 부정적인 사회현상을 거론하면서, 그것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얇은 책이지만 상당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이 아니었더라면 2021년 출간되어 읽은 최고의 책으로 이것을 꼽았을 것 같다.  *강양구 기자 추천





그리드 ㅣ 그레천 바크 ㅣ 동아시아 ㅣ 2021

원서 출간연도는 조금 되었지만, 굉장히 시의성이 높다. 마침 올여름 폭염으로 인해 블랙아웃이 오느냐 마느냐로 언론에서 갑론을박 하던 시기에 읽었기에 더욱 피부에 와 닿았다. 올해 에너지 관련 서적을 주로 읽었지만, 에너지(전기) 공급망(그리드)을 뗴어내 중점적으로 다룬 것도 이 책만의 매력. 에디슨으로부터 시작된 그리드의 역사, 그리고 분산형 에너지 공급체계 실현을 위한 앞으로의 그리드 형태를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 '송전탑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자가 공학자가 아닌 인류학자라는 점도 놀랍다.  *강양구 기자 추천



황금의 샘(The Prize) l 대니얼 예긴 ㅣ 라의눈 ㅣ 2017

2021년 읽은 것 중 단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책이다. 1990년대 초반 출간되어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2013년 경 증보판이 나왔지만, 에너지의 역사, 석유의 역사와 그를 둘러싼 패권다툼을 이토록 대중적으로 깊이 있게 다룬 것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드레이크 대령의 석유 시추부터,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 설립,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석유가 국가지도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으로 발전해 왔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석유 또는 그를 통해 획득한 패권보다는 석유를 찾는 모험 자체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석유 개발에 뛰어든 수많은 혁신적 기업가들의 열전(列傳)이다.    



2030 에너지 전쟁(The Quest) l 대니얼 예긴 ㅣ 올 ㅣ 2013

올해 읽은 최고의 책으로 The Prize와 함께 이것을 마지막까지 고민했더랬다. The Prize가 현대 에너지의 '역사'를 다루는 데 비해, 이 책은 석유의 현재와, 기후변화 이슈 이후 천연가스, 셰일, 원자력, 전기, 에너지 효율, 수소 등 대안에너지까지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더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제러미 리프킨이 수소 등 미래에너지들을 매우 높게 평가한 데 비해, 여기서는 각 에너지별로 시장에서 논의되는 정도 분량으로 할당하고 있어 신뢰도가 좀 더 높다. 절판인 게 아쉬울 뿐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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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는 총 40편-53권의 책을 읽었다(일본만화 제외. 편수는 임의로 정한 건데, 예컨대, 박시백 35년은 5권이 한 편,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은 각 권이 한 편임). 페이지 수로는 25,785쪽이다. 막판에 오페라 대본집 두권을 끼워넣는 등 꼼수를 부렸지만, 주 1권, 495쪽 이상은 읽은 셈. 


상반기에 거의 넷플릭스만 보다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 싶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읽어나갔고, 살면서 이렇게 많이 읽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책에 빠져 지냈다. 그렇다고 얇은 소설은 아니고(내 취향도 아님), 벽돌책도 (기준을 700쪽으로 잡는다면) 10편이다. 나이가 드니까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졌기에, 더 늦기 전에 더 오랜 시간 책을 붙잡고 있으려 했다.


그 때문에 2021년 읽은 책 중 탑티어를 선정하는 게 고민은 많아도 의미가 있다(2020년에는 독서량이 스무권이 될까말까였다). 논픽션과 픽션을 구분할까 하다가 퓰리처상도 아닌데 뭔 의미가 있나 싶어 그냥 마음가는 대로 골라봤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ㅣ 마이클 셸런버거 ㅣ 부키 ㅣ 2021

이 책을 넣느냐, 마느냐 고민이 많았다. 주류 환경운동의 위선을 고발한 점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원전을 밀어주는 건 신중히 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은 것 같다. 그러나 작금의 환경운동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툰베리 류의 인간 활동의 무조건적 자제를 지양하고, 기술의 진보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들과의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는 환경휴머니즘을 제창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기점으로 2021년 기후변화와 에너지 관련 독서열이 활활 불타오른 점도 선정사유.




반지의 제왕 ㅣ J.R.R. 톨킨 ㅣ 아르테 ㅣ 2021

영화를 워낙 좋아해 몇 년에 한 번씩 보기 때문에(올해 20주년 기념 재개봉 한 것도 전편 관람), 깊이있게 보기 위해 읽었다. 처음에는 세계관, 용어, 방위 때문에 자주 길을 잃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이렇게 재미있는 문학작품도 드물 듯. 반면,『호빗』은 영화를 싫어해서 제외했다. 책 만듦새 때문에 알라딘 리뷰에 악플이 엄청 달렸지만 나는 리디셀렉트로 읽었기에 상관 없는 문제였다.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2 ㅣ 모리스 르블랑(성귀수 역) ㅣ 아르테 ㅣ 2018

정말 오랜만에, 추리소설, 그리고 프랑스 문학에 대한 사랑으로 뜨거운 한 해였다. 원래는 홈즈를 사랑하고(그렇다고 다 읽은 것도 아님) 뤼팽은 얄밉게 생각하는데, 이 2권을 읽으면서 그게 뒤집어졌고, 20세기 초의 프랑스와 유럽의 생활상, 국제관계 등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귀한 기회가 되었다. 이 결정판은 4권까지 읽었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속이 빈 바늘(에귀유 크뢰즈)』과 『813』이 수록된 2권이다. 전자는 뤼팽을 추격하고 후자는 반대로 뤼팽이 처음으로 추격자가 된다. 현대적 스릴러물의 모태 같은 작품들이다.    



제르미날 ㅣ 에밀 졸라(박명숙 역) ㅣ 문학동네 ㅣ 2014 

2020년, 2021년 한국사회를 이보다 더 정확하게 묘사한 문학작품이 또 있을까.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들의 행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탄압하는 국가권력, 노동자를 부추겨 자신의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추구하는 선동가들, 그 선동에 넘어가 그 자신도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하는 민중들, 그 소란이 있음에도 그림 속에서 인자한 미소를 짓는 게 전부인 국가최고존엄까지. 처음 읽을 때에는 단순히 광부들의 비참한 생활과 파업을 다룬 것으로만 생각되었던 이 작품이 21세기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강한 충격을 받았다. 에밀 졸라는 진정 위대한 작가이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ㅣ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김희숙 역) ㅣ 문학동네 ㅣ 2018

이 작품은 제사(題辭)와 에필로그 때문에 읽는 것 같다.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러시아) 민중에 대한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가 진한 감동을 자아내지만, 그 내용들이 제사 한 문장에 응축되어 있다. 에필로스에서 '죽은 친구를 기억하자'는 알료샤의 외침은 또 어떤가. 기나긴 문장과 등장인물들의 장광설 때문에 힘들었지만, 끝까지 읽도록 지탱해준 것은 번역의 힘이었다. 2021년 읽은 '문학' 중에서는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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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사&일리카의 『라 보엠』을 끝으로 올 한해 독서를 마무리한다. 무척 추운 날씨에 적합한 것 같기도 하고, 독서 권수를 늘리려는 꼼수이기도 하다.


올해 독서는 권수로 53권으로(망가 제외) 아마도 내 생애 가장 많이 읽은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기도 했고, 책장을 읽을 책들로만 채우고 싶은 욕망이 강했던 것 같다. 


2021년 독서의 특징을 몇 가지만 꼽자면, 


첫째, 지리(지정학), 에너지, 과학, 미술, 경제학 등 분야를 넓히려 애를 좀 썼다. 다만, 지난해 열심히 읽었던 음악 관련서적은 없었던 점은 아쉽다.




둘째, 불문학이 돌아왔다. 도스또예프스끼 탄생 200주년이어서 연말에 『까라마조프 형제들』과 『백치』 두 권을 읽기는 했지만, 동시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불문학에도 푹 빠져버렸다. 리디셀렉트에 업로드된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을 줄기차게 읽었고, 에밀 졸라도 다시 집어 들었다.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셋째, 2021년 출간작이 꽤 되었다. 곤조가 있어 그간 시간을 견뎌낸, 검증된 책들만 선택했는데, 올해에는 신작을 읽고 싶어져 번역되는 고전문학도 올해 출간된 것 위주로 많이 읽으려 했다.  


넷째, 올해 산 책들은 거의 읽었다. 두 권은 읽다 포기하고 되팔고, 세 권을 못 읽고 꽂아 두었는데, 남은 것 중 완독/구입 비율이 역대 최고가 아닐까 한다. 이제는 읽어도 머릿 속에 오래 안 남기 때문에 깨끗이 읽는 것보다는 밑줄 쳐가면 읽고, 안 팔려 한다.


2022년 독서 목표.

여러 개가 있겠지만 최우선은 적폐청산이다. 종이책-전자책 할 것 없이 안 읽은 책이 상당한데, 안 읽으면 (희귀본이라도 피눈물을 머금고) 팔거나 읽어 없애려 한다. 20년 넘은 책도 있다. 2022년을 '내 책장은 오직 읽은 책들만' 운동의 원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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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예프스끼에 관한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열린책들에서, 200주년 기념 선집이 나왔나보다. 그런데 두가지가 아쉬운데, 1) 전집이 아니라는 것, 2) 열린책들이 자체 운영하는 표기법 대신 로마자 표기법을 따른 것이다. '라스꼴리니꼬프'와 '까라마조프'를 앞으로는 볼 수 없다. 열린책들이 열린책들다움을 버리면 굳이 찾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전집을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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