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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7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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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싫어했는데 어른이 되고 좋아지는 것들이 있죠... 요즘 들어 왠지 더 맛있게 느껴죠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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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6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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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도 즐거운 나의 집. 사랑의 등불이 켜 있는 곳. 그리운 그 집이이야말로 나의 푸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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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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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년 만. 처음 읽었을 때 인생이 너무 허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그렇다고 죽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에 읽어도 여전히 허무하게 한다. 오조가 작가 자신이라고 봤을 때, 유복한 집안 형편과 빈민들에 연민 사이에서 번민하면서 사회에 자리잡지 못하고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쉽지는 않다. 생물학적 성과 실제 느끼는 성이 일치하지 않은 성 때문에 방황하는 성소수자들이 이 작품에 공감하지 않을까. 자신을 받아들여 주지 않는 사회의 벽에 부딪혀 끝내 좌절한 변희수 하사가 떠올랐다.


「직소」
처음 읽었을 때에는 참 독특한, 반전 있는 성경소설이구나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예수에 대한 가롯 유다의 복잡한 심경이 느껴졌다. 한없이 사랑해도, 그 사랑을 알아주지 않아 발생한 그 다음의 행동에 대한 변명.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 석 장을 본 적이 있다. - P9

인간이라는 존재는 왜 하루 삼시 세끼 밥을 먹는 것일까. 정말 모두들 엄숙한 얼굴로 먹고 있군. 이것도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어서, 가족이 삼시 세끼 시간을 정해 놓고 어두컴컴한 방에 모여 밥상을 순서대로 늘어놓고 먹고 싶지 않아도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밥알을 씹는 것은 집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영혼들에게 기도하는 행위가 아닐까. - P15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이라는 존재를 알 수가 없어졌고, 저 혼자 별난 놈인 것 같은 불안과 공포가 엄습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웃 사람하고 거의 대화를 못 나눕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는 것입니다. - P17

인간의 삶에는 서로 속이면서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 P26

어떻게 하면 저처럼 인간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행동이 속여도 건드리지 않으면 탈이 없다는 둥 똑똑하고 교활한 처세술과 마찬가지가 되는 걸까요.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弔詞)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 P91

여기에 끌려와서는 정신 이상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여기서 나가도 저의 이마에는 광인,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겠지요.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 P130

나는 그분을 사랑하고 있어. 그분이 죽는다면 나도 함께 죽을 테다. 그 사람은 누구의 것도 아니야. 내 거야. 그 사람을 남의 손에 넘기느니, 차라리 그전에 내가 죽여 버리겠어. 「직소」 - P143

실로 비참하고 우스꽝스러운 희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저는 아아, 이제 이 사람도 내리막 뿐이다, 꽃은 시들기 전까지가 꽃인 것이다, 아름다울 때 잘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분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남들이 아무리 미워해도 상관없어, 하루라도 빨리 저분을 죽여 드리지 않으면 안 돼 하고 괴로운 결심을 점점 더 굳혔던 것입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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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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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황금의 샘』과 『반지의 제왕』을 추석을 기회로 끝냈는데, 벽돌을 둘이나 동시에 읽었던 터라 쉬어가자는 마음에, 서점에서 한 시간 가량 읽다가 구매했다.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안 건 책을 1/3 쯤 지나고나서였지만.


거의 10년 전 나오키상 수상작들을 한창 몰아 읽을 때,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트콤 같은 설정이 무척 인상적인게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 그 작가가 '식물학'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돌아왔다니. 처음에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고 플랜테리어나 조경 좀 공부해볼까 하고 집어들었더랜다. 그런데 웬걸, 식당 남자 종업원 얘기로 시작하더니 그가 식물학과 대학원에 배달을 갔다가 막내 여학생으로부터 '애기장대'라는 잡초를 연구하는 얘기를 듣는다. 그 얘기가 끝까지 간다. '식물학자'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책이 쉽지 않은 건 유전학과 실험에 대한 작가의 정밀한 묘사 때문이다. 과알못인 나로서는 그토록 그런 세밀함을 따라가기 쉽지 않아 진땀을 뺴고 두어번씩 읽어야 했다. 이 점 하나만으로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그런데 식물학이라니?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 일본은 기초과학 매우 튼튼해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연구를 기울인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마 물리학이나 화학 분야는 학술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최고의 영예인 노벨상이라도 있지, 식물학은 그런 것도 없는 사각의 사각이다. 지도교수인 마쓰다가 기혼인지 미혼인지 아무도 모른다. 옷은 거의 갈아입지 않고 연구실에는 책과 논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몇 명밖에 되지 않는 연구원, 대학원생들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는다. 돈이 안 되고, 전망도 없기 때문에 새학기가 되어도 신입은 들어오지 않는다. 거기에, 예쁜 꽃도 아니고 '애기장대'라는, 아무도 모르는 잡초의 '잎'을 연구하는 일은, 발견했을 때 짜릿함과 논문 외에는 별다른 보상도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식물에 대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다. 연구대상인 식물은 사랑없는 세계에 살고 있지만, 그 연구자들은 그것을 한없이 사랑한다는 역설. 


정말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여러 번 웃음을 터뜨렸는데, 작가의 표현력과 묘사는 이제는 한때 유행했던 TV장르인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두 번이나 고백했으나 차였으면 어색할 법도 한데, 계속 처음의 관계를 유지하는 그들을 보면서 흐뭇하기까지 하다. 지성과 감성을 모두 담아낸 명작이다.



* 강양구 추천

** 서점에서 구입

"식물에는 뇌도 신경도 없어요. 그러니 사고도 감정도 없어요. 인간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환경에 적응해서 지구 여기저기에서 살고 있어요.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중략) "그래서 저는 식물을 선택했어요. 사랑 없는 세계를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누구하고든 만나서 사귀는 일은 할 수 없고, 안 할 거예요." - P96

모투모라는 자신이 소중하다고 느끼고 있는 세계를 대하는 후지마루의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이 존중받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중략) 서로가 열정을 기울이는 세계는 달라도 언제까지나 함께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언제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모토무라는 하고 있었다. - P123

모토무라가 현미경을 들여다보다가 독특한 형태의 세포를 발견하고 ‘어‘하고 생각하는 순간에 느꼈던 그 느낌. 아마 마쓰다가 산울타리 너머로 동백나무를 발견하고 ‘어‘했던 순간에 느꼈을 그 느낌. 그것은 지금 모토무라가 후지마루와의 사이에서 공감을 확인하고 느끼는 그 느낌과 다르지 않다. 찌릿한 기쁨의 충격이 내달리는 느낌이다.
그것이 있기 때문에, 연구를 그만둘 수 없다.
그것이 있기 때문에, 사람으로 사는 것을 그만 둘 수 없다. - P194

모토무라는 취미든 일이든 사람이든, 사랑을 기울일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거듭한다.
그러자 신기하게 생각되는 건 역시 식물이다. 뇌도 신경도 없는 식물은 사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랑 같은 게 없어도 빛과 물만 있으면 그것을 식량으로 하여 얼마든지 성장하고 살아갈 수 있다. 먹을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과는 ‘산다‘는 것의 의미가 전혀 다른 것 같다. - P229

큰 발견을 하면 칭찬받거나 지위나 명예를 얻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는 화려함하고는 거리가 먼 실험의 나날을 오랜 기간 계속할 수 없다. 그저 식물을 좋아해서, 식물을 좀 더 알고 싶기 때문에 연구한다.
사랑,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 P279

"아니"하고 모토무라는 고개를 흔든다. 아니, 전혀 다르지 않아. 요리나 실험이나 같아. 예정대로 실험을 진행해서 예정대로의 성공을 얻을 수 있을까. 기일까지 박사논문을 제출할 수 있을까. 그런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내가 틀렸어.
실험에 짜인 줄거리는 없어. 연구에 기일 같은 건 없어. - P349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언어도 없고, 기온이나 계절이라는 개념조차 없는데도, 식물은 정확히 봄을 알고 있다. 온도계나 일기장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건 초겨울의 따뜻한 날씨가 아니라 진짜 봄이다. 슬슬 여느 해와 같이 활발하게 생명 활동을 할 시기가 왔다‘라고 판단하고 기억한다.
반대로 인간은 뇌와 언어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는 건지도 모른다. 고뇌도 기쁨도 모두 뇌가 내놓은 것이고, 그것에 휘둘리는 것은 물론 인간이기에 맛볼 수 있는 묘미겠지만, 관점을 바꿔놓고 보면 인간은 뇌의 포로라고 할 수도 있다. 실은 화분의 식물보다도 더 좁은 범위에서밖에 세계를 인식할 수 없는, 자유롭지 못한 존재. - P352

"직감을 너무 우습게 봐서는 안 됩니다." 마쓰다는 의자에서 일어나 가방에 손을 들었다. "내가 말하는 직감은 신으로부터 들은 갑작스러운 계시 같은 걸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날이 우직하게 관찰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직감을 말하는 겁니다. 모토무라 씨는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P362

실험이란, 식물이란, 이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가. 이제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 그만두고 싶지 않다. 사는 것을 그만둘 수 없듯이, 학부생 때 ‘왜?‘"알고 싶어‘하며 묻고 바랐던 것은 낭비도 잘못도 아니었다. 나는 알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위에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신기하고 매력적인 존재, 식물을 알고 싶다. 앞으로도 계쏙 살아가기 위해서 연구자로서 살아갈 거다.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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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 : 우라사와 나오키 단편집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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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 찐팬들을 위한 서비스. 로커로서의 그의 뿌리를 알 수 있어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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