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1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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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봉림 구 역본으로 읽은 지 8년 만.

이번 독서에서 새로 발견한 점을 몇 개만 적어본다.


1. 선동가들에 휘둘린 노동운동에 대한 경고

처음 읽었을 때에는 마지막 문장에 매료되어 노동운동이 싹트고 있음을 알리는 혁명소설로만 여겼다. 그런데 그것은 한 단면일 뿐이다, 외지에서 온 어설픈 혁명가의 심리도 함께 비판함으로써 선동의 위험성도 함께 다루고 있다. 랑티에는 막장을 단 한 번 경험하고는 그 비참한 생활에 증오를 품는다. 그러면서 사회주의나 무정부주의에 대해 탐독하면서 혁명을 꿈꾸고 사람들을 설득하지만, 그 과정에서 권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다. 공제조합을 설립을 주도해 돈 좀 만지고, 멋도 부리고, 인기에 취해 국회의원을 꿈꾸기까지 그의 변화하는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부르주아를 증오하지만 부르주아를 닮아가고, 그럼에도 그 현실을 부정한다. 조지 오웰에 앞서 현실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끄집어낸 것이다.


2. 탐욕적 자본가가 아닌 자본주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고발

작품은 노사 간 대립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작가는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본가들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광부들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CEO(엔보 씨),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진취적 기업가이되, 역시 아버지의 입장에서 광부들을 감싸는 탄광주(드뇔랭), 조상이 물려준 돈을 투기하지 않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자선도 베푸는 연금생활자(그레구아르 부부)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탐욕적 자본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실제로는 탄광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광부들에게 전가하고 그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혁명을 일으킨 광부들도 그리 과격분자는 아니다. 파업이 폭력적으로 변질되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자본가의 집에 일하는 하녀는 말한다. "하지만 참 이상하네요, 저 사람들은 절대로 나쁜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순종하던 사람들이 선동에 휘둘려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면, 선동가들도 그들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3. 국가, 그리고 자애롭기만 한 나라의 존엄

작품에서 국가의 역할은 중재자가 아니라 마르크스의 이론처럼 자본가의 편에서 폭력적인 민중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장랭은 폐쇄된 탄광을 지키던 소년병을 이유없이 살해한다. 한편, 마외네 집에서 팔고팔아 더 이상 팔 게 없게 되었을 때(『목로주점』을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황제와 황후의 초상만이 집에 덩그러니 남아, 자애로운 미소로 가족을 내려다본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이 부분이 특히 오늘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게 느껴졌다. 소탈하고 자애로운 모습만 보여주는 지도자는 그림에 불과할 뿐 국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에너지

작품에서 석유는 작품에서 '등유'로 기능하는, 아주 초기의 모습을 보여준 점이 눈에 띄었다. 이후 1차 대전을 전후로 석유가 세계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된다. 그럼에도 석탄은 여전히 화력발전 등 국가 에너지의 주요 원천이다. 80년대 영국의 대처 정부는 광산노동자 파업에 단호히 맞서 이른바 '영국병'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공부가 필요하다).


'제르미날'은 혁명력에서 '싹트는 달', '파종월' '牙月' 등으로 번역되며, 3~4월을 가리킨다. 30대 초반에 읽었을 때에는 노동운동과 혁명만을 다룬 것 같았던 이 작품은 이렇게 다층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물론 작품의 결론은, 광부들은 얻은 것 없이 탄광으로 돌아갔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싹이 트고 있음을 자본가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들의 삶은 점차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을 노동현실을 보면,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러나, 두번째 독서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를 묘사하는 데 절묘한 균형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었다. 그 동력은 작가가 장기를 발휘하여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언어와 행동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 데 있다. 역시 Zola 위대한 작가이다.

별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 한 사내가 짙은 어둠 속을 뚫고 허허벌판에 난 도로 위를 홀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마르시엔과 몽수를 잇는 포장도로가 사탕무밭을 가로지르며 10킬로미터에 걸쳐 곧게 뻗어 있었다. - P9

르 보뢰는 깊은 땅 속에 납작 웅크린 음험한 짐승처럼 한껏 몸을 움츠리면서 거친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치 인간의 육체를 집어삼켜 속이 더부룩한 것처럼. - P26

갱도는 그런 식으로 채탄부들이 내리는 적치장의 깊에 따라 왕성한 식욕으로 인간 가축들을 집어삼켰다. 결코 달래지지 않는 허기를 드러내며, 세상 사람들 모두를 소화하고도 남을 것 같은 거대한 창자를 끊임없이 꿈틀대면서, 갱도는 인간 가축들로 채워지고 또 채워졌다. - P48

그는 갱 속으로 다시 내려가 고통받고 싸우기를 원했다. 그리고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함께 본모르 영감이 들려준 사람들의 이야기와, 땅속에 웅크린 채 인간을 포식하고 있는 신을 떠올렸다. 만 명이 넘는 굶주린 사람들은 정체도 모르는 그 신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고 있었다. - P117

광부는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내기 위해 맥주를 마셔야만 한다. 그렇게 시작해서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때까지 술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누구를 탓하려는 말은 아니지만, 광부들이 충분한 보수를 받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152

아! 젊음이란! 아무리 먹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탐욕스러운 시절이 아닌가! - P193

그들은 지금 드디어 정의를 실현하게 될 멋진 계획을 세우고, 그를 위한 선전을 하고 있는 게 아니던가? 이제 국경 따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다 함께 들고일어나 한데 모여 노동자들이 마음놓고 빵을 먹을 수 있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었다. - P223

땅속 깊은 곳에서 광부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곡식의 낟알처럼 땅속에서 싹을 틔우고 있었다. 이제 머지않은 어느 날 아침, 들판 한가운데서 그 싹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게 될 터였다. 그렇다, 인간들이 자라나는 것이다. 정의를 바로잡을 한 무리의 인간들이. 대혁명 이후로 모든 민중이 평등한 존재가 된 게 아니었던가? - P262

그때부터 에티엔도 점점 달라졌다. 빈곤함에 묻혀 잠들어 있던, 멋과 안락함을 향한 본능이 깨어난 그는 나사 모직 옷들을 사들이고, 고급 부츠도 한 켤레 샀다. 그리고 단번에 지도자로 부상하면서, 탄광촌 사람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자존심의 달콤한 충족을 경험한 그는 처음으로 맛보는 대중적인 인기의 쾌감에 흠뻑 빠져들었다. - P268

이제 한 단계 높은 세상으로 올라선 그는 지적인 만족감과 안락한 삶을 맛봄으로써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부르주아지의 한 사람이 되었지만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 P353

파리는 멀이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지만, 혹시 또 아는가? 언젠가는 국회의원이 되어, 화려하게 장식된 회의장 연단에 서서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한 노동자 출신으로서 당당히 연설해 의기양양한 부르주아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 P354

"일부러 혼란을 가중시켜 그 틈에 자기 이득을 챙기려는 자들과는 절대 함께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려는 것뿐일세." - P376

그렇게 머리를 억지로 쥐어짜다보니 더이상의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면서 그는 광신도처럼 자기 자신을 맹신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리하여 감성과 양식에서 비롯된 신중함마저 점차 사라지면서 새로운 세상의 실현보다 더 쉬운 일이 없는 것처럼 떠벌렸다. - P446

작업반장들은 하나같이 그런 문제점을 지적한 것을 짜증스러워하면서 똑같은 말로 대꾸했다. 저들이 원하는 건 석탄이니까 지주 보강 작업은 나중에 하면 된다는 거였다. <2권> - P257

땅속에 파묻힌 광부들을 구조하는 일은 그들을 더욱더 열광시켰다. 네그렐은 마지막으로 구조를 시도하는 임무를 맡았고, 그를 돕겠다는 지원자는 넘쳐났다. 광부들은 피 끓는 형제애를 내세우며 한달음에 달려와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였다. 그들은 파업을 했던 사실도 잊은 채 임금 문제에도 더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동료들이 죽음의 위험에 직면한 순간부터 아무 대가 없이 자기 목숨을 내놓고자 했다. 모두가 그곳에 와 있었다. <2권> - P298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밝고 선명한 초록색 벽에 붙어 있는 황제와 황후의 초상화 뿐이었다. 그들은 공식적인 자비로움을 과시하듯 발그레한 입술로 미소짓고 있었다. <2권> - P313

싹트는 소리는 뜨거운 입맞춤 소리가 되어 널리 퍼져나갔다. 그리고 또다시, 여전히, 땅과 가까워지는 것처럼 동료들이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또렷이 들려왔다. 뜨겁게 달아오른 햇살이 비치는 젊은 아침에 전원이 잉태한 것은 바로 그 소리였다. 사람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복수를 꿈꾸는 검은 군대가 밭고랑에서 서서히 싹을 틔워 다가올 세기의 수확을 위해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하여 머지않아 그 싹이 대지를 뚫고 나올 것이었다. <2권>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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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3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3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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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뤼팽 작품 중 처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물론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처음 읽는 걸로 봐야 할 것이다. 


『813』과 유사하게, 뤼팽이 神이 아닌 乙의 입장에서 적을 잡기 위해 숨가쁜 추격전을 펼친다. 적이 손에 잡힐 듯 한데 만만치 않은 통찰력과 힘을 가지는 바람에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 극의 템포를 더욱 빠르게 한다. 보통 몇 달에 걸쳐 사건이 전개되던 전작들과 달리, 이것은 (부하의) 체포부터 처형까지 시간이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적과 독자를 속이는, 심리소설로서의 트릭은. 단언컨대 이 작품이 지금까지 읽은 3권의 '결정판' 중 감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아르센 뤼팽의 고백(단편집)


다시 신의 지위로 돌아온 아르센 뤼팽. 일곱 편의 단편이 고르지는 않지만, '붉은 스카프'와 '아르센 뤼팽의 결혼'은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이제는 그의 작품에서 잊혀진 인물인 줄로만 알았던 가니마르가 다시 등장하는 점도 반갑고, 이전의 작품들의 등장했던 주변인물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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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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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3년 경 김연경본으로 읽었으니, 거의 8년 만이다. 도스또예프스끼 탄생 200주년이라 하는데, 비싼 열린책들 기념본 뇌동매매는 자제하고(인테리어로만 기능할 확률 99.9%), 책장에 덩그러니 홀로 놓여 있던 김희숙본 1권을 시작으로 한 권씩 구매하면서 차근차근 읽어 나가기로.


앞뒤로 뒤적이고, 밑줄 긋고, 인상적인 부분은 통째로 타자를 쳐가며 꼼꼼히 읽으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의 장광설에 막혀, 전체적인 내용은 알겠지만, 디테일에서는 놓친 게 많다는 점을 인정한다. 대심문관의 말이나 스메르쟈코프의 궤변스런 논증, 검사와 변호사의 논고 등은 너무 길기 때문에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무진 애를 먹었다.


반면,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은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데, 부분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지점이 많다. 섬망증에 걸린 이반 표도로비치의가 자신의 내면과 대화할 때에는 프로이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언젠가 더 옛날에 한번은 "어째서 당신은 그 아무개를 그토록 증오하는 거요?"라는 질문을 받았던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때 그는 어릿광대 같은 파렴치한 감정이 폭발해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왜냐하면 이렇소. 그 사람은 사실 나한테 아무 짓도 안했지만, 대신 나는 그 사람한테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짓을 하나 했소. 그런데 그 짓을 하자마자 바로 그것 때문에 그 사람을 증오하게 되더란 말이오."


너도 그녀를 본 적이 있지? 정말 미인이잖냐. 그런데 그때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런 게 아니었어. 그 순간 그녀가 아름다웠던 건, 그녀는 고결하고 나는 야비한 놈이라는 것, 그녀가 관대하고도 숭고하게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고 나선 데 반해, 나는 빈대에 불과하다는 것 때문이었어


그렇게 자기 가슴 속을 모두 털어놓자마자, 나한테 그렇게 자기 가슴속을 다 보여줬다는 게 갑자기 부끄러워진 겁니다. 그래서 나를 이제 증오하게 된 거죠. 그는 끔찍이도 부끄러움을 잘 타는 가난한 사람에 속합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나를 너무 빨리 자기 친구로 받아들이고 너무 빨리 자신을 내줬다는 데 스스로 모욕을 느꼈다는 거예요.


그 일화는 너무 독특한 것이어서, 내가 그걸 어디서 따왔을 리는 없어. 그걸 까맣게 잊다시피 했는데…… 지금 무의식중에 머리에 떠올랐어 ― 바로 내 머리에 저절로 떠오른 거지, 네가 얘기한 게 아니야! 인간은 이따금 수천 가지 일을 무의식적으로 머리에 떠올리거든, 심지어 사형장으로 끌려가면서도 말이야…… 그 일화는 내 꿈속에서 떠올랐어. 그러니까 너도 이 꿈인 거야! 너는 꿈일 뿐, 실재하지 않아!


오, 우리는 사람들에 에워싸며 살면서 무엇이든, 심지어 가장 악마 같고 위험한 생각조차 그들에게 즉시 털어놓기를 좋아합니다. 우리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기 좋아하고,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지금 당장 이 사람들이 우리에게 곧바로 전적인 동감을 표해주고, 우리의 모든 근심 걱정을 함께하며 우리에게 맞장구 쳐주고 우리의 성정을 거스르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8년 전『죄와 벌』(홍대화 역)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김연경 역)을 처음 읽었을 때, (살해도구가 도끼라서 그런지) 강렬하고 메시지가 뚜렷한 『죄와 벌』이 더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도, 많은 도끼 팬들이 『까라마조프 형제들』를 최고로 여기는 게 이상했고, 내 이해력이 문제라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두번째 읽은 지금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모두 최고의 심리소설이긴 하지만, 『까라마조프』에는 민중의 구원과 기독교적 인간애가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초반 조시마 장로의 설교, 조시마 장로의 회고, 에필로그에서 일류사를 떠나내는 알료샤와 소년들의 맹세는, '친부 살해'라는 잔인한 소재와 대비되어 깊은 감동을 준다. 거기에 거장의 미완성 유작(2부작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아쉬움까지 더해진 점이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게 아닐런지. 나에게는 아직까지 6대 4 정도 『죄와 벌』이 판정승이지만, 나이가 더 들어 ― 아마도 저자의 나이가 되어 ― 읽으면 『까라마조프 형제들』이 인생 최고의 문학작품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식 이름에 익숙해 진 점은 이번 독서의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부칭과 수많은 애칭에 굴하지 않았다. 또 역자는 집요하게 러시아식 표현들을 살리려 애쓴 것 같은데, 그게 우리말로는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그네들의 정서를 담아내는 것 같아, 되도록 저항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다. '존대법'이 그런 경우인데, 알료샤와 열네살 소년들이 맞존대 한다든가, 약간 정신이 이상한 아버지가 아들의 친구에게 굽실대며 존대를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역자는 일일이 주석을 달아 읽는 이들의 심리적 불편함을 최소화 시키려 했다.


주석 뿐 아니라 번역도 매우 훌륭하다고 평하고 싶다. 매우 긴 문장도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으며, 다른 도끼 선생의 번역서들에 비해 힘을 많이 뺀 느낌이었다. 여성적인 도스또예프스끼라고나 할까. 게다가 주석도 간략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어렵지만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다만, '縣'이나 'O등 대위' 같은, 일제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역어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 아쉬운데, 이는 우리나라 러시아 문학계가 함께 고민하기를 바란다(러시아 문학 출판의 대장주인 열린책들이 나서야 하는 건 아닌지).


마지막으로, 나는 성경은 단 한 번 정독했을 뿐이지만, 이 작품의 題辭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다. 본문에서도 두어번 정도 언급되는 이 말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두번째 읽은 지금에야 알 수 있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 「요한복음」12장 24절


나의 주인공인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의 전기를 시작하며 나는 어떤 당혹감에 빠져 있다.
- P13

무엇보다 거짓을, 모든 종류의 거짓을, 특히 자신에 대한 거짓을 피하십시오. 자신의 거짓을 관찰하고 매시간, 매분 그것을 들여다보십시오.
- P118

그들이 자유로운 인간으로 머무르는 한, 어떤 학문도 그들에게 빵을 주지 못할 것이고, 결국 그들은 자신의 자유를 우리의 발아래 갖다 바치면서, ‘차라리 우리를 노예로 삼아도 좋으니, 제발 먹을 것을 주십시오‘라고 말할 것이다. - P512

인간 존재의 비밀은 그저 사는 데 있지 않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있으니까.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는 확고한 신념이 없다면, 설령 주위가 온통 빵으로 넘친다 해도 인간은 사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지상에 머무르느니 서둘러 자신을 없애버릴 것이다. - P515

인간은 기적을 부정하는 그 순간 곧바로 신까지 부정하게 되고 마니, 이는 인간이 신보다는 오히려 기적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 P517

끈적이는 어린 새잎들을 내가 정말 사랑할 수 있다면, 오직 너를 떠올림으로써만 그것들을 사랑하게 될 거다. 네가 여기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족하고, 삶에 싫증을 내지 않을 거야. - P534

영리한 사람과는 잠깐 얘기해도 흥미롭다더니, 그럼 그 말이 맞군요. - P565

내가 너를 그에게 보낸 건, 알렉세이, 같은 형제인 너의 얼굴이 그를 도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모든 것은 주님에게 달렸고, 우리의 모든 운명도 마찬가지란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이 말씀을 명심하거라. - P13

"몇 달, 몇 년을 더 살 겁니다." "아니, 몇 달, 몇 년이 왜 필요합니까!" 형이 소리치지요. "뭣하러 날수를 셉니까, 인간이 모든 행복을 알게되는 데는 단 하루로 충분해요." - P22

작은 씨앗, 아주 작은 씨앗 한 알만 있으면 됩니다. 순박한 평민의 영혼 속에 그것을 떨어뜨리면, 그것은 죽지 않고 그의 영혼 속에서 한평생 살게 될 것이며, 밝게 빛나는 점과도 같이, 위대한 암시와도 같이, 암흑 속에서도, 그의 죄악의 악취 속에서도 몸을 숨긴 채 살아 있을 것입니다. - P31

민중을 소중히 아끼고 민중의 마음을 잘 지켜주십시오. 정적 속에서 민중을 교육하십시오. 바로 이것이 여러분 수도사들이 수행해야 할 위대한 일이니, 이 민중이야말로 ― 하느님의 체득자이기 때문입니다. - P74

그대는 그 누구의 심판자도 될 수 없음을 특별히 기억해두라. 그것은 이 심판자가 자신이 자기도 그의 앞에 서 있는 자와 똑같은 죄인이며, 바로 자기 앞에 서 있는 자의 범죄에 대해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책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기 전에는, 이 지상에 범죄자의 심판자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로다. - P88

그대는 그 누구의 심판자도 될 수 없음을 특별히 기억해두라. 그것은 이 심판자가 자신이 자기도 그의 앞에 서 있는 자와 똑같은 죄인이며, 바로 자기 앞에 서 있는 자의 범죄에 대해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책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기 전에는, 이 지상에 범죄자의 심판자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로다. - P90

아픈 사람을 하나 거기다 두고 와서. 그 사람이 낫는다면, 나을 거라는 걸 안다면 당장 내 인생에서 십 년이라도 내놓을 텐데! - P312

내가 화나는 건, 그이가 나 같은 여자를 두고 질투했대서가 아냐, 전혀 질투를 안 한다면 오히려 화가 났겠지. 나는 그런 여자야. 질투를 한대서 화를 내지는 않아, 나 자신도 성미가 사나워서 질투를 잘 하니까. 다만 내가 화나는 건, 그이가 나를 전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지금 일부러 질투하는 척했다는 거야, 바로 그거야. - P113

거기엔 그런 사람들이 많아, 수백 명은 되겠지, 땅 밑에서 손에 망치를 들고 사는 사람들이. 오, 그래, 우리는 쇠사슬에 묶이고 자유를 잃게 되겠지, 하지만 그때 우리의 위대한 고난 속에서 우리는 새로이 기쁨으로 부활할 거야, 기쁨이 없다면 인간은 살 수도 없고, 하느님도 존재할 수 없어, 왜냐하면 하느님은 기쁨을 주는 존재니까, 그건 하느님의 특권이야, 위대한 특권……주여, 기도 속에 인간이 녹아 스러질지어다! 거기 땅 밑에서 하느님 없이 내가 어찌 살겠어? - P163

어떤 사람은 치구가 되느니 차라리 적으로 있는 게 더 유리하지. 이건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를 두고 하는 말이야. - P167

"꿈을 꿀 때, 특히 뭐 저기 위장장애나 다른 무슨 이유로 악몽을 꿀 때, 이따금 인간은 지극히 예술적인 꿈을, 지극히 복잡하고도 실제적인 현실을, 그런 사건들을, 또는 그런 사건들이 아주 교묘한 구성에 의해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세계 전체를, 그것도 자네들 세계의 가장 숭고한 현상들로부터 셔츠 가슴판에 달린 마지막 단추 하나에 이르기까지, 예쌍도 못할 만큼 아주 세세하게 보게 되지, 맹세코 레프 톨스토이라도 이런 것은 절대로 지어내지 못할 테지만, 때로는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ㅇ이 절대 무슨 작가들이 아니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 관리들, 잡글쟁이들, 평신도 사제들이란 말일세……" - P258

물론 고통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대신 살고 있잖은가, 환상이 아니라 실제적인 삶을 누리고 있지, 왜냐하면 고통은 곧 삶이니까. 고통이 없다면 삶에 무슨 낙이 있겠나 ― 모든 것이 그저 끝없는 기도로 변하고 말 텐데. - P264

그 일화는 너무 독특한 것이어서, 내가 그걸 어디서 따왔을 리는 없어. 그걸 까맣게 잊다시피 했는데…… 지금 무의식중에 머리에 떠올랐어 ― 바로 내 머리에 저절로 떠오른 거지, 네가 얘기한 게 아니야! 인간은 이따금 수천 가지 일을 무의식적으로 머리에 떠올리거든, 심지어 사형장으로 끌려가면서도 말이야…… 그 일화는 내 꿈속에서 떠올랐어. 그러니까 너도 이 꿈인 거야! 너는 꿈일 뿐, 실재하지 않아! - P269

"이토록 암울한 사건들이 우리에게 거의 더이상 공포스러운 일이 되지 못한다는 데 우리의 공포가 있는 겁니다! 우리가 공포를 느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이 같은 습성이지, 이런저런 개인의 개별적이 악행이 아닙니다." - P363

"오, 우리는 사람들에 에워싸며 살면서 무엇이든, 심지어 가장 악마 같고 위험한 생각조차 그들에게 즉시 털어놓기를 좋아합니다. 우리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기 좋아하고,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지금 당장 이 사람들이 우리에게 곧바로 전적인 동감을 표해주고, 우리의 모든 근심 걱정을 함께하며 우리에게 맞장구 쳐주고 우리의 성정을 거스르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 P383

자신의 제한된 존재 속에 갇힌 채 세상 전체를 비난하는 그런 영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혼을 자비로써 압도해주십시오, 이 영혼에 사랑을 베풀어주십시오, 그러면 이 영혼은 자신이 한 일을 저주하게 될 터인즉, 이 영혼 속에는 선량한 싹들이 너무도 많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 P472

여러분의 교육에 대해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많은 얘길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이처럼 아름답고 신성한 어떤 추억이야말로 아마도 가장 좋은 교육일 겁니다. 그런 추억을 많이 가지고 삶 속으로 들어선다면, 그 사람은 평생토록 구원받은 셈이랍니다. - P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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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1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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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위해 책을 읽은 적이 없는데, 아마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저자가 창조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은 언제나 힘들기 마련. 『반지의 제왕』때에도 그런 것처럼, 그와 필적한다는 『듄』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것보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스파이스'라는 물질이다. 스파이스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이자, 캐릭터들의 중요한 동기였다. 아라키스 행성을 갖고자 하는 이들의 욕망의 원천이요, 원주민인 프레멘의 삶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게 식물인지, 가루같은 형태인지 뭔지 분명치 않았다. 상상이 안되었는데, 심지어 영화에서조차 그 정체는 소개되지 않는다.  


동시에 가장 명백한 것이 스파이스이기도 하다. 아라키스 행성이 '사막'이라는 점릉 감안한다면, 이곳은 중동을 상징하는 곳일 것이다. 위에서 '욕망의 원천'이라고 했는데, 서구인들이 중동 지역에서 욕망하는 것은 두 가지일 것이다. 근대까지는 후추, 현대에 이르러서는 석유. 후추는 물론 인도에서 건너왔지만, 중간지대에 자리잡은 터키, 아라비아 반도에서 그 무역을 독점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결국 마젤란 등이 대체항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되었다. 석유는 말할 것도 없는 현대사회의 근간이다. 탄소중립성을 이유로  석유 사용량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감산하자마자 세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동의 석유는 양차 세계대전이 확대된 원인이자 종결시킨 결정적인 이유였으며, 고립주의를 고수했던 미국이 세계 경찰을 자처하게 된 배경이다. 


공교롭게도, 나는 지난 추석 연휴 직전에 석유의 역사를 다룬 대니얼 예긴의 역작『황금의 샘(The Prize)』를 읽었고, 추석 때부터 이 『듄』을 읽기 시작했다. 『듄』에서 하코넨 일가와 조합이 스파이스에 집착한데서 보인 모습은 미국과 중동에서 유전 개발에 뛰어든 혁신가들의 그것과 같았다. 그래서 처칠이 말했다고 하지 않은가. '패권은 모험에 대한 보상(the prize)'이라고.


책의 내용은 사실 단순하다. 원수에게 아버지를 잃고 그곳을 탈출하여 천신만고 끝에 다른 부족의 우두머리가 되어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다는 서사는 어디서 많이 보던 것들이다. '복수'라는 점에서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떠올리게 하고,  현지인과 동화된다는 점에서 영화『늑대와 춤을』이나 『아바타』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 사막에 꽃을 피우려는 생태학자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에도 등장한다. 아버지를 잃은 스타크 형제들의 모험과 복수를 그린『얼음과 불의 노래』의 원형이라고도 할 만하다. 거기에, SF라고는 하지만 주된 무기가 칼이라는 점에서는 『스타워즈』와 닮았다. 이렇게 놓고 보니, 그 많은 명작들에 영감을 주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것 같다.


덧붙여, 영화는 꽤 괜찮았다. 오니솝터 등 각종 탈 것, 목소리, 방어막 등에 대한 묘사가 뛰어났고,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선물 같은 것이었다. 반면, 원작을 안 읽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예컨대, 카인즈 박사가 갈고리를 들고 있는 장면이 그것일 것이다. 영화를 즐기고픈 사람은 책을 꼭 먼저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1권만 읽고 그만두려 했지만, 어렵사리 읽고나니 또 영화까지 보고 나니 완주하고픈 욕심이 생긴다. 영화는 1권에서 끝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읽을 책들의 목록은 늘고나는데 고민이 깊어가는 가을 밤이다. 


*리디북스에서 대여로 읽음

**번역은 상당히 좋았다. 개인적으로, 김승욱 번역가는 『분노의 포도』 이후 두번째임 

***영화는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아이맥스 2D레이저로 보았음

처음이란 균형을 맞추는 데 가장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하는 시간이다.

무앗딥이 속했던 곳이 바로 아라키스 행성이라는 사실에 가장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가 칼라단에서 태어나 열다섯 살 때까지 그곳에 살았다는 사실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행성 아라키스가 영원히 그가 속한 곳이다.

그는 ‘공포에 맞서는 기도문‘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베네 게세리트의 기도문이었다.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설 것이며 두려움이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허락할 것이다. 두려움이 지나가면 나는 마음의 눈으로 그것이 지나간 길을 살펴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남아 있으리라.‘

"왜 인간을 가려내기 위한 시험을 하는 거죠?" 그가 물었다.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려고."
"자유라고요?"
"옛날에 사람들은 생각하는 기능을 기계에게 넘겼다. 그러면 자기들이 자유로워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말이야. 하지만 그건 기계를 가진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노예로 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유전적인 특징들이 정체될가 봐 두려워하지. 사람들의 핏속에는 계획 없이 무작정 유전적 특징들을 뒤섞으려는 충동이 있어..."

"이것을 명심해라.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네 가지다..." 그녀는 관절이 커다랗게 불거진 손가락 네 개를 들어 올렸다. "...현자의 지식, 위대한 자의 정의, 올바른 자의 기도, 용감한 자의 용맹.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아무것도 아냐..." 그녀는 손가락을 오므려 주먹을 쥐었다. "...다스리는 법을 아는 통치자가 없다면 말이다. 이것을 너희 가문의 체계적인 지식으로 만들어라!"

"귀머거리는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보라. 그렇다면 우리 모두 일종의 귀머거리가 아닌가? 우리 주위를 온통 둘러싸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감각이 부족한 까닭인가? 주위에 있는 것을 우리는..."

"나를 파멸시키는 데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뿌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나?"

"칼라단에서 우리는 해군과 공군을 이용해서 지배했다. 이곳에서는 사막에서 활동할 수 있는 군사력을 긁어모아야해. 그게 네가 받을 유산이다, 폴,.."

"...인간은 각자 자신의 자리가 있을 때, 자기가 이 세상의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어디에 속하는지 알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해요. 어떤 사람이 속한 자리를 파괴하는 건 곧 그 사람을 파괴하는 거예요..."

"난 절대 반역자를 믿지 않아. 나 때문에 반역자가 된 인간이라 해도 말이야."

"...당신은 당신의 충성심이 파는 물건이 아니라고 했지만, 난 당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소. 당신이 내게 충성하는 대가로 나 역시 당신에게 나의 신의를 주겠소... 완전한 신의를."

베네 게세리트의 격언 중에 ‘눈에 모든 것을 의존하면 다른 감각이 약해진다‘는 말이 있었다. 폴은 이 격언을 되새기며 다시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인간과 인간의 활동은 인간이 살고 있는 행성 표면에서 질병과도 같은 존재였다. 자연은 질병들을 보정해서 제거하거나 분리시키고, 자신의 방식대로 그것들을 시스템 속에 통합시키는 경향이 있지."

스틸가가 말했다. "네가 선택한 이름이 마음에 든다. 무앗딥은 사막에서 현명하게 살아가야 하는 동물이야. 무앗딥은 스스로 물을 만들어내지. 무앗딥은 태양을 피해 몸을 숨겼다가 서늘한 밤에 움직인다. 무앗딥은 다산이어서 온 땅 위에서 번성하지. 무앗딥을 우리는 ‘아이들의 교사‘라고 부른다. 우리들 사이에서 우슬이라고 불리는 폴 무앗딥이여, 그건 네 인생의 강력한 기초가 되어줄 것이다. 너를 환영한다."

"우리는 실패하지 않을 거예요."
"죄책감은 실패했다는 감정에서 시작되는 법이지."

"가능한 한 명령을 적게 내려야 한다." 그의 아버지가... 언젠가... 아주 오래전에 이렇게 말했다. "일단 명령을 내리기 시작하면 항상 명령을 내려야 해."

"어떤 물건을 파괴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그것을 장악하고 있는 거야."

성난 사람이 분노 때문에 내적인 자아가 들려주는 말을 부정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당신이 어떤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건 아니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느냐 하는 것이오.

제시카는 씁쓸한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해 봐라, 챠니. 저 공주는 아내라는 이름을 갖겠지만 첩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될 거야. 결혼으로 자신과 묶여 있는 남자에게서 단 한순간도 부드러움을 맛보지 못하겠지. 하지만 우리는 말이다, 챠니, 첩의 이름을 달고 있는 우리는 역사가들에 의해 아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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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2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2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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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르센 뤼팽 시리즈 장편 중 양대 걸작과, 단막극, 단편 하나가 수록되어 있다. 쾌활함과 넘치는 자신감, 떠벌이는 여전하지만, 고독과 고뇌가 그만큼 깊어졌다. 세상을 지배하는 왕을 자처하지만 운명 앞에서는 여느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결정판 1권과 달리, 뤼팽의 대변지 가 '에코 드 프랑스'에서 '그랑 주르날'로 바뀐 점도 눈길을 끈다.


『속이 빈 바늘(기암성)』


'기암성'은 아마 어린이 추리소설 목록에 빠짐없이 포함되는, 뤼팽 시리즈 중 최고의 걸작일 것이다. 어릴 적 TV 인형극으로도 나왔었고(노래 가사까지 기억한다. '루~하 루루 루루하 루팡! 루루루루팡 우하~'), 금성출판사 전집의 책으로도 읽었더랬다. 레몽드와 뤼팽이 결혼하고, 이지도르 보틀레, 가니마르, 셜록 홈즈가 탐정으로 등장했고, 레몽드가 홈즈의 총에 맞아 죽는 정도만 생각난다. 그러하기에 거의 30년 만에 읽는 이 완역본은 처음인 것이나 다름없었고, 실제 처음과 끝을 제외한 중간 부분은 블랙박스였기에 숨죽여 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이제는 패턴에 익숙해져서 누가 뤼팽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지만(작가도 독자들이 이정도는 알아볼 거라는 건 예상했을 거다) 부수적인 것이고, 노르망디 지역에 로마 시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거대한 이야기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 굉장한 흡입력 있었다.


이 작품은 아르센 뤼팽의 흔적을 추적하는 이지도르 보트를레 소년탐정의 모험담이다. 그 이야기자체도 대단하지만, 작가는 이지도르의 입을 통해 자신의 '추리 기법'에 대한 철학을 말하고 싶은 듯했다. 이지도르는 기존의 증거물들을 모아 퍼즐처럼 맞춰가는 수사기법은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만약 그 증거물들이 뤼팽이 고의로 뿌려놓은 가짜라면 수사는 미궁에 빠지 셈이라고 본다(이는 셜록 홈즈에 대한 비판으로 보이며, 역자 해제에서 비슷한 설명이 있다). 그보다는, 눈 앞의 현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논리적으로 완벽히 설명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먼저 상상한 후 그 범위 내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이지도르도 에귀유 크뢰즈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그 후 심기일전하여 만회하긴 했지만.


두번째 뤼팽을 읽어나가면서 느낀 또다른 매력은, (주로) 프랑스의 역사적 사실에서 소재를 찾아, 팩트와 픽션의 경계선상에서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는 것이다. 역사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방식이다. 이번에는 '철가면'이라는, 많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왕정기의 정치 사건을 배경으로 하면서, 카이사르, 샤를마뉴, 정복왕 기욤 등 많은 영웅들을 엮어냈다. 한 번도 아니고 매번 그런 식으로 소재를 개발하는 건 작가의 최대 장기이고, 프랑스인들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거기에 민족주의가 한창이던 제3공화국 시기, '옛 보물들을 발견해서 조국 프랑스에 기부하는 천재 도둑의 영웅적인 모험담'은 슈퍼챗을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불만은 번역의 제목이다. 본문에도 등장하는 '기암성'이라는 말의 프랑스어는 알 수 없으나, 전체를 읽고 나니 국역본 제목은 원제대로 '에귀유 크뢰즈' 또는 '속이 빈 바늘'이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 '에귀유 크뢰즈'라는 용어 자체가 이중 트릭인데, '기암성'이라는 단어는 그러한 트릭을 암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암성'이 아니라 '에귀유 크뢰즈'로 부르기 운동을 나 혼자서라도 전개해야겠다. '강백호'를 '사쿠라기'로 바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숙제이겠지만, '폭풍의 언덕'이 아닌 '워더링 하이츠' 제목의 번역서가 최근 출간된 사례를 보면 불가능은 아닐 거라 본다(일단 이 글에 해시태그부터 달겠다).


여담으로, 강원도 동해시의 한 해변에는 '추암' 또는 '촛대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원뿔형의 '에귀유 크뢰즈'와는 달리 이 바위는 진짜로 위로 일자로 솟아 있다. '추암'은 '송곳바위'라는 뜻이니 '에귀유'이긴 한데, '크뢰즈'인지 여부는 모르겠다. 생성원리는 같을까? 추암에 대한 자료가 없어 확인할 길은 없다.




『813』


2014년 '까치'판으로 한 번 읽고 이번이 두번째인데, 그때에는 대충 읽고 되팔아서, 뜻밖의 인물이 뤼팽이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내용이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속이 빈 바늘』과 마찬가지로 처음 읽는 것과 같은 셈.


지금 보니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작품이다. 뛰어난 순발력으로 매 순간 위기를 헤쳐나가는 스킬, 인간(그리고 독자들) 심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사람들의 행동을 마음대로 요리하는 솜씨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 동시의 인간 뤼팽의 한계도 드러나는데, 모든 상황을 완벽히 통제하는 듯한 그였으나 『속이 빈 바늘』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것이 좌절되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사람들의 인생마저 조작하고자 했으나 뜻대로 안되는 걸 보면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떠올랐는데, 막판에 이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게 증명되었다). 


또, 이전 편에서는 뤼팽의 행적을 다른 탐정들이 추적하는 형식이었는데, 이 편은 반대로 '보이지 않는 살인범'을 뤼팽이 한편은 두려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놀라기도 하면서 추적하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다시 말해 '도둑'이 아닌 '탐정' 역할이 크게 부각된 첫 작품 같은데, 실제로 그는 초반을 제외하고는 물건을 거의 훔치지 않았다.


아마도, 작품의 '국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전의 역사를 소재로 삼았던 이전 편과 달리, 동시대의 국제정세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눈길이 가는데, 프-독-영 간 모로코 식민지분쟁이 그를 매개로 해결되고, '알사스-로렌 지역' 영토분쟁에 대한 작가(그리고 프랑스)의 입장이 그의 입을 통해 대변되었으니, 주인공이 도둑질만 하고 다녔다면 좀 그렇지 않았겠나(공무원 사칭도 중범죄이긴 하다). 이 작품은 프랑스 판 '독도는 우리땅'인 셈이다.


한편으로, 작품을 통해 19세기 말에 있었던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반성, 사형제 폐지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보이지 않게 드러내지 않았나 싶다. 선배 문인 빅또르 위고가 『사형수 최후의 날』, 『레 미제라블』 등 작품을 통해 사형제 폐지를 강하게 주장한 바 있는데, 18세기도 아니고, 1차 대전을 앞둔 시점에 기요틴으로 사형을 집행했다는 게 충격적이기도 했다.


에피소드마다 바뀌는 뤼팽의 로맨스는 여기서 이르러 막장을 타는데, 피살자의 부인에게 연정을 품는다는 것이다(외국에서는 흔한 일이면 말고... 007이 여기에 영향을 받았나?). 그러다가 마침내 사랑하는 여자마다 죽는다는 말을 되뇌며 자신의 운명을 저주한다(이것도 '섹스한 여자는 모두 죽는다'는 제임스 본드 법칙과 비슷하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절규한다.


"불행히도 운명이 나보다 더 강하더구나."


마지막으로, 오역은 아니지만 지적하고 싶은 게, 『속이 빈 바늘』에서 '縣'으로 번역했던 행정구역이 여기에서는 '道'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앵드르 현, 크뢰즈 현, 몽토네르 도). 각기 다른 사람이 번역한 전집이라면 모를까, 한 사람이 번역한 '전집'의 바로 앞뒤 작품이 다른 것은 아쉽다.



『아르센 뤼팽의 어떤 모험』

별다른 반전은 없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가벼운 꽁트이다.



「암염소 가죽옷을 입은 사나이」


역자 해제 전에 작품 먼저 읽었어야 했다.


*리디셀렉트로 읽음

**이번 권을 읽으면서 전권 종이책 소장욕구를 강하게 느꼈다. 다만, 다른 리뷰에서 지적된 오역이 전자책에도 여전히 남아 있어 보류.

"...나는 우선 사건의 일반적인 개념부터 찾아내려고 한답니다. 그러고 나서 그 일반적인 개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가설을 하나 상상하지요. 그래서 적당한 가설이 떠오른 다음에야, 주어진 자료와 사실들이 그 가설에 들어 맞는지 검토한답니다. 『속이 빈 바늘』

"그렇다면 나는 안심이고.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줬던 단 한 사람이 오늘 나의 이 모습을 못 알아본다면, 이제부터 지금의 이 모습을 보게 될 그 누구도 진짜 나의 모습을 못 알아볼 테니까 말이야." 『속이 빈 바늘』

"1년이 아니라 10년이 지난 거나 같아. 아르센 뤼팽은 남들 1년 살 때, 10년은 사니까." 『속이 빈 바늘』

"나는 오로지 진실의 입장에서만 입을 열 것입니다! 당신 같은 사람은 아마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목청껏 소리 높여 외치는 기쁨을, 아니 그 어쩔 수 없는 욕망을 말입니다. 진실은 언제까지나 그것을 더듬거리며 발굴해낸 자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움트는 법, 그것은 언젠가 수줍음을 떨친 채 파릇한 몸짓으로 뛰쳐나올 것입니다!..." 『속이 빈 바늘』

"...아무리 대중의 짓궂은 호기심이라 해도, 파렴치한 무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생활의 벽을 함부로 유린하는 게 다반사라면 우리 시민의 안위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고도 진실을 좀 더 우위에 두어야 한다는 둥 운운하시겠습니까?..." 『속이 빈 바늘』

"... 이 아르센 뤼팽이 조국 프랑스에 얼마나 많은 걸작 진품을 기부해왔는지 깨닫게 될 것이네. 하긴 나폴레옹이 이탈리아에서 자행한 짓과 하나 다를 것도 없지..." 『속이 빈 바늘』

"...왼쪽에 있는 건 런던 직통 전화지. 런건을 통해서는 미국과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거머쥘 수가 있지! 그 모든 지역의 숱한 회계원들이나 중개인들, 정보원들, 선전꾼들이 다 내 휘하에서 움직인단 말일세. 그야말로 국제적인 그물망이라고나 할까? 한마디로 세계 시장인 셈이지..." 『속이 빈 바늘』

"...에귀유 크뢰즈는 그 자체가 곧 ‘모험‘을 의미하네. 그것을 차지하고 있는 한, 나는 어쩔 수 없이 모험 속에서 살아야 해. 하나 그것이 내 수중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나의 과거는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네. 그리고 미래가 시작되는 거지. 내가 레몽드의 시선에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평화와 행복의 미래 말일세..." 『속이 빈 바늘』

"문제는 그 모든 게 말뿐이라는 거요! 대중은 행동을 원합니다, 행동을! 단 하나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건 범인을 붙잡아서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813』

"...실은, 너무 흥미롭고 또 내 격에도 맞는 사건인 것 같아, 지난 4년 동안 책과 내 충견 ‘셜록‘ 사이에서 아늑하게 지내던 보금자리를 모처럼 털고 나서기로 했답니다." 『813』

"...나는 제일 큰 부자보다 더 부자라네. 왜냐면 그 부자의 재산이 모두 내 것이니까. 마찬가지로 이 세상 어느 권력자보다도 나의 권력이 더 강하지. 그 권력자가 나를 위해 일을 하니까 말일세." 『813』

"...내가 자네보다 한 수 위일 수밖에 없는 비결을 제발 명심 좀 하게나. 난공불락의 육체에 불굴의 영혼 말이네!" 『813』

"실제로 범죄자 인체측정과에서 찾아낸 아르센 뤼팽의 색인표에는 지금의 당신 인상과 전혀 닮은 데가 없는 기록만이 제시되어 있을 뿐이오."
"이거 점점 더 오리무중인걸."
"설명도 그렇고, 제반 치수도 그렇고, 지문 역시 완전히 달라. 결정적인 건, 사진상으로 전혀 닮지가 않았다는 거요! 따라서 이제는 우리 앞에 자신의 정체를 정확히 밝힐 것을 요청하오." 『813』

이 모든 것은 언젠가는 나의 상임 전기 작가께서 나 자신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작성하여 출간하게 될 매우 독특한 이야기에서 낱낱이 다루어질 것임을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자손 대대로 매우 흥미롭게 읽을 프랑스 역사의 멋진 한 페이지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813』

"자, 잘 봐라! 지금 난 경찰에 몸담고 있다. 할 수 없지 않은가. 원래 우리 같은 범죄 전문가나 대도(大盜)는 다 경찰 쪽으로 돌아서게 되어 있는 법이지." 『813』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처형당한 것도 아니잖소? 대중의 증오에 내던져진 건 어디까지나 말레이히라는 이름이오. 정확히 범인의 이름 말이오. 그럼 됐지, 뭘 더 바랍니까?" 『813』

"...불행히도 운명이 나보다 더 강하더구나..." 『813』

"전 프랑스인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긴 황제의 심기에 찬물을 끼얹기 충분한 대답이었다.
"당신을 구속하던 끈이 모두 제거된 상태라더니..."
"그것만큼은 제거될 수가 없는 끈입니다, 폐하." 『813』

바다가 날 원치 않았든 마지막 순간에 내가 바다를 원치 않았든, 하는 수 없이 이제는 모로코 놈들의 총알이 그보다 더 관대한지 알아보는 수밖에! 더구나 그게 더 멋지지 않겠어? 프랑스를 위해 적을 무찌르는 뤼팽 말이야!" 『813』

요즘 시대처럼 예술만으로 벌어먹기 힘든 세상에선, 그때그때 칭길 줄도 알아야 한다! 『아르센 뤼팽의 어떤 모험』

상황은 서로 현저히 다르지만, 비슷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같은 유형의 범죄사건이 우연히 반복되었다고 할 수 있다네. 하지만 자네뿐만 아니라 다른 보통 사람들이 그걸 꺠우치려면 누군가 나서서 눈을 뜨게 해주어야 했지. 이를테면 내가 쓴 편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거야..." 「암염소 가죽옷을 입은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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