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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유혹 1 ㅣ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25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엘로이, 엘로이'
그러더니 고개를 숙여 기절한다. 눈을 떴더니, 그는 언제나 바라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자매를 부인으로 맞이하여 많은 자식을 낳는다. 그 모든 것이,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직면한 유혹이었다.
유다는, 그 많은 동료 중 가장 그가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임무를 그에게 부탁한다. 나를 배신하라. 내가 십자가에 매달리고 3일만에 부활하기 위해서는 그대가 나를 배신해야 한다. 베지터가 초사이어인이 되기 위해 크리링에게 치명상을 입혀달라고 부탁한 것처럼, 그들은 그렇게 주작을 한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마태오는, 눈에 보이는 것만 기록하는 그 습관대로 '유다의 배신'이라고 쓴다.
구원은 육체와 영혼이 투쟁하는 과정이다. '육체', '칼',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의 승리'를 좇던 유다와 '영혼', '사랑', '인류'를 구원하려는 예수의 갈등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유혹에 시달린다. 어릴적 친구였다가 창녀가 된 막달라 여인 마리아를 구원하기 위해 그와 결혼을 갈구하고, 이브의 뱀이 여자의 형상으로 그를 유혹한다. 마지막, 십자가에 매달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그 유혹에 굴복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은 그 투쟁에서 승리하고, 로마는 멸망의 길을 가게 되고, 인류는, 유대인이 아닌 기독교인들은 구원을 받는다.
역시 카잔자키스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원전을 뛰어넘는 2차 창작물은 없다'는 내 오랜 신념을(이문열의 '초한지'는 지루하기만 했다), 날려버렸다. 한 작품을 연거푸 두 번 읽은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두번째 읽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늙은 랍비 시므온의 소망처럼, 내가 이 작품에 바라는 마지막 한가지는, 헬라어 원전번역을 읽는 것인데, 과연 가능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