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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역사 - 메이지 유신부터 패전까지, 근대 일본의 도약과 몰락을 돌아보다
박훈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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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 『타올라라 검』를 비롯해, 『바람의 검심』같은 명작만화들은 나를 일본 근현대사로 이끌었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이 책은 그 앞뒤 맥락을 풀어주었다.


메이지 유신 전문가인 저자는 근대일본의 역사, 그리고 식민지화의 과정을 냉철한 시각으로 직시하기를 역설한다. 기존 국사 교과서와 같은 민족주의적 시각이 아니라 글로벌 감각에서 보기를 말이다. 그렇게 시도할 수 있는 배경으로 저자는 두 가지를 들고 있는데, 1) 시간이 많이 흐르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점, 그리고 2) 우리의 경제력이 그만큼 성장해서 더이상 일본에 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승만에 호의적이고,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상당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점을 두고(그리고 간간히 운동권을 까는 듯한 논평에서) 일본 극우의 시각을 반영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가 문제삼는 지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을사늑약의 체결을 주도했다. 일본이 한국을 병합했다.' 이 사실을 두고 '일본의 대한민국 침탈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것을 주도한 이가 이토 히로부미'라는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대한민국 침탈과정은 세계사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며, 미국, 영국 등 강대국도 이를 묵인했다. 일본만 문제인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간간히 섞여 있는, 현재의 상황과 비교한 저자의 논평들이 일부는 동의할 만하고, 다른 일부는 거북한 것은 사실. 그렇다고 그런 논평들이 이 책의 유용함을 떨어뜨리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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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여자
안트예 라비크 슈트루벨 지음, 이지윤 옮김 / PADO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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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여자』는 아픔을 겪은 한 체코 여성의 삶을 통해 개인의 트라우마와 동시대 유럽 사회의 아픔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현실 부분과 환상 부분이 나선형으로 교차하며, 폭력 이후의 생존과 말하기, 그리고 침묵을 추적한다.

아디나는 정치가인 요한 만프레드 벵엘에게 성폭력을 당하지만, 이를 고발해도 조직은 오히려 그녀를 감금한다. 결국 어디서도 도움을 얻지 못한 아디나는 그곳을 벗어나 핀란드로 가고, 그곳에서 레오니데스를 만나 또 다른 권력 관계와 마주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인물들의 대화가 거의 토론 수준인데, 우리나라 운동권 세대, 일본의 전공투 세대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으로, '내적 결집이 단단한 집단일수록 성폭력에 취약하다'는 우리네 일반적인 인식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은 내가 즐겨 읽는 영문학, 불문학, 노문학과 다른 지적 사조를 읽는 재미가 있는데, 곱씹을 만한 문장이나 대사가 상당히 많다. 몇 개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내가 있는 곳에 한 번도 진정으로 있어 본 적이 없어요." 그가 말했다. "어디에 도착하기도 전에 떠나야 하거든요. 나 같은 사람이야말로 세계인이 아닐까요."  59쪽


"사람들은 흔히 증오나 질투 같은 악한 마음이 나쁜 시스템을 키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살인적인 시스템이 자라게끔 하는 밑거름은 현실과 타협하는 인간의 능력입니다. 특히 사람들은 두려운과 금세 타협하죠. 그리고 금세 그것을 자연스러운 상태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아요."  71쪽


"고통은 잊으려 하고요. 어둠 속으로 가라앉은 고통은 역사의 어두운 면이 됩니다." 107쪽


우리는 전체주의 체제의 생존자들에게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유럽의 이해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152쪽


다만, 독일 문학답게(?) 상당히 난해하고 접근하기 쉽지 않다. 유럽의 지명이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그 역사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소화가 가능하다. 역사와 지정학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나조차 체코의 역사에서 떠오르는 것은 아우스터리츠 전투 뿐이니(그나마 전장이 현대의 체코일 뿐이지 체코인의 전쟁도 아님). 반대로 말하면,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한다면 동유럽에서 독일을 지나 핀란드에 이르기까지, 현대 유럽에 대해 깊은 통찰을 갖게 될 것이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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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5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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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서, 그의 지적 배경이 궁금해졌다. 여러 책을 읽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 보르헤스의 작품들이었다고. 그는 보르헤스의 책들을 여기저기 갖다두고 읽었다고 한다. 특히, 「기억의 천재 푸네스」와 「비밀의 기적」은 그의 작품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매우 어려웠지만 진득하게 앉아 읽었다. 보통 '환상문학'이라고 칭하던데, 그런 수식어가 과연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는 우리의 인지능력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기존의 통념들을 흔들어 놓는다는 것에 가깝다. 처음에는 테드 창의 SF 단편들을 읽는 느낌이었다. 


한가지 더, '픽션들'이라는 제목에서 유추하듯, 허구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의 기록이나 말들을 대부분 1인칭(아마도 작가 자신의) 시점으로 검토한다. 어딘가 익숙한 설정이다. '당연히, 이것은 수기이다'라는 제사(題辭)에, 작가가 고서점들을 뒤적여 발견한 중세의 한 수도원에서 발생한 사건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작가의 서장, 사람들은 그것이 작가의 경험이라고 믿었으나, 사실은 허구이다. 보르헤스는 그렇게 움베르토 에코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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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할리스 대장 1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6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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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주의. 시대가 그런 인간상을 요구했을 수도. 다만, 이 정도 고집 세고 터프한 캐릭터는 메이지유신 전후의 일본사에서 여럿 찾을 수 있기에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엔딩은 『아이네이스』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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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유혹 1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25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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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이, 엘로이'

그러더니 고개를 숙여 기절한다. 눈을 떴더니, 그는 언제나 바라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자매를 부인으로 맞이하여 많은 자식을 낳는다. 그 모든 것이,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직면한 유혹이었다.


유다는, 그 많은 동료 중 가장 그가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임무를 그에게 부탁한다. 나를 배신하라. 내가 십자가에 매달리고 3일만에 부활하기 위해서는 그대가 나를 배신해야 한다. 베지터가 초사이어인이 되기 위해 크리링에게 치명상을 입혀달라고 부탁한 것처럼, 그들은 그렇게 주작을 한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마태오는, 눈에 보이는 것만 기록하는 그 습관대로 '유다의 배신'이라고 쓴다.


구원은 육체와 영혼이 투쟁하는 과정이다. '육체', '칼',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의 승리'를 좇던 유다와 '영혼', '사랑', '인류'를 구원하려는 예수의 갈등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유혹에 시달린다. 어릴적 친구였다가 창녀가 된 막달라 여인 마리아를 구원하기 위해 그와 결혼을 갈구하고, 이브의 뱀이 여자의 형상으로 그를 유혹한다. 마지막, 십자가에 매달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그 유혹에 굴복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은 그 투쟁에서 승리하고, 로마는 멸망의 길을 가게 되고, 인류는, 유대인이 아닌 기독교인들은 구원을 받는다.


역시 카잔자키스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원전을 뛰어넘는 2차 창작물은 없다'는 내 오랜 신념을(이문열의 '초한지'는 지루하기만 했다), 날려버렸다. 한 작품을 연거푸 두 번 읽은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두번째 읽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늙은 랍비 시므온의 소망처럼, 내가 이 작품에 바라는 마지막 한가지는, 헬라어 원전번역을 읽는 것인데, 과연 가능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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