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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2 아이네이스 2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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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장, 읽는 이가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구성, 꼼꼼한 주석... 뭐 하나 뺄 것 없이 완벽하다. 천병희 번역을 읽을 후, 아이네이스를 사랑하게 되었다면 이 번역본도 꼭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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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지옥.연옥.천국 귀스타브 도레 삽화 수록본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귀스타브 도레 그림,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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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곡』을 김운찬 번역본으로 처음 접했는데, 그때가 대략 영화 '인페르노'가 개봉했을 때였다. 정독을 한 것은 35세 정도로, 단테 시대에는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일 나이였다. 그리고 올해 출간된 이 김운찬의 개역판을 읽은 지금은 우리 시대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이 된 것 같다는 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그보다는 더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다른 번역본을 읽지 않고 막 출판된 이 개역판을 또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를 모두 수록했기 때문이다. 한길사의 책을 사고싶었으나 지나친 고가에 고민하던 차에,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였던 것. 더구나 한권에 텍스트와 삽화를 모두 담았다. '사람들은 화끈한 오브제의 겉모습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데, 그것은 내 지갑을 털어간다.'


그럼 어떤 점들이 바뀌었을까. 역자 개역판 서문에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문헌 전문가들이 검토에 참여해 몇몇 오류가 수정된 것 같다(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자연학』). 또, 기존의 일본식 역어들을 우리말로 풀어 표기한 것들도 눈에 띈다. '청신체'는 '달콤한 새로운 문체'로, '원동천'은 '최초 움직임의 하늘'로... 작은 것들이지만 이는 번역문학에 대한 나의 바람과 방향성이 같아 무척이나 반갑다. 제목도 역자의 생각대로 '거룩한 희극'으로 표기했더라면 경의를 표했겠지만, 아마도 상업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나는 그보다 단테가 붙였다는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를 더 선호하지만). 이하에는 역자가 못 다 이룬 꿈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작품명을『희극』이라고 표기한다.


번역과 관련하여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내가 확인한 것은 몇 개 뿐이지만, 원문에 조금 더 가깝게, 어순까지 고려하여 번역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첫 문장을 보자.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 나는 어두운 숲속에 있었으니 /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신번역)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 나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에 /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구번역)


2행과 3행이 바뀌었는데 원문은 다음과 같다.


Nel mezzo del cammin di nostra vita / mi ritrovai per una selva oscura / ché la diritta via era smarrita.


이탈리아어는 모르지만, 단어들을 검색해보면 신번역이 원문에 좀 더 충실함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지옥 5곡에서 프란체스카와의 대화이다(121~123행).


그녀는 말했다. 「비참할 때 행복했던 시절을 / 회상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으니, / 그것은 당신의 스승도 잘 알지요. (신번역)


그러자 그녀는 「당신의 스승이 알듯이, / 비참할 때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는 법이지요. (구번역)

E quella a me: «Nessun maggior dolore / che ricordarsi del tempo felice / ne la miseria; e ciò sa ’l tuo dottore.


원문에 '당신의 스승이 안다'는 표현이 셋째 행에 있는데, 신번역이 좀 더 가깝다.


나는 이번에 개역판을 읽으면서, 원문에서 암시된 것들에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희극』은 그 이전까지 모든 지식들을 단 몇 줄로 압축한 복잡다단한 텍스트. 그가 인용한 원문들을 모두 읽으려면 '나의 남은 절반의 인생길'로도 부족할 것이다. 결국 역자가 주석에서 가장 많이 거론한 텍스트인 『성경』, 『아이네이스』, 『변신이야기』중 우선 성경에 집중했다. 갖고 있는 전자책 성경에 주석에서 소개한 문구들을 모두 표시해 두고 틈나는 대로 반복해 읽어서 그에 익숙해지려 했다(그런 의미에서 어릴 적부터 성경을 읽은 사람들이 부럽다). 


반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단테의 지인들은 그냥 포기하자. 우리가 일연이나 허균이 아는 사람들까지 모두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희극』은 어려운 책이다. 매우 어려운 책이다. 서양 문화의 근간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콜라보가 최고조에 이른 작품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괴테가 '인간의 손으로 빚은 최고의 것'이라는 격찬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작품이기에, 읽고 나서의 성취감은 비할 데가 없을 것이다.


『희극』에서 가장 좋아하는 마지막 행의 번역은 구판과 개역판이 같았다. 3개가 모두 '별stelle'로 끝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대목. 원문과 영역을 참고해서 우리말로 옮겨보았다.


l’amor che move il sole e l’altre stelle.

the Love that moves the sun and the other stars.

사랑으로 움직이는 태양과 다른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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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1 아이네이스 1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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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서사시는 참 오랜만이다. 


『아이네이스』는 천병희 역으로 감명깊게 읽었더랬다. 운명에 이끄는 삶, 디도와의 애틋하고 저주스러운 사랑, 끝없고 신비한 모험, 웅혼한 기상과 로마 건국까지, 천년제국의 건국 서사시로 부족함이 없었다.


부족한 건 없지만 아쉬움은 있다. 바로 호메로스의 모방작이라는 점. 이탈리아에 도달하기까지의 전반부는 『오뒷세이아』를, 현지인들과의 전쟁을 그린 후반부는 『일리아스』를 각각 닮았다. 그리고 이 책의 주석들을 읽어보면 선대 작품들의 표현들까지 닮으려 얼마나 애를 썼는지!


내용이 그렇다면, 시의 운율이라든가 이런 데에 훌륭한 점이 있어야 할 것이고, 단테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 않는 이유도 거기서 찾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난 라티움어를 모른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런데 김남우의 이 번역본은 조금 비스무레하게라도 다가가게 해 준다. 주제 넘지만, 나는 서사시에서 행수와 어순을 중요시 여긴다. 이는 강대진의 저서를 읽은 영향인데, 어쨌든, 김남우 본은 행수와 어순을 최대한 맞추려 애썼다는 점을 역자 후기에 밝히고 있다. 


이 번역본의 또 다른 매력은 역자가 <18자역>이라 부르는, 각 행을 18자 이내로 맞추려 했다는 점이다. 좀 더 함축적이 되므로, 어쨌든 시 같이 보인다.


한 가지 더, 역자라 번역어로 우리말 고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는 게 느껴진다. '싸울아비' 같은 단어들이 그 옛스런 맛이 나게 한다. 『반지의 제왕』의 역자들이 최근 번역본에서 톨킨의 번역지침에 따라 우리 옛말들을 발견해 사용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는데, 그와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읽어보면, 조금 어려워도 두고두고 곱씹어보게 된다. 어색한 부분이 종종 발견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런게 고대 서사시의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착각?)이 들게 한다.


게다가 주석은 또 어찌나 꼼꼼한지. 두어명의 연구자들의 주석을 소개하는데, 뒤로 갈수록 작가의 의도를 세심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고전들의 번역은 천병희와 강대진에 빚지고 있다.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 『아르고 호 이야기』 등


1권을 덮고나서 천병희 번역본을 펼쳐보았는데, 그냥 쉽게 풀어 쓴 산문 같다. 사람의 간사함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천병희 본이 없었더라면 나는 결코 이 작품을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 번역본을 모두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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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지옥.연옥.천국 귀스타브 도레 삽화 수록본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귀스타브 도레 그림,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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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그냥 사라는 겁니다. 칼만 안 들었지 강도네요 그냥 ㅜㅜ 민음사 박상진 역본도 합본 오브제로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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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24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송은경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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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차키스 책 답게 정열적인 문장들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리스인 조르바』나 『영혼의 자서전』처럼, 그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여기서도 재활용되고 있다. 그 정점은 역시 조르바. 자신을 모세에 빗대어, 계율이 몇 개이든 자신이 모조리 어겨줄 수 있다고 호기롭게 말하는 모습이, 나같은 샌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여기서 두 가지 오류를 범했는데, 무솔리니를 높게 평가한 것과 유대인의 나라는 결코 재건될 수 없다고 역설한 것이다. 무솔리니를 간디와 레닌과 동급이라고 주장한 부분에서 갸우뚱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챕터 말미 주석에서 그의 부인이 '그는 후에 견해를 바꾸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필 이 책을 읽은 날, 도올 김용옥이 새해를 맞아 모 대선주자를 '선각자'라고 지칭했다(무솔리니를 가리키는 단어 '두체'도 영도자, 지도자라는 뜻이라지). 한편, 그는 서양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동양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고 있는데, 글쎄... 100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국가는 '정신'문명 대신 서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런 저자의 단견에도 불구, 나는 여전히 그를 계속 읽고 싶다. 또다른 '조르바'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내뿜는 오라는 그만큼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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