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들 -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손석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앵커브리핑을 내가 처음 접했던 날,

다소 쇼킹했던 기억이 난다.

모르긴 몰라도 뉴스는 가장 객관적이어야 하는 매체일텐데

저런 사견이 들어가도 되는걸까... 싶었다.


뉴스라는 사회학에 인문학을 끌어들이는 방법(p.312)이라......


분명 본인이 끌어들인 인문학으로 인해 

쏟아질 비판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추진해 나아가는 그의 용기가 대단해 보인다.

얼마나 큰 자기확신이 있으면 이런 것이 가능할까?


그는 자기 분야에서는 

용기 있고, 소신 있으며,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뉴스에 사실, 공정, 균형은 말할 것도 없지만 

여기에 품위를 더한 것에서는 얼마나 매력적인지!!

나도 내 업무에 품위를 더하기로 다짐한다.



겨울호랑이님 서재에 이 책이 있어 빌려 보았다.

가끔 무슨 책을 빌려볼까 싶을 땐 이 분의 서재를 기웃거려 본다.

책도 책이지만 훌륭한 아버지 같은 느낌을 항상 받을 수 있어

기웃거릴 때마다 알지도 못하는 연의가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 - 종로12 마을버스와 함께 677일 48개국 세계여행
임택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잘못은, 

'무식이 확신에 차면 배짱이 두둑해진다.' 라는 사고방식이고


이 책의 좋은 점은,

"앞으로 내 삶에서 나이를 대입하는 방정식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가 될 것 같다.


어떤 일에는 원칙이나 규정이 있고 

그 원칙이나 규정이 지켜지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면서 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작가는 다만 그러한 규정이나 원칙이야 지켜지든지 말든지,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것만 성사되면 두둑한 배짱이라 말하는 부분에서는 

상당한 반감이 인다. 


또한 전체적인 글이 상당히 주관적이어서

자신의 사고방식 위주로만 글을 끌고 가는 스타일도 읽기에 좀 버거웠다.


자신의 생각은 빼고 

그 훌륭한 여행의 경로만 보여주더라도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그의 느낌에 동조할 수 있고. 

그의 벅참을 내 것인양 할 수 있고,

그의 훌륭함을 격찬할 수 있는데...


글은 말을 다할 수 없고

말은 뜻을 다할 수 없다던가,


말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을 때는,

"나"를 내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날 때는

차라리 침묵이 그 이상을 해내기도 하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서 9권을 빌렸는데

이 책은 역시나 제목때문에 선택에서 매번 밀려 

결국은 가장 마지막에 잡게 될 줄을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읽을수가 없어,

억장이 무너지고 

마음이 갈기 찢겨 반쯤 읽다가 책을 덮는다.

겪어보지 않고 그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 억울함을 어찌 견뎌낼까!

그 그리움을 어찌 견뎌낼까!

그 자책을 어찌 견뎌낼까!




다시 잡은 책의 말미에는 

그래도 용케 이겨내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계기로 나도 앞으로는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사건들을 대하게 될 것이다. 

사회초년생들에게 더 부드러운 친절로 대할 것이다. 


40대 초반에 아주 잠시 특성화고에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교무실 바로 앞에 교사용 화장실이 있었고,

세면대가 그렇게 지저분해도 누구 하나 그 세면대를 깨끗이 닦는 교사가 없더라.

오히려 그 세면대를 정리하는 나를 삐뚜름한 눈으로 보더라니.

그러거나 말거나 지저분할 때마다 세면대를 닦았다.

그리고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교사용 화장실을 학생들이 청소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교육일까를 수없이 생각했었다.


무엇이 교육일까?

"본보기"가 되어 줄 수 있는 것이 교육의 첫걸음이지 않을까.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가정에서는 부모가,

사회에서는 선배가, 상사가 본보기가 되어 주기 위한 최소한의 태도라도 보인다면

이런 가슴아픈 사건, 사고는 줄어들지 않을까.

기본 원칙만 지키더라도 이런 눈물나는 일은 줄어들텐데...


너무나 아픈 책이었다......


 







*그동안 거리에서 장애인을 못 봤다면 장애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만한 여건이 아니라서 그렇듯이, 지금까지 성폭력 피해자를 못 봤다면 그런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사실을 말해도 들어주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듯, 특성화고 학생도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맥락에 따라 자연스레 비가시화 된다. 모든 청소년은 학교에 다니고 학생이란 곧 전부 수능을 치는 예비 수험생으로 여기는 식이다. 비진학, 낯학교 아이들은 배제되고 특성화고 아이들은 고려되지 못한다. 


*지하철을 고치다가, 자동차를 만들다가, 뷔페음식점에서 수프를 끓이다가,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다가, 생수를 포장, 운반하다가, 햄을 만들다가, 승강기를 수리하다가...

그러니까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 모든 일상 영역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다. 흩어진 사고의 기록을 모아놓으면 공통의 문제점이 보인다. 사회초년생으로서 초반 적응 시스템이 없이 현장에 투입됐다는 것, 기본적인 노동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모두가 꺼려하는 일이 조직의 최약자인 그들에게 할당됐다는 것, 학굥서도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자신의 고통을 공적으로 문제 삼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전교육을 받기보다 '이런저런 거 조심하라'는 식으로 말 몇 마디를 듣고 바로 업무에 투입되었고 욕설과 명령 등 비인간적인 대우에 노출됐다. 노동에 단련되지 못한 서툰 몸으로 야근까지 감당했다. 학습도 실습도 아닌 중노동에 심신이 극도로 피폐해진 상태에서 그들은 사고를 당하거나 자기 구제로서 죽음을 택했다. 


*현장실습 나가는 건 좋다 이거예요. 그런데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애들한테 노동자의 권리를 정확하게 교육을 시켜서 내보내야 한다는 거예요. 실습생이 해야 할 일과 아닌 일에 대해서 과감하게 아이들이 선을 그을 수 있게 가르쳐야 돼요. 최소한 한 달은 노동교육을 시키고 난 다음에 내보내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가장 아프더라고요. 뭐냐면, 아이들이 실습 나가는 그 현장에 '어른'이 있었다는 거죠. 제대로 배웠든 못 배웠든 그 일을 계속해온 어른이 있었는데, 열여덟 살, 열아홉 살 먹은 아이들이 그 현장에 가서 노동인권을, 자기 권리를 애들이 주장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애들을 돌봐줘야 하는 어른들이 많았다고요. 그런데 안 그랬다는 거지. 그게 지금도 아프고 너무 힘들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만의 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자기만의 방


<인형의 집>에서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라,

<남편을 버려야 내가 산다> 에서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라,

<타샤 튜더>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라,

그리고 이 책, <자기만의 방>에서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라 라고 부르짖는 듯 싶다.


존경하는 내 친구 ㅁ, 

그녀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외친다.


그래, 그래야지! 암, 그렇고말고!



"여성"이라는 위치가 그렇게도 설 자리가 없었구나.

그래서 노라가 위대하고,

그래서 타사튜더가 대단한가 보다(이 책을 읽고 보니 그녀의 정원도 대단하지만 

그녀의 독립적인 정신을 더 우르러고 싶다).


평생을 정신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어쩜 자기만의 방을 이렇도록 강력하고 확고하고 주장할 수 있는건지!

이런 위대한 인물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 없을 것입니다.

(...) 안됩니다.

(...) 없었습니다 등의 문체여서 처음에 읽어나가는데는 다소 식겁했다.


이런 문체는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고, 

그녀의 이야기를 내가 다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히더라.


차라리 

없을 것이다. 안된다, 없었다 라는 문체였다면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을텐데... 싶던 생각이 책의 마지막으로 가니 

아, 그건 강하게 주장하기 위함이었구나 라고 이해하게 된다. 


사람들이 하도 말을 많이 해서

그걸 다 들어주기에 요즘의 나는 조금 버겁다 싶은 생각이 있었더니

책에서도 이렇듯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가 보인다.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들에 달려 있습니다. 시는 시적 자유에 달려 있지요. 그리고 여성은 그저 이백 년 동안이 아니라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언제나 가난했습니다. 여성은 아테네 노예의 아들보다도 지적 자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여성에게는 시를 쓸 수 있는 일말의 기회도 없었던 거지요. 이러한 이유로 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한 것입니다. (...)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즉 좋은 책이란 바람직한 것이며, 좋은 작가들은 비록 그들이 인간적으로는 갖가지 타락상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좋은 인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여러분에게 더 많은 책을 쓰라고 권하는 것은 여러분 자신에게 그리고 세계 전반에 도움이 될 일을 하라고 촉구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오 하고 나는 말할 겁니다. 그 말을 고귀하게 들리게끔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오로지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십시오. 






2. 3기니


<오만과 편견>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그 책에 대한 이해가 훨씬 잘 되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전을 읽을 때는 그 시대의 문화적인 특징 정도는 알고 읽어야겠구나 싶다.

오래 오~래 전,

18, 9세기에는 여성의 자리가 그렇게도 없었다는 것을 몰랐다. 

"교육 받은 남성의 딸", 

정말 멋드러진 표현이라는 느낌을 다 읽을 때까지 하게 된다. 

이런 센스있는 함축에 비해서 전체적인 글은

너무 주저리주저리여서 다 읽어내는데 상당한 인내심과 시간이 걸렸다. 

그 시대에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고자 한 버지니아 울프는 

영웅적이면서도 용기있는, 진취적인 여성이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오히려 시대와 맞지 않아 괴로움때문에 병이 깊어져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가사노동의 값어치를 벌써 1938년에 이야기 했다는 것이 경이롭다. 


이 책의 요지는 다음의 문장일 것 같다.


<그것은 "모든 인간 - 모든 남성과 여성-이 정의와 평등과 자유라는 

위대한 원칙을 몸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p. 404)>






* 한 세계에서 교육 받은 남성의 아들들은 공무원, 판사, 군인으로 일하고 그 일에 대한 보수를 받습니다. 다른 세계에서 교육 받은 남성의 딸들은 아내 어머니, 딸로 일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일에 대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머니, 아내, 딸의 노동은 화폐로 환산해 볼때 국가에 아무런 가치도 없는 걸까요? 


*남성은 즐길 수 있습니다. 여성은 수동적으로 견딜 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샤 튜더, 나의 정원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브라운 사진, 김향 옮김 / 윌북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7년 ㄱ은 몇 권의 책을 사서 우리들에게 선물했다.

타샤 튜더의 <맘 먹은대로 살아요>는 ㅎ에게,

<효재처럼 살아요>는 나에게,

다른 뭔 책은 ㅇ에게.


그때 난 타샤 튜더가 누군지 몰랐다.

그런데도 효재 보다는 타샤 튜더가 더 끌렸다.

마침 ㅎ은 효재에게 더 관심을 보였고

그래서 ㅎ과 나는 각자 선물 받은 책을 서로 바꿨다.


그리고 난 타샤 튜더의 그 책을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모른다.

노년에는 맨발로 흙길을 걸으리라 마음도 먹었다. 

그 책의 띠에 있던 튤립아름을 든 그녀의 사진을 오려서 

나의 책상 정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둔지도 

헤아려 보니 15년째군.


내친김에 비록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nhk 스페셜 <기쁨은 만들어가는 것, 타샤 정원의 사계>도 보고

mbc 스페셜<타샤의 정원>도 보았다.

그리고 다큐 영화 <인생 후르츠>도 다시 한번 더 보았다.


타샤 튜더만 볼 때는 몰랐는데

인생 후르츠의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를 보니

타샤의 표정은 다소 완고한 것 같고, 또 잘 웃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혼자 이루어 온 타샤의 삶은 그만큼 더 완고해야만 했을거라.


남편(90세)과 함께 해 온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87세)는 

잘 웃고, 표정이 부드럽고, 여유 있으며 편안해 보인다.


기쁨도 나누고, 슬픔도 나누고, 행복도 나누고, 

시간도 나누고, 공간도 나누고, 삶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사람을 더 여유롭게 하는구나 라는 걸 여실히 알겠다. 



타샤의 정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편편한 돌로 만든 멋진 돌담이다.

그리고 꽃이 만발한 봄의 정원도 좋지만

눈이 소복 쌓인 텅빈 겨울 정원도 상당히 매력있다. 


꽃의 힘은 군락이다.

군락의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그 힘은 가히 압도적이 된다. 

인간은 그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그녀의 정원이 꽃들로 북적일 때,

그 찬란함으로 아무것도 아닐 내가 되어도 좋으니 그 앞에 서보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2-03-13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샤의 정원도 좋았지만 저도 인생후르츠의 츠바타 할머니 참 좋더라고요. 그 건축가 할아버지랑 부부가 가꾸는 인생정원과 나무로 지은 원룸집도요. 죽음까지 참 마음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명랑함을 잃지 않고 귀여워셔요. 인생후르츠의 내레이션을 한 키키 키린의 목소리 또한 너무 좋지요. 비가 내려 촉촉한 일요일 아침입니다^^

Grace 2022-03-13 14:25   좋아요 1 | URL
가츠가츠 얏 쿠리
저한테는 이렇게 들리는데요ㅋ~
하나하나 힘주어 말하는 키키키린의 이 말이 내내 맴돌더라구요.

200평의 작은 숲이 모이면 큰 숲을 이룰수 있다는 츠바타 휴이치 할아버지의 생각이 참 좋았어요.

비 와서 너무나 다행인 일요일 오전을 같이 나누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