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정지용

삼동네 - 얼었다 나온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해바른 봄날 한종일 두고

모래톱에서 나 홀로 놀자.





<파초우>   -조지훈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초잎에 후둑이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앉아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대춘부>   -신석정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산산산>   -신석정

지구엔 

돋아난

산이 아름다웁다.


산은 한사코

높아서 아름다웁다.


산에는 

아무 죄없는 짐승과

에레나보다 어여쁜 꽃들이

모여서 살기에 더 아름다웁다.


언제나 

나도 산이 되어보나 하고

기린같이 목을 길게 늘이고 서서

멀리 바라보는





<영산홍>   -신석정

섧고도 사무친 일이사

어제 오늘 비롯한 건 아니어


하늘에 솟구쳐 사는 

청산에도 비구름은 덮이던걸...


대바람 소리 들으면서

은발이랑 날리면서


어린 손줄 안고 서서

영산홍을 바라본다.





<민간인>   -김종삼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장편2>   -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시인학교>   -김종삼

공고


 오늘 강사진

 음악 부문

 모리스 하벨

 미술부문

 폴 세잔느

 시 부문

 에즈라 파운드

 모두 

 결강.


 김관식, 쌍놈의 새끼라고 소리지름. 지참한 막걸리를 먹음. 교실 내에 쌓인 두터운 먼지가 다정스러움.


 김소월

 김수영 휴학계


 전봉래

 김종삼 한귀퉁이에 서서 조심스럽게 소주를 너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5번을 기다리고 있음.


 교사校舍.

 아름다운 레바논 골짜기에 있음.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래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오류동의 동전>   -박용래

한때 나는 한 봉지 솜과자였다가

한때 나는 한 봉지 붕어빵였다가

한때 나는 좌판에 던져진 햇살였다가

중극집 처마밑 조롱 속의 새였다가

먼 먼 윤회 끝

이제 돌아와

오류동의 동전





<저녁 눈>   -박용래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담장>   -박용래

오동꽃 우러르면 함부로 노한 일 뉘우쳐진다.

잊었던 무덤 생각난다.

검정 치마, 흰 저고리, 옆 가르마, 젊어 죽은 홍래 누이 생각도 난다.

오동꽃 우러르면 담장에 떠는 아슴한 대낮.

발 등에 지는 더디고 느린 원뢰遠雷.






<진눈깨비>   -박용래

중학교 하급반 땐 온실 당번였어라. 질펀히 진눈깨비라도 오는 늦은 하오라치면 겨운 석탄통 들고 비틀대던 몇 발자국 안의 설핏한 어둠. 지우고 지워진 지 오래건만 강술 한 잔에 떠오누나. 바자 두른 온실 이중창에 볼 비비며 눈 속에 벙그던 히아신스랑 복수초랑 오랑캐꽃 빛깔의 지문, 또 하나의 나. 오 비틀거리며 떠오누나. 바랜 트럼펫의 흐느낌 - 언뜻 어제 등에 업혀 가던 사람.





<감자꽃>   -권태응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곷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오리>   -권태응

둥둥 엄마 오리,

못 물 위에 둥둥.


동동 아기 오리,

엄마 따라 동동.


풍덩 엄마 오리,

뭇 물 속에 풍덩.


퐁당 아기 오리,

엄마 따라 퐁당.





<고추 잠자리>   -권태응

혼자서 떠 헤매는

고추 잠자리,

어디서 서리 찬 밤

잠을 잤느냐?


빨갛게 익어 버린

구기자 열매,

한 개만 따먹고서

동무 찾아라.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어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시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저널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성씨보>   -오장환

내 성은 오吳씨. 어째서 오가인지 나는 모른다. 가급적으로 알리어 주는 것은 해주로 이사온 일청인一淸人이 조상이라는 가계보의 검은 먹글씨. 옛날은 대국숭배를 유-심히는 하고 싶어서, 우리 할아버지는 진실 이李가였는지 상놈이었는지 알수도 없다. 똑똑한 사람들은 항상 가계보를 창작하였고 매매하였다. 나는 역사를, 내 성을 믿지 않아도 좋다. 해변가로 밀려온 소라 속처럼 나도 껍데기가 무척은 무거웁고나. 수퉁하고나. 이기적인, 너무나 이기적인 애욕을 잊으려면은 나는 성씨보가 필요치 않다. 성씨보와 같은 관습이 필요치 않다.





<마당 앞 맑은 새암>   -김영랑

마당 앞

맑은 새암을 들여다본다


저 깊은 땅 밑에

사로잡힌 넋 있어 

언제나 머-ㄴ 하늘만

내어다보고 계심 같아


별이 총총한

맑은 새암을 들여다본다


저 깊은 땅속에 

편히 누운 넋 있어

이 밤 그 눈 반짝이고

그의 겉몸 부르심 같아


마당 앞 

맑은 새암은 내 영혼의 얼굴





<오-매 단풍 들겄네>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리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달>   -김영랑

사개틀린 고풍의 툇마루에 없는 듯이 앉아

아직 떠오를 기척도 없는 달을 기둘린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런 뜻 없이


이제 저 감나무 그림자가

사뿐 한치씩 옮아오고

이 마루 우에 빛깔의 방석이 보시시 깔리우면


나는 내 하나인 외론 벗

가녈픈 내 그림자와 

말없이 몸짓 없이 서로 맞대고 있으려니

이 밤 옮기는 발짓이나 들려 오리라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높새가 불면>   -이한직

높새가 불면

당홍 연도 날으리


향수는 가슴에 깊이 품고


참대를 꺾어

지팽이 짚고


짚풀을 삼아

짚세기 신고


다시는 돌아도지 않을

슬프고 고요한 

길손이 되오리


높새가 불면

황나비도 날으리


생활도 갈등도

그리고 산술도

다 잊어버리고


백화白樺를 깎아

묘표墓標를 삼고


동원에 피어오르는

한 떨기 아름다운

백합꽃이 되오리


높새가 불면-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눈감고 간다>   -윤동주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었는데

눈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별 헤는 밤>   -윤동주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래,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을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부분)





<복종>   -한용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금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가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주막>   -백석

 호박 잎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었다.


 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팔모알 상이 그 상우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만한 잔이 뵈였다

 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


 울파주 밖에는 장꾼들을 따러와서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도 있었다





<오리 망아지 토끼>   -백석

 오리치를 놓으려 아배는 논으로 나려간 지 오래다

 오리는 동비탈에 그림자를 떨어트리며 날어가고 나는 동말랭이에서 강아지처럼 아배를 부르며 울다가 시악이 나서는 등뒤 개울물에 아배의 신짝과 버서녹과 대님오리를 모두 던져 버린다. 


 장날 아침에 앞 행길로 엄지 따라 지나가는 망아지를 내라고 나는 조르면

 아배는 행길을 향해서 크다란 소리로

 -매지야 오나라

 -매지야 오나라


 새하려 가는 아배의 지게에 지워 나는 산으로 가며 토끼를 잡으리라고 생각한다.

 맞구멍난 토끼굴을 아배와 내가 막어서면 언제나 토끼새끼는 내 다리 아래로 달어났다.

 나는 서글퍼서 서글퍼서 울상을 한다





<산山 비>   -백석

산뽕잎에 빗방울이 친다

멧비둘기가 난다

나무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 켠을 본다





<노루>   -백석

산골에서는 집터를 츠고 달궤를 닦고

보름달 아래서 노루고기를 먹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ㅏㅌ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어지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달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게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곧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내 노동으로>   -신동문

내 노동으로

오늘도 살자고

결심을 한 것이 언제인가

머슴살이하듯이

바친 청춘은

다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젊은 날의 실수들은

다 무엇인가.

그 여자의 입술을

꾀던 내 거짓말들은

다 무엇인가.

그 눈물을 달래던

내 어릿광대 표정은 

다 무엇인가.

이 야위고 흰

손가락은

다 무엇인가.

제 맛도 모르면서

밤 새워 마시는

이 술버릇은

다 무엇인가.

그리고 

친구여

모두가 모두

창백한 얼굴로 명동에

모이는 친구여

당신들을 만나는

쓸쓸한 이 습성은

다 무엇인가.

절반을 더 살고도

절반을 다 못 깨친 

이 답답한 목숨의 미련

미련을 되씹는

이 어리석음은

다 무엇인가.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했던 것이 언제인데.





<비닐 우산>   -신동문

비닐 우산,

받고는 다녀도

바람이 불면

이내 뒤집힌다.

대통령도

베트남의 대통령.


비닐 우산,

싸기도 하지만

잊기도 잘하고

버리기도 잘한다.

대통령도

콩고의 대통령.


비닐 우산,

잘도 째지지만

어깨가 젖는다.

믿을 수가 없다.

대통령도

브라질의 대통령.


비닐 우산,

흔하기도 하지만

날마다 갈아도

또 생긴다.

대통령도

시리아의 대통령.


비닐 우산,

아깝지도 않지만

잠깐 빌려 쓰곤

아무나 줘버린다.

대통령도

알젠틴 대통령.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그리움>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뇨





<그리움>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우편국에서>   -유치환

진정 마음 외로운 날은

여기나 와서 기다리자

너 아닌 숱한 얼굴들이 드나는 유리문 밖을

연보라빛 갯바람이 할일 없이 지나가고

노상 파아란 하늘만이 열려 있는데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받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나는 행복하였네라





<달>   -박목월

도화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외동면

혹은 내동면

불국사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도화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가정>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결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어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느

내 얼굴을 보아라.





<난蘭>   -박목월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 포기 난을 기르듯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를 

머금고 싶다.





<이별가>   -박목월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하관>   -박목월

관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도 분걔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태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군에게 이십원 때문에 십원 때문에 일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그날은 -새>   -천상병

이젠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셔츠 같이

당한 그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강물>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갈매기>   -천상병

그대로의 그리움이

갈매기로 하여금

구름이 되게 하였다.


기꺼운 듯

푸른 바다의 이름으로

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 보내어


이제 파도도

빛나는 가슴도

구름을 따라 먼 나라로 흘렀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날아 오르는 자랑이었다.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노을빛과 단 둘이서 놀다가 구름이 손짓하면은, 이슬과 손에 손을 잡고 하늘나라로 돌아간다는 것...)






<소릉조>   -천상병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새>   -천상병

가지에서 가지로

나무에서 나무로

저 하늘에서 

이 하늘로,


아니 저승에서 이승으로


새들은 즐거이 날아 오른다.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대자대비처럼

가지 끝에서

하늘 끝에서......


저것 보아라,

오늘 따라

이승에서 저승으로

한 마리 새가 날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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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훌륭한 무료강의들 덕분에

사회복지학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훌륭하게 해내었다.


7개년 기출문제

이걸 무려 10바퀴나 돌았더니 

나중에는 입에서 줄줄 나올 정도가 되더라. 

10바퀴째는 아리송하던 것들이 선명하게 구분이 되어서 

저절로 이해되어지던 것은 무척 신기한 일이었다.


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

이건 필시 진실인 듯 싶다. 


아주 훌륭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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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장 무섭지 싶었는데, 아니더라.
자연재해도 무섭더라, 공포더라, 두렵더라, 죽음과 근접터라.

갈라진 도로를 보면 순식간에 쫘~악 하고 더욱 깊고 넓게 벌어질 것만 같다.
아파트내의 크고 작은 지진의 흔적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파트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공포가 소름 끼치게 엄습해 온다.
샤워할 때 흔들리면 어쩌나 싶어 지진 이후 샤워를 못하고 있다.
흔들리는 느낌 때문에 잠을 잘 수 없고, 
겨우 눕기라도 할라치면 심장이 다 쪼그라들어 콩알만해져 숨 쉬기가 버겁다.
먹을 생각도 없어 하루 종일 안 먹어도 배고픈 줄 모른다.
창문 흔들리는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서 어쩔 줄을 모르겠고,
엘리베이터 탈 때는 조마조마하다.
밤이 되면 '멘붕'의 의미를 알게 된다.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집 앞 공원으로 나왔는데,
이 와중에 시에선 공원에 장미를 심고 있더라.
도시의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꾸며지고 있다는 것에 상당히 
불만스럽던 차, 이 재난 속에서 장미를 굳이 지금 저렇게 심어야만 
하는가에 생각이 미치니 어찌나 화가 올라오던지!


-포고               고 은 

더이상 발견하지 말 것
...
제발 그냥 놔 둘 것
...
더이상 발명하지 말 것
...
이로부터 발견과 발명 그리고 모든 발전
극형에 처함
...




아, 고은의 이 시처럼 제발 그냥 좀 놔두었으면,
자연 그대로 도시를, 나라를 제발 그냥 놔두었으면...

불안에 못 견딘 나는 결국 대구로 피난을 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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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으로 "북플"이란 걸 클릭해 보았다. 

너무너무 당황스러워서 잠시 어쩌지를 못했다.

매사가 이리 늦은 나의 탓이기도 하겠지만, 책 읽고 독후감 쓰고, 다른 사람들의

독후감 읽어 보고, 이게 전부이기 때문에 북플이란 것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것이

화근이기도 하겠다.


독서통계라는 걸 보고는 어이가 없어서리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내가 읽은 책이 건물의 몇 층 높이가 된다거나, 내가 적은 글을 단행본으로 낸다면 

몇 권이 된다는 둥, 내가 몇 번째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는 둥... 참 나!!

책을 왜 읽는지 알라딘은 모르는 것 아닌가? 바보!!

"좋아요"를 클릭한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에서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알림"이란 것을 클릭하니 유독 같은 닉네임들이 많이 보여서 이건 뭐지... 하고 

살펴보니 세상에나! 이럴어째!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좋아요"나, "공감"을 클릭하는 것을 즐겨했는데, 

내가 그들의 글을 읽고 할 수 있는 최선의 감사의 표시라 여겼지. 

그런데 클릭한 사람을 알 수 있으니, 그들도 인터넷 예의상 내 서재에 들러 클릭해 

준 것이 아닌가 싶으니, 아, 분명 그럴거야, 이럴 정말 어쩌나, 호의가 본의아니게 

부담으로 돌아간 듯해 당황스럽고 여간 미안해지는게 아니다.

누가 좋아요를 클릭했는지를 왜 알아야하는 걸까?

아, 그 이상한 통계들까지!

무섭다는!!

book과 people이 만나면 맑고 향기롭지 않나? 즐겁고 반갑고 들뜨고 설레지 않나? 

워낙 소심한 사람이다보니 나만 무섭지 다른 사람들은 북플에서 즐거운 걸까?

내가 혹여 뭘 놓치고 있는 걸까?

아주 소심한 나는 이제 "좋아요" 클릭, 그만둬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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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0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거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Grace 2016-10-11 09:01   좋아요 1 | URL
일면식도 없는 분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불쑥 드니
감당할 수가 없더군요. ˝북플˝이란 것이 미웠습니다.^^

AgalmA 2016-10-10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을 계기로 알라딘 왔을 때 시스템의 이런저런 거에 굉장히 일희일비했었어요.
˝좋아요˝에 대해선... 받는 것에 신경쓰지 않고 내가 주고 싶은 의미로만 쓴다면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생각합니다. 시스템 속에 있다 보면 그게 참 쉽지 않지만...
가끔 이웃과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쁨이나 그런 대화들을 볼 때 이런저런 불만들이 약간 누그러지곤 하죠. 그게 또 북플의 매력이기도 하고.

Grace 2016-10-11 09:06   좋아요 1 | URL
아~ 그러네요. ˝북플의 매력˝
마음이 꼬여있는데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을 들으니
역시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6-10-11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너무 많으신 ! ^^ 누가 눌렀다는걸 안다해도 , 실제 그사람을 알면 , 얼마나 안다 할수있는지 , 생각해보세요..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도 할수있어요. 저는 그저 글을 관심있어한다 . 잘 보았다 . 여전히 그 의미로 좋아요를 누릅니다 ! 그정도면 충분하다 여겨요..^^

Grace 2016-10-11 09:10   좋아요 1 | URL
그렇죠? ㅎㅎ 제 생각에도 생각이 너무 많다 싶어요.^^
관심있어 하고 잘보았다는 마음만 들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고마워요!
 

"일주일 전쯤 파마했는데요...
제가 제일 굵은 걸로 감아달라 말씀드렸는데...
원장님은 다른 걸로 감을 생각이셨는데...
저... 제일 굵은 건 아니었나봐요...

주절주절 웅얼웅얼...
그래서...저...길이를 조금 잘라야 할 듯..."

연신 미안해서 조금 손질만 다시 해 주십사 굽신거리고 있는데,
처음 갔던 미용실이라 더욱 죄송해서... 

"파마 다시 해 드릴까요?^^"
"네?(화들짝)"

파마를 다시 하기도 처음이지만 이렇듯 명쾌하게 재파마를 하다니!

아~ 이런 감사한 친절은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미용실 남자 원장님 그닥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안되겠어, 안되겠어!

친절한 사람쪽으로 가야지, 가야하고 말고! 무엇보다 이 미용실의 최고의 장점, 말을 시키지

않는다는 매력은 당연 최고니까! 헤어 스타일? ㅎㅎ 오히려 덤이지, 덤이야!


*<나른한 오후> 원장님, 
옳잖은 아줌마의 변덕에도 불구하고 탓하지 않으시고 재파마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절한 분을 알게 되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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