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척 길벗어린이 문학
우메다 슌사코 글, 우메다 요시코 그림, 송영숙 옮김 / 길벗어린이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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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어느정도 모르는 척을 해야는지 모르겠다.

분명 그건 옳지않은 것이지만 

모르는 척 해야할 때가 더러더러 있다.

그런데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들이 

옳은 것이 아닐 때도 있으니 더 난감해지더라.


우선 "모르는 척"이라기 보다는

남을 괴롭히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가 먼저일 것 같다.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보고도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는 그 아이가 무슨 잘못이란말일까.

어른들도 모르는 척하는 일을 그 작은 아이가 어찌 감당해낼까말이다.


어쩐지 억지스럽다 싶다.

어른도 하지 못하는 일을 

그것도 제 3자인 아이에게 정의를 내세우며 당당히 맞서라고 하는 듯 싶어서!


흑색으로만 그려진 그림만큼이나 

내용도 어둡고 무겁다.

도서관의 어린이 자료실에는 이제 이렇게 무거운 내용의 책들이 

점점 더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가 보다 싶어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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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모두를 위한 그림책 11
우치다 린타로 지음, 다카스 가즈미 그림, 명정화 옮김 / 책빛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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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파스텔 풍의 그림이 눈에 들어와서 빌려보았다.


일본 애미메이션에서 항상 보아온 것이 기차다.

그래서 내게 일본은 기차의 나라다.

이 그림책에서도 아이는 기차를 타고 간다.

친구들과 놀러도 가고 싶고

부모님과 나들이도 가고 싶지만 

아이는 기차를 타고 할머니댁으로 간다.



<우리 할머니 손자여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이 마을에서 태어난 것도. 


아무것도 아닌 길이지만 

내겐 가장 소중한 길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걷고 싶은 길.


언제나 그리운 길.

이 길.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



참으로 울컥이는 글이다.

아이에게서 할머니의 존재가 어떤지 훤히 다 알아지는 글이다. 


책의 앞 표지에는 초등생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기차역에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이 

어서 할머니 댁으로 가고 싶다는 표현처럼 보인다. 


책의 뒷 표지에는 어느덧 성장한 20대 쯤으로 보이는 청년이 

나무를 만지며 쳐다보고 있다. 

그 나무는 이제는 돌아가시고 계시지 않는 할머니를 대신하는 듯 하다. 


글이 없어도 읽을 수 있다. 

그림은 그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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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버려야 내가 산다 - 마음의 자립을 시작한 여자를 위한 심리학
박우란 지음 / 유노라이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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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빌린 책이다.

솔직히 제목만 봐도 은근한 쾌감이 일더라.

절대 버릴 수 없는 존재를

내가 살기 위함이라는 당위성까지 얹어서 버리라니 

얼마나 읽어보고 싶던지.ㅎㅎ



정신분석...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싶다.

무의식, 

나의 무의식을 보게 되면 나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고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것이 정신치료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도 모르는 나의 무의식에는 무엇이 있을까가 나도 늘 궁금하다.



남편...

아내들이 얼마나 힘에 겨우면 이런 제목이 나올까?

1879년에 벌써 인형의 집에서 노라는 남편을 버렸건만

2022년에도 여전히 남편을 버리란다, 그것도 내가 살기 위해서말이다. 


<따로 또 같이>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같이>를 위해 애쓰는 편이 버리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일이지 않을라?

제목이 상당히 강한 어조이긴 했으나 

이 책의 어디에도 남편을 버리라는 말은 읽지 못했던 것 같다.


제목의 남편을 <생각>으로 바꾸고 싶다.


생각을 버리야 내가 산다.


모든 것은 마음이 하는 것이니....







*남편이나 연인이 외도했을 때 드라마 속 흔한 장면은 여성이 남서의 내연녀를 찾아가 머리채를 잡는 장면이 나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직접적인 상처를 준 남성을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여성은 상대 여성에 대한 질투로 밤잠을 못 이루고 그녀를 파괴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이것이 남성을 사로잡은 자신이 아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에 집착하는 이유입니다. 그것에 집착하고 욕망하기에 남성이 아닌 상대 여성이 처벌의 타깃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여성은 특정한 대상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매료시킨 어떤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에 빠질 때 자신만의 환상을 상대에게 투사하고 그 투사한 상과 사랑에 빠집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랑에 의해 실제 나와 그는 소외되고, 투사한 상에 전부를 걸게 됩니다. 환상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집니다. 환상은 사랑을 시작하는데 필요하지만 끝까지 이 방식의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면 고통과 갈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그 환상이 찢어지거나 바래서 그의 모습이 조금씩 입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 배신감에 몸부림치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 배신은 그가 아닌 자신에게 당한 것입니다. 그는 원래 그였으니까요. (...)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산다는 식의 태도는 자신의 삶을 가장 홀대하는 태도입니다. 한쪽이 한쪽을 전적으로 맞추는 관계 역시 결코 사랑의 관계가 아닙니다. 통제와 복종, 지배와 의존의 관계일 뿐이지요. 오히려 치열하게 다투고 싸우지만 그 속에서 진짜 서로를 알아 가고 각자 포기해야 할 것을 고려하는 태도가 더 진짜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왜 남편을 필요로 할까요? 꿈꾸는 남편, 연인이 되어 줄 사람을 찾아 그 자리에 넣어 보지만 언제나 결핍과 결여는 발생합니다 내가 이 사람에게 매료된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다른 누군가 그것을 가지고 있을 것 같으면 또 찾아 헤맵니다. 현실의 제약은 높으니 드라마 속 멋진 주인공에게 더 매달리기도 하지요. 이 반복을 끝낼 수 있을까요? 정말 한 인간을 사랑하고 애정을 나누기를 원하는 것일까요? 자신이 바라고 꿈꾸는 것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하겠다는 것은 어린아이 같은 마음입니다. 이것만 없으면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고 다른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랑하기를 원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극복이 아니라 이미 정해 놓은 기준에서만 사랑하겠다는 것이니까요.


*신념과 자아가 강하다는 것은 부모나 주변의 주요한 인물들에게서 그만큼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자신의 주관적 신념이나 철학이 뚜렸하다는 것은 언어와 목소리의 지배에 더 강력하게 사로잡혀 있다는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얼마나 힘든데..."가 어른들이 하는 가장 흔한 레퍼토리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실은 힘든 세상에서 자식들이 발버둥 치며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기가 힘든 당신들을 보호하고자 함이 더 우선입니다. 정말로 자식을 사랑하는 일은 끝까지 어떤 선택을 하든 함께 견디어 주는 것입니다. 


*서로 모두 다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결코 건강한 관계는 아닙니다. 부부, 부모와 자녀 간에도 명확한 선이 필요합니다. 매일 학교가 끝나면 엄마 턱 밑에서 미주알고주알 모든 이야기를 하던 여자아이가 남편이 퇴근하면 남편의 턱밑에서 하루 일과를 만나자마자 모두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것이 가족 간의 친밀함과 사랑, 화목함의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엄마가 정말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면 아이는 오히려 자신이 말하고 싶을 때만 말 할 수도 있습니다. 불안이 높고 엄마와의 밀착을 두려워하는 아이일수록 오히려 말이 많아집니다. 알 수 없는 엄마로부터 오는 어떤 위압감과 압도적인 감각으로부터 거리를 띄우기 위해 '말'을 중간에 배치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녀 사이가 매우 친하다고 자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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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찾고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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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는데

꼭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 있단다.

그 상상력 부족한 사람을 직육면체로 나타낸 것은 상당히 재미있다.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다소 무거워서 어쩐지 마음이 아프다.

이 책은 도서관의 유아실 및 어린이 자료실에 있었는데...


나쁜 사람은 있고, 

그 나쁜, 상상력 부족한 직육면체 사람이 해코지를 하면 

빨리 도망가야 한단다.

그리고 그 해코지의 나쁜 기억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취미든, 사람이든.



내가 아이였을 때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있고, 

그들이 널 해코지하면

넌 빨리 도망가야 한단다, 라고 일러주었다면

난 세상을 얼마나 무서워했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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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8
헨릭 입센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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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메르,

노라보다는 헬메르가 더 나를 후려친다.


마지막 부분에서 

노라를 붙잡기 위해 온갖 이설을 쏟아내는 헬메르,

얼마나 어이없고 가증스럽다 싶었는데, 

헬메르의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내 모습도 가히 그와 다르지않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좋을 때는 주변인 모두가 좋다.

그러나 어떤 일에 엮이거나 부딪히게 되면 영락없이 내 모습도 헬메르였다.


잘 대해주면 웃음과 경쾌한 친절로 보답하면서

조금만 거슬리면 이내 언짢은 기색이 올라오는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헬메르에 대한 비난을 거둔다.



1879년의 노라, 그래서 이 책은 대단한 것 같다.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남자의 소유물이었던 여자의 존재라니,

그런 문화 속에서 어떻게 이런 노라를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분명 사회적인 지탄도 대단했을 것 같은데 

입센은 어떻게 다 감내했을까, 마광수교수는 돌아가시고 말았는데......



전체적인 큰 틀은 입센과 친분이 있는 

라우라 킬레르라는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했으며

결론은 이 책과 달리,

라우라 킬레르는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하고 아이들을 빼았겼다고 한다.

또한 오스트리아 작가인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독립한 노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작품에서 다루었는데,

옐리네크의 노라는 바깥세상에서 독립에 실패한다고 하니,

현실은 그러한 것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작품을 통해서

인형의 집을 떠나는 꿈과 희망의 상상으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가야지 싶다,

헬메르에 대한 비난은 (정말 잘 안되지만) 거두어들이면서...






*자기 아내를 용서했다는 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건 남자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일이지. 자기 아내를 진심으로, 거짓없이 용서했다는 것 말이야. 그럼으로써 여자는 두 배로 그의 소유물이 되니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건을 축소해야 해. 당신에 관한 일은, 우선 우리 사이는 전과 똑같은 것처럼 보여야 해. 물론 세상의 눈에만 그렇다는 거지. 당신은 계속 이 집에 있어야 해. 당연히 그렇지. (...) 오늘부터 행복은 없어. 나머지를, 나무 밑동과 껍질을 건지는 것만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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