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억울하겠다.

 

자신은 제 삶을 살뿐인데, 이리저리 왔다갔다 줏대없는 사람을 자신에 비유하니 말이다.

 

특히 이익만을 좇아 이 정당 저 정당 옮겨다니는 정치인을 우리는 철새라고 한다.

 

철새는 제 삶의 길을 스스로 갈뿐이지만, 정치인은 이익을 좇아 움직일뿐.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데, 철새라고 하니 철새가 어찌 억울하지 않겠는가.

 

정치인들은 제 삶의 길, 자연의 길이 아니라 제가 정권만 잡으면 되고, 정당과 상관없이 자신이 당선만 되면 되니까.

 

이하석이 낸 시집 "상응"을 읽다가 '새1, 새2'라는 시를 읽으며 우리나라 정치인을 생각했다. 최근에 다시 이합집산하는 그 정치인들.

 

그런 정치인들을 떠올리니 새삼 새들이 억울하겠단 생각을 했다. 텃새가 아니라 철새가.

 

억울하게 조류독감을 옮기는 병원체라고 온갖 시련을 당하기도 하는데, 이런 정치인들에게 빗대어 표현되다니...

 

이하석의 시는 참 줏대있는 새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줏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시는 긍정으로도 부정으로도 읽힌다.

 

어떻게 읽느냐는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새1

 

  제 18번곡만 온몸의 생황으로 줄곧 불어대는 새. 우리들의 신청곡은 받지 않네.

 

이하석, 상응, 서정시학. 2011년 초판 3쇄. 25쪽.

 

 

새2

 

새는 사투리를 쓰지 않네.

서울 새든 고령 새든.

이하석, 상응, 서정시학. 2011년 초판 3쇄. 26쪽.

 

어떻게 해석이 될까?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시민들의 말은 듣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정권 쟁취만을 위해서 달려가는 그런 정치인은 '우리들의 신청곡은 받지 않'는 정치인일테고...

 

반대로 여러 이익단체들에게서 오는 로비를 거절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제 말을 하는 새는 '우리들의 신청곡을 받지 않'는, 그러나 '제 18번곡만 온몸의 생황으로 줄곧 부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그런 새일테고...

 

지역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은 '사투리를 쓰지 않'는 그런 새일테지만,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야말로 똘똘 뭉치는 정치인 역시 '사투리를 쓰지 않'는 정치인일텐데.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다. 정치권이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탈당했다가 다시 복당한다는 개인적인 철새들이 있고, 이 당과 저 당을 통합하자는 통합파 철새들도 있고, 이 길이 내 길이다 하며 제 길을 가는 철새들도 있다.

 

어떤 철새... 철새도 한곳에 계속 머무르면 텃새가 된다던데... 이제 우리는 어떤 '새'들을 우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뽑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기후가 변했다고, 생활환경이 변했다고 저만 훌훌 날아가버리는, 제 둥지를 헌신짝 버리듯 버리는 그런 새들이 아닌, 우리들과 함께 하는 그런 새들... 그런 정치인들... 올해... 정말, 우리에게 어떤 새들이 필요한지...

 

이하석의 짤막한 시를 통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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