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3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형제3 - 자본 중국을 점령하다

 

2권까지 경쾌하게 읽혔던 소설이 3권에 와서는 무거워졌다. 그만큼 중국 현대사가 쉽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해학적인 면에서 풍자로 넘어가는데, 풍자는 사실 사회비판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비판하기 위해서는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다.

 

돈때문에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아무리 가벼운 표현으로 서술한다고 해도 읽는 사람 처지에서는 무겁기 그지 없다. 그것이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참으로 암담하기 때문이다.

 

돈을 번 이광두가 류진이라는 마을을 완전히 장악해 가는 과정이 2권이었다면, 이제 3권에서는 경기가 끝났다. 이광두의 장악은 완료되었으며, 사람들은 점차 돈의 노예가 되어 간다. 여기에 사회주의적 인간, 또는 보편적 인류애를 구현하는 인간은 없다.

 

두 형제 중 송강의 편에서 이 3권을 보면 송강의 죽음은 필연적이다. 그는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자의든 타의든 그는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작가가 그를 자살로 이끈 것은 당연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현실이니까. 그는 죽어서 자신의 순수함을 지켰다고나 할까... 사실 자신의 아내 임홍을 위해 그 역시 자본주의의 한 쪽면을 담당하기도 했다. 돈을 위해서 자신의 양심을 파는 행위.

 

하지만 오래 하지 못한다. 그는 여전히 순수한 사람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은 자본이 득세한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죽음과 함께 퇴장하는 송강.

 

그의 죽음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과연 얼마나 갈까?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지경으로 자본의 맛을 본 사람들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지금이 얼마나 편리한데 왜 불편한 과거로 돌아가려 하겠는가. 그러니 자본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송강의 아내 임홍 역시 마찬가지다. 순수했던, 사랑을 추구했던 여인이 육욕에 눈 뜨고, 자본의 맛을 알게 되니, 성을 상품으로 자신의 이윤을 불려가는 삶을 산다.

 

송강의 죽음으로 이제는 순수함이란 사라져 버린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3권은 자본의 완전한 승리로 끝난다. 현대판 불가사리가 등장한 것이다. 이 불가사리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돈에 얽매이지 않은 생활을 되살려야 한다. 공동체, 인류애, 상호부조 등등.

 

이것이 얼마나 먼 길인지 소설은 '그리고 남은 이야기'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 사회에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그래서 읽기에 불편하다. 해학은 슬픔 속에서도 웃음을 유발해서 마음이 편해지는데, 풍자는 웃음을 유발하기보다는 분노를 유발한다. 이렇게밖에 할 수가 없는가 하는.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높은 벽에 절망하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두 형제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소설인데... 정치가 우세한 과거에서 경제가 우세한 현재로... 과연 어떤 삶이 행복한가 하는 질문을 하게 한다.

 

마치 최인훈의 광장에서 '밀실과 광장'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삶에 대해, 사회에 대해 성찰하게 했다면, 이 소설은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도대체 정치와 경제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한다.

 

작가인 위화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두 시대가 만난 이후 태어난 소설이다. 앞부분은 유럽으로 치자면 중세에 해당하는 문화대혁명 시기의 이야기이고, 정신의 광기, 본능을 억압하는 처참한 운명의 시대에 관한 이야기다. 뒷부분은 현재에 관한 이야기다. 오늘날의 유럽보다 더한, 윤리가 전복되고 경박한 욕정을 추구하는 만물군상의 시대. 한 서양인이 사백 년을 살아야 경험할 수 있는 양극단의 시대를 한 중국인이 겪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사십 년. 사백 년간의 온갖 풍파와 천변만화가 이 사십 년에 농축되어 있다. 이것은 매우 진귀한 경험이다. 그리고 이 두 시대를 연결하는 것이 바로 형제 두 사람이다. (314쪽)

 

이것이 어찌 중국에서만 일어난 일이겠는가. 우리나라도 중국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자본이 기승을 부리는 시대... 우리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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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0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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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12: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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