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 - 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 성교육
페기 오렌스타인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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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국의 '성' 이야기다. 우리에게는 자칭이든 타칭이든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로 알려진 미국의 '성' 이야기다.

 

'성'에 대해서 금기시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성개방이 잘 이루어져 있는 나라라고, 남자와 여자의 성 평등이 잘 이루어져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미국의 '성' 이야기다.

 

미국이 양성평등이 잘 이루어진 나라라고?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말미에 가면 네덜란드 이야기가 나온다. 네덜란드가 얼마나 성교육이 잘되어 있는 나라인지, 저자는 네덜란드의 부모들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겨우 미국을 배우자고 하고 있는 중인데, 그 미국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텐데 - 사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성평등 지수가 높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여성을 수단으로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 - 네덜란드에 대해서 말하면 무엇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성교육 분야에서는 우리나라는 가장 보수적인 면을 보이는 나라일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이 '순결교육'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콘돔을 써야 한다는 정도... 이게 미국을 따라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도,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페미니즘 성교육이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는데... 영어 제목을 보면 'GIRLS AND SEX'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우리나라 번역본에서 붙인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이라는 제목은 내용을 포괄적으로 의미할 뿐이다.

 

사실, 성교육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미국 소녀(소년들? 또는 여자와 남자들?)들의 성생활 보고서라고 하는 편이 옳겠다.

 

사례들이 풍부하게 나오기 때문인데 - 이런 글쓰기가 미국식 책을 이루는 기본 구성방식이기도 하다 - 이 사례들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는 '성' 문화를 확립하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성' 사례들은 미국의 '성' 생활이다. 미국 십대들의 '성' 생활이다. 첫장면부터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국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겠지만...

 

십대들이 오럴 섹스를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 그것을 섹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저 애무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임신의 위험이 없고 등등의 생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하여 십대 남자들이 십대 여자들에게 오럴 섹스를 시킨다는 것, 관계를 해치기 싫은 여학생들이 해준다는 것... 이런 내용으로 책은 시작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육해야 하지? 페미니즘 성교육은 이런 오럴 섹스에 대해서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싫으면 싫다고 해야 한다는 것,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까지 가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는 오럴 섹스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오럴 섹스라고 이름을 붙일 정도면 이미 섹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형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12.18.>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에 의하면 오럴 섹스는 유사강간에 해당한다. 범법 행위인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청소년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이런 행위를 우리나라 법의 잣대로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충격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에서 책은 좀더 성교육에 가까운 쪽으로 나아간다.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훅업 문화, 이를 가볍게 만나 즐기기 정도로 해석해도 좋을텐데, 이런 문화에서 청소년들이 '성'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훅업 문화에서 오럴 섹스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성폭행까지 나아간다고 하는 것이다. 이 훅업 문화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이고, '술'로 인해 '성폭행'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게 문제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의 몸과 상대의 몸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사정에 그치고 마는, 남성의 일방적인 발산이 이루어지는 그런 '성'문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오럴 섹스가 자주 일어난다고 해도, 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해주는 경우가 많고, 남자가 여자에게 해주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너무도 적다는 것. 즉, 이런 행위 자체도 일방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양성 평등이 잘 이루이진 것 같이 보이는 미국에서 대학에서든, 고등학교에서든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것도 가해자의 잘못이 아닌 피해자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 요즘은 분위가기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성교육은 어떤 것이어야 하나? 여성이나 남성, 일방적인 한 쪽만을 위한 성교육은 없다는 것. 성교육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존중에서 상대의 몸과 마음에 대한 존중과 함께 해야만 한다는 것.

 

성을 두 개의 성으로만 나누는 것에 대해서도 이 책은 반대하고 있다. 동성애에 관한 장이 있는데... 미국 역시 우리나라와 달리 동성애에 관해서는 그다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성교육이 네덜란드에서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고, 미국에서도 이런 성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책의 끝부분에서 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성'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성'을 즐길 권리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성'은 감추고 으슥한 곳에서 남몰래 행해야 하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가 더 즐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미국 청소년들의 '성' 실태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면 충격적이랄 수 있는 그런 '실태'를 앞부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른들이 막는다고, 가린다고 청소년들의 '성생활'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청소년들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그렇다면 어른들이 할 일은 이들의 그런 '성생활'을 막는 성교육이 아니라 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서로를 존중하는 '성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페미니즘 '성교육'이다. 페미니즘 성교육은 여성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모든 성에게 해당하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 성교육이다. 그것이 양성이든, 동성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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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 08: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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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 0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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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 1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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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 1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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