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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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가 제목이다. 사람은 홀로가 아니라 더불어 특정한 공간에서 특정한 시간을 살아간다. 이곳이 바로 장소다. 단순한 공간을 넘어 관계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의미로 장소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장소에서 사람들은 주체로서 서로 관계를 맺는다. 장소에서 주체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다움을 잃은, 그래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더라도 같은 장소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기 힘든 존재이다.

 

여기서 환대라는 말이 등장한다. 상대를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그에게 장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환대다. 이런 환대는 장소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관계맺는데 필수요소가 된다.

 

환대가 없으면 서로를 이용해야 하는 존재 또는 종속된 존재, 추방해야 하는 존재로 보게 된다. 환대 없이 진정한 공동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회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이 환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대를 한다는 것은 상대를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것이고, 그에게 장소를 제공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사람들이 주체로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살펴보는데 이 환대를 적용해 보면 된다.

 

'환대란 타자를 도덕적 공동체로 초대하는 행위이다. 환대에 의하여 타자는 비로소 도덕적인 것 안으로 들어오며, 도덕적인 언어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사회를 만드는 것은 규범이나 제도가 아니라 바로 환대이다.' (242쪽)

 

'절대적 환대가 타자의 영토에 유폐되어 자신의 존재를 부인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일, 그들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일,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자리를 주는 일. 즉 무차별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사회 안에 빼앗길 수 없는 자리/장소를 마련해주는 일이라면, 우리는 그러한 환대가 필요하며 또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 환대는 공공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204쪽)

 

저자는 이렇게 환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환대란 바로 상대를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그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환대가 잘 이루어지는 사회가 좋은 사회이고, 그것이 바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가? 우선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를 보면 우리는 그들을 환대하고 있지 않다.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선을 긋고 그들이 그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들과 우리는 다름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고 행동하고 있다.

 

단지 외국인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에 해당하는 사람, 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우리는 환대를 하고 있지 않다. 그들을 끊임없이 배제하고 있다.

 

이런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공공성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이 책에서는 여러 근거를 들어 비판하고 있다.

 

하나의 공간이 사람들이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동체인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환대가 필요하다. 환대, 그것은 조건 없는 행위이다. 이런 환대들이 우리 사회에 더 퍼져나가야 한다.

 

왜 환대가 필요한지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통합이 되지 않고 있다. 통합으로 가는 여러 논쟁들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논쟁이 상대를 배척하고 몰아내는, 자신들의 장소에서 쫓아내는 그런 논쟁이 아니라, 서로가 같은 장소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하는 그런 논쟁이었으면 좋겠다.

 

공동체는 개인의 영역을 모두 버리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공동체는 개인의 영역을 인정하고 지켜주는, 그런 개인들의 영역들이 서로 공존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드는데 환대가 작용한다.

 

우리 사회 역시 그렇게 가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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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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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09: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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