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천대받는 말이다. 똥이라는 말은. 그러나 똥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요즘에야 수세식 화장실이 되어 자신의 똥을 잘 보지도 않고, 똥이 바람과 햇볕을 보지도 못하고 하수구로 휩쓸려들어가고 말지만, 본래 똥은 쌀의 다른 이름이지 않은가. 늘 우리 곁에 있던 존재 아니던가. 귀한 대접을 받던 존재였는데...

 

  자연의 순환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존재가 바로 똥인데, 지금은 이런 순환이 끊어져 버린 상태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똥이기도 하다.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그냥 버려지고 마는 똥, 지금 우리 시대에는 '강아지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들판에 똥을 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데, 시인은 들판에 누운 똥을 보고 이렇게 따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순환하는 똥은 역겨운 냄새가 아니라 향기로운 냄새를 풍긴다는 것,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똥이고,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

 

똥 하나로 인해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사람의 모습, 잊혀진 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다. 

 

 들똥을 누고

 

모락모락 똥이 웃네요

세상 밖으로 나와 세상 구경하는 똥

빤히 나를 올려다보고 웃네요

나는 똥의 해방군 똥의 산모

바람 불고 햇볕 좋은 명당자리

골라서 연옥에서 빼내어

풀어놔서 고맙다고 똥이

나를 보고 따끈하게 웃네요.

즉시 바람과 햇볕이 똥을 주물러

재생 밑거름을 만들면서

냄새 한번 구수해서 좋다고

부드러워서 좋다고

심심하던 차에

일거리 줘서 고맙다고

모두들 좋다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나도 좋네요

처음에 계면쩍고 부끄러웠던 엉덩이

치켜올리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네요.

 

정대구, 양산시편, 시선사. 2005년 2쇄.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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