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시집 100권 발간 기념시집이다.
78명의 시가 실려 있다. 시집을 두세 권 낸 시인도 있으니, 세계사에서 나온 시집에서 각 시인들의 대표작들을 하나씩 골라 실어놓은 책이다.
1권부터 99권까지의 시인들의 시가 실려 있다.
그냥 주욱 읽으면 된다. 예전에 만났던 시들도 있고, 만나지 못한 시들도 있다.
그럼에도 시의 향연이다. 즐기면 된다. 그 중에 한 시를 인용한다. 아름다움(美)이다.
어떤 것이 아름다움인가? 전(前) 대통령 누구는 이런 미를 추구하는데, 잘못 추구하여 오히려 더 자신의 이름을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했는데...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것이 아름다움인가?
미(美)
- 오선홍 (45. 저 들이 몸을 열어)
가면이여!
그대의 얼굴 밖의 얼굴을 벗기고
그대의 얼굴 안의 얼굴을 벗기고
얼굴 밖의 얼굴을 벗고(벗기고)
얼굴 안의 얼굴을 벗고(벗기고)
美여!
파란 많은 세월의
간지러운 주름살이여
최승호, 이경호 엮음, 내몸이 시다, 세계사, 2000년 초판. 76쪽.
아름다움은 가면이 아니다. 덧씌워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름다움은 덜어내는 것이다. 안에서 바깥에서 덜어내어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야 한다.
감추는 것, 가리는 것, 그것은 가면일뿐이다. 이런 가면을 벗는 것, 벗기는 것, 그것에서 아름다움이 나온다.
여기서 최인훈의 "가면고"란 소설이 생각난다. 다문고라는 왕자가 완벽한 얼굴을 갖기 위해 사람들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 쓴다는 그런 소설. 결국 완벽한 얼굴은 가면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소설에서도.
내 안과 바깥에 있는 가면을 벗기고 벗으면 어떻게 되는가? 세월의 무게가 오롯이 온몸에 드러나게 된다. 온몸에 무늬를 새기게 된다.
온몸에 새겨진 '파란 많은 세월의 / 간지러운 주름살'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그것을 가리려고 덮어쓴 것은 가면에 불과하다. 가면은 일시적이다. 순간, 아름답다고 여겨질지라도 오래가지 못한다.
이렇게 자신에게 덧씌워진 가면들을 벗어던지는 것,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니라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온갖 통계자료나 미사여구로 포장한 사회가 아름다울 리 없다. 있는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회,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다. 그렇게 서로의 가면을 벗기고, 자신의 가면을 벗는 사회. 그런 사회가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다.
이제는 그럴 때도 되지 않았나, 우리 사회도 우리들도 아름다워질 때가. 세계사 시집 100권 발간 기념 시집을 읽으며, 이렇게 시집을 꾸준히 내는 우리나라이니,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 편 한 편의 시를 읽거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