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생 - 죽음 이후의 삶의 이야기, 개정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최준식 옮김 / 대화문화아카데미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잎이 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서 서로를 볼 수 없는 '상사화'

 

어쩌면 죽음과 삶 역시 이러한 상사화 같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어느 한쪽만 존재하게 된다. 한쪽이 오면 한쪽은 물러나야 한다. 그럼에도 삶은 자신이 살아 있음으로 볼 수 있지만, 죽음은 자신이 볼 수 없다.

 

죽음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죽음 이후의 삶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도대체 죽음 뒤에 어떤 삶이 있을까?

 

그냥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무언가가 있다는 사람도 있고, 분명 새로운 삶이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누구의 말이 옳은지는 죽어보아야만 알 수 있으니 여전히 죽음은 사람에게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미지의 세계, 그래서 우리에게 두려움을 준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수많은 죽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죽음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어쩌면 그는 근사체험(近死體驗)을 한 사람들을 통해, 또 자신의 근사체험을 통해 죽음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죽음은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또 다른 사랑의 이름이라고. 온전하게 사랑하지 못한 사람은 죽음에 이르기도 쉽지 않다고.

 

그래서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는 온전한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고. 우리나라에서 쓰는 말들 역시 이와 비슷하지 않나.

 

악하게 행동하던 사람이 갑자기 착하게 행동하면, ' 저 사람 죽을 때가 되었나,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말을 하지 않던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하면서 죽음의 길로 가게 된다고 하는 로스 박사의 말은, 많은 과학자들은 찬성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죽어가는 사람의 소망이 담겨서 환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로스 박사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그것은 상상이나 환각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죽음은 실제라고 말을 한다.

 

영적 존재는 분명 존재한다고, 우리에게는 누구나 다 가장 사랑하는 영적 존재가 있고, 그 존재와 죽음의 순간에 함께 하게 된다고, 그 때는 사랑으로 충만해진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런 로스 박사의 말을 믿으면 죽음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 다른 세계로, 이 책에 나오는 용어로 하면 우선 육체라는 고치를 벗고 영혼이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른 세계에서 온전한 존재로 살아가게 되는 일, 그것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질적인 변환을 하는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런 죽음, 그렇다면 사람들이 굳이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나라처럼 묘지나 화장터가 혐오시설이 되는 나라에서는 로스 박사의 이런 책이 반드시 읽혀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온다.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것이 죽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죽음에 대해서 늘 생각하는 문화를 지니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죽음을 그냥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어려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 이야기가 이 책에 나오는데, 이럴 땐 부모의 죽음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함께 죽음을 애도하고,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죽음에 대한 바른 태도라고 한다. 그래야만 아이도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한 번은 꼭 찾아오는 죽음, 그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서 우리는 여전히 모른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마냥 행복한 것으로 그려져 있지만,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로스 박사의 말을 들으면 그렇다. 우리는 잘 살 수밖에 없다. 죽음에 이르러서 나를 심판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삶이라고 하니 말이다.

 

결국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삶을 잘 살기 위한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가야 할 길이지만, 갔다가 돌아와 이야기해주지 못한 그 삶에 대해 이렇게라도 근사체험을 통해 들려주는 이유는 바로 지금 잘 살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한다.

 

읽어볼 만하다. 읽어봐야 한다. 잘 살기 위해서라도. 잘 죽는다는 것, 그것은 잘 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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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3 08: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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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3 0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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