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별들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박일환 지음 / 우리학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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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소설은 내가 살지 않은 삶을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실제 삶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도 소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소설은 나로 하여금 다른 인생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며, 다른 인생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이 소설을 읽게 만든다. 비록 마음을 힘들게 할지라도 소설을 통해서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으니까.

 

세월. 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라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좋은 약인 '망각'이 작동해서 고통도 약해지고, 슬픔도 약해지게 된다. 그렇게 세월은 우리를 치유로 이끈다. 이마저도 없다면 우리 인간은 슬픔의 바다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죽게 되고 말리라. 

 

이처럼 세월이 우리를 치유로 이끄는데, '세월호'는 여전히 우리를 슬픔으로 이끈다. 지속적인 슬픔. 아직도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여전히 미수습자로 남은 사람들이 있기에... 비록 3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세월호는 망각이라는 약이 통하지 않는다. 

 

아니, 통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에는 망각이라는 약이 아니라 '기억'이라는 약이 통해야 한다. 그 약을 우리는 평생 간직해야 한다. 그 약은 우리에게 슬픔을 주고 고통을 주겠지만, 오히려 그 약이 바로 세월호의 슬픔을 이겨내는 힘이다. '망각이 아닌 기억'

 

하여 세월호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만났다. 그럼에도 읽기에 망설여진다. 쉽게 책장을 펼치지 못한다. 여러 번 마음을 추스린다. 다잡는다. 읽어야 할까, 말까... 공연히 읽어서 눈시울을 자극할 필요가 있을까, 분명 읽으면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떨글텐데... 아직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가.

 

제목에서 슬픔이 뚝뚝 묻어난다. 별들이 하늘로 가지 않고 바다로 갔으니, 그래서 읽어야 한단 생각을 한다. 별은 바다가 아니라 하늘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바다로 간 별들"이라고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 것이 아니라 하늘에 있던 별이 바다로 떨어진 것이라고, 그렇게 주인공은 민지는 생각한다.

 

너희들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 게 아니라 거꾸로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너희를 삼킨 바다 위로 말이야. 한꺼번에 바다로 간 별들, 그게 바로 너희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지난 4월의 바다는 슬픈 바다, 통곡의 바다가 되었던 거고. 그렇다면 하늘의 별을 보며 너희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바다로 가 버린 너희의 영혼을 먼저 건져 올려야 하는 게 순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209-210쪽) 

 

읽기로 마음을 정한다. 바다로 간 별들의 영혼을 건져 올리기 위해서는 슬픔을 외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눈물 방울이 더 떨어져 눈물의 힘으로 건져 올릴 수 있게 될 때까지 눈물을 흘려도 좋으리란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때로는 이들의 좋았던 추억에 슬며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이들에게서 웃음을 빼앗아간 그 사건에 분노를 터뜨리기도 하며, 살아남은 친구들의 슬픔에 공감을 하기 한다.

 

그렇게 소설은 주인공 민지를 중심으로 중학교 때 만났던 아이들이 등장한다. 친했던 친구 수경, 민지를 좋아했던 남학생 민석, 민지와 직접 관계를 맺지 못하지만 같은 반이었던 경호. 그리고 '오죽하면'이라는 팀이름으로 함께 춤을 추던 친구들.

 

이 중에 단원고로 진학한 수경, 민석에 대한 이야기를 민지를 중심으로 펼쳐가고 있다. 단원고 학생이 아니었음에 살아남아 친구를 잃어야 했던 민지, 그 민지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친구들. 이런 민지를 따라가면서 우리는 민지가 겪었던 일들을 함께 겪게 된다. 함께 웃고, 함께 울며, 함께 기억하게 된다.

 

어른의 관점이 아닌 친구의 관점에서 세월호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이겨나가는 모습이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그래서 더 생생하다. 바로 이들의 이야기이고, 이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어가면서 민지를 통해 '세월호'를 겪어가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것을 극복해가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하여 슬픔을 통해 슬픔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민지는 잊지 않기로 한다. 기억을 해야 한다. 슬픔 역시 외면하지 않는다. 슬픔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 슬픔을 자신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이들에 대한 기억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래야만 세월호는 잊히지 않는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는다.

 

그러나 아무리 슬픔을 이기려 해도 소설 속 슬픔이 마음에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거부해서도 안 된다. 슬픔을 슬픔으로 받아들이자. 그 다음에 앞으로 나아가자. 그렇게 마음 먹고 소설을 읽는다.

 

작가 역시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이 소설을 너무 슬픔으로만 읽어 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슬픔을 넘어 그들이 미처 펼치지 못한 꿈들을 받아안고, 그들을 대신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223-2224쪽)

 

세월호에 관련된 소설... 그렇다. 소설을 슬픔으로만 읽지는 않는다. 슬픔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으로 바꾼다. 슬픔을 '기억'으로 바꾼다. '기억'을 '행동'으로 바꾼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기에...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고, 책임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고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우리가 '기억'할 수 있게 '행동'해야 함을, 소설을 통해 온몸으로 느낀다.

 

소설의 끝부분, 민지의 생각으로 마무리한다.

 

잊지 않을 거야. 내 친구들을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간 모든 것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눈물이 나지만 참을 거야.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게 되더라도 그건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눈물이 될 거야. 속으로 뇌고 또 뇌었다. 울컥, 하는 날들이 오래도록 이어지겠지만 그런 순간들조차 슬픔을 넘어서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 줄 거였다. (218쪽)

 

이 소설, 그런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바다로 간 별들'이 이제는 하늘에서 영롱히 빛날 수 있게, 그들의 영혼이 하늘로 갈 수 있게, 우리가 기억하고 행동하게 하는 디딤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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