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요즘 시들을 읽다보면 이 시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왜 이렇게 시들이 어려운 거야, 하는 불만이 치밀어 올라온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현대시처럼 어려운 시들을 배운 기억이 없다. 기껏해야 이상의 시 정도.
그런데, 이상의 시는 초현실주의 시라고 치고, 그래서 무의식을 발로라고 배운 것으로 끝낼 수 있지만, 요즘의 시들을 학교에서 배우면 무어라고 가르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토록 우리 삶이 해석하기 힘들어졌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 삶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졌기 때문에 현대시들도 이렇게 난해해졌는지 모른다.
우리는 하루 앞을 내다보기도 힘든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불확실성의 시대. 그것이 바로 현대고, 불확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바로 현대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 점을 시인들이 포착해서 시로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그냥 우리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을 보여주고 있는 시가 있다. 2013년 현대문학상을 탄 이근화의 '제발 이 손 좀 놔주세요'란 시다.
손을 놔달라고 말하는 듯하지만, 손을 놔달라는 말을 못한다. 그것은 안타까움이 자신에게로 왔기 때문이다. 자신과 처지가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시는 그냥 우리가 일상에서 목격할 수 있는 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보여줌 속에 따스함이 함께 하고 있다.
제발 이 손 좀 놔주세요
호박죽 포장을 들고 있었다
오토바이가 쓰러졌고 한참을 미끄러져 나갔다
쿵 소리가 먼저였던가
계산하던 아줌마가 영수증을 건네주다 놀라서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아이고 어떡해 어떡하지 어떡하냐
헬멧을 벗은 사람은 초로의 남자였다
오토바이 밑에 깔린 다리를 빼지 못했다
설탕 트럭을 피하려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한 걸까
트럭 운전수가 오토바이를 들어 올렸다
사람들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경찰서인지 병원인지 모를 곳으로 손가락을 눌렀다
호박죽은 식어가는데
죽집 아줌마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가야 하는데
혈압이 오르락내리락 엄마한테 가아 하는데
얼마나 다쳤는지 보험은 들어놨는지
걱정은 누구의 몫일까
영원히 일어서지 못하면 어떡해
설탕 트럭이 걱정을 우수수 쏟아냈다
아줌마 제발 이 손 좀 놔주세요, 말하지 못했다
죽은 식어가는데 엄마가 오르락내리락 기다리는데
남자의 죽은 누가 포장해 갈지
빗쟁이 딸이 있으면 어떡해
달콤하지 않은 걱정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2013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2012년. 18-19쪽.
어쩌면 우리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갈 때 이렇게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무런 실용성도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서로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일종의 유대다. 손과 손을 통해 마음이 통하는 것이다.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을 봤을 때, 직접 행동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서로 손을 잡게 되는 것은, 그것이 꼭 남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 시에서 '달콤하지 않은 걱정들이 쏟아지고 있었다'라고 할 정도로, 남의 일을 내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시의 화자는 '제발 이 손 좀 놔주세요'란 말을 하지 못한다. 맞잡은 손 속에서 불확실성의 시대를 견뎌내는 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정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는. 각자가 각자의 삶만을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이렇게 서로 손을 잡음으로써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