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객석
강병철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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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이자 시인, 소설가인 강병철이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냈다. 좀 낯선 인물들도 꽤 나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충청도와 관계가 있다. 저자인 강병철이 충청도에서 활동했기에 그가 자주 만난 사람들이 충청도 출신 혹은 충청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데서 인물 선정의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여기에 교사(또는 교사 출신)들이자 문인인 사람들도 꽤 나온다. 저자 역시 교사이자 문인이기도 하고. 이들은 대부분 전교조와 관련된 교사들이다. 지금 누구는 전교조를 때려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예전에 이들을 해직시키더니, 이제는 한사코 법 밖으로 전교조를 몰아내고 있는 것도 모자라 때려잡아야 한다고, 노조에 대한 인식이, 교사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인 사람이 대통령 후보라니, 세월 참, 앞으로 가지 않고 뒤로 거꾸로 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읽어가면서 전교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정말로 교사로서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 이들은 대부분 전교조 교사였는데, 이들이 얼마나 잘 살았는지 이 책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아마도 전교조에 대해서 오른쪽으로 치우쳤던 생각들을 조금은 교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는 교육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이야기고.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도 있고, 지금은 교육감이 되어 지역 교육의 수장 노릇을 하는 사람도 있고,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다.

 

윤중호, 김성동, 이문구, 한창훈, 이정록, 안학수, 조재훈, 최교진, 나태주, 정낙추, 황재학, 김지철, 김충권, 이순이, 이문복 

 

첫 인물인 윤중호, 제목부터 슬프다. 이렇게 꽃이 피었어도 한 번 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눈을 뜨지 않는다. 윤중호가 그렇다.

 

저자인 강병철과 친밀하게 지냈던 사람들 이야기라서 글 속에서 그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곁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들의 고민, 이들의 문학, 이들의 삶에 대해서 강병철은 객석에서 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자신이 만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게 하는 것, 그래서 책 제목도 '작가의 객석'이다. 작가는 '객석'에서 주인공들을 바라본다. 그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서 우리 역시 주인공들을 바라보게 된다.

 

따스하게, 애정을 가지고 이들을 바라보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따스해진다. 어떤 장면에서는 짠해지기도 한다.

 

안학수 시인 편에서 눈물이 짠해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장애인에 대해서는 편견을 지니고 있었음은 매한가지. 여기에 더해 장애인을 곯리고 괴롭히기도 했으니, 그런 경험을 성장소설로 썼다는데, 아마도 작가의 삶이었을 그 장면.

 

식모살이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온 누나가 장애인 동생을 보며 주저앉으며 하는 말 "누나가 아무것도 못 사왔다."

 

눈물이 울컥했다. 지지리로 가난한 생활에 무보수 식모로 집안 입 하나 덜어주던 누나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동생에게 하는 말. 이런 슬픔이라니.

 

시인의 이런 슬픔을 작가는 객석에서 우리에게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다. 아니 들려주고 있다기보다는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편이 다 따스하다.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한 시대를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그 치열함이 문학으로 어떻게 남게 되었는지를 보게 된다.

 

작가와 같은 자리에서 작가가 보는 것을 우리 역시 보게 된다. '작가의 객석'은 이렇게 우리의 객석이 된다. 우리는 이들의 삶을, 문학을 본다. 작가가 보는 것이 우리 마음 속에 고스란히 담겨지게 된다.

 

좋다. 사람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하는 몇몇 군상들을 잊을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이 술을 먹고 온갖 난장을 벌여도 그 난장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고민, 활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대단한 작가들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울고 웃으며 땀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래서 객석에서 나와 그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좋았다는 말 이상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은 책이기도 하다. 문인들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해주는, 그런 책이다. 감사하다. 이런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 출판사에게. 역시 '삶창'이다. 삶을 보여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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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6 1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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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6 1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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