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오래되지 않은 날에 소래포구에 불이 났다. 어느 날 뉴스에서 소래포구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보고서, 그리 큰불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소래포구에 가보면 알겠지만, 특히 소래 어시장은 다닥다닥 건물들이 붙어 있어 한 번 불이 붙으면 대책이 없다.
비록 바닷가에 붙어 있지만, 불이 한번 붙기 시작하면 물을 이기기도 한다. 지형학적 위치보다는, 건물들의 밀집구조가 불하고 더 친하기 마련이다.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소래 어시장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는데...
수도권에서 소래어시장만큼 알려진 곳이 많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에서 바다를 끼고 신선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언제 가도 이곳엔 사람들이 넘쳤다. 건물들 사이사이로 사람들은 돌아다니기 바빴다. 포구를 관광한다기보다는, 어시장에 수산물을 사러 왔다기 보다는, 사람들 틈에 끼어, 사람들에게 밀려 그냥 움직일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짜증보다는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바다 생물들, 그리고 그만큼 더 싱싱한 장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소리.
그러다 흥정에 성공해 수산물을 잔뜩 사들고 가는 사람들, 온 김에 포구 구경이나 하자고 구경을 하는 사람들, 아예 어시장 밖 포구 앞에 자리를 잡고 회에 소주를 곁들이고 있는 사람들.
살아 움직이는 풍경이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소래에 가서 수산물을 사와 먹곤 했었는데... 사람들에 밀리면서도 가고 싶은 곳이었는데, 그곳에 불이 났다.
다시 살아나기는 하겠지만 그곳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그곳을 관광삼아 또는 먹을거리를 사러 갔던 사람에게는 당분간은 갈 곳을 잃게 만든 불이었다.
그들이 다시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기를 기대하며... 불현듯 소래포구, 소래 어시장을 떠올린 것은 이영유의 시집, "홀로 서서 별들을 바라본다"를 읽다가 '소래장터' 연작시를 발견하고였다.
다시 소래포구에서 활기찬 생물들의 소리가 울려퍼지길 바라면서... 그 중의 한 편을 여기에 옮긴다.
소래(蘇萊)장터
무너지는 힘과
다리를 힘겹게 치켜올리는 바다
찢어진 바람 사이를
날렵하게 피해다니며 대양을
누비는 거대한 울음들
그 여자의 좌판 위에 모두
모여 있다
아무도 시비를 하지 않는다
이영유, 홀로 서서 별들을 바라본다. 문학과지성사, 1995년. 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