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가자마자 세월호가 올라왔다. 그러나 미수습자 수습도, 진실 규명도 아직은 요원하다.

 

  삶창 110호가 왔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는 창을 만나게 되는 책. 이 책의 표지가 바로 세월호 희생자들, 홍성담이 그린 '내 몸은 바다(2)'다.

 

  홍성담의 그림으로 세월호를 잊을 수 없음을, 우리 사회가 영원히 기억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함을, 따라서 진실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의 침몰, 그리고 제대로 된 구조를 하지 않았을 때부터 이미 우리에게서 밀려난 정권이었다. 그런데도 그 정권을 떨쳐내는데 두 해가 넘는 세월이 걸렸을 뿐이다.

 

그리고 세 해. 예전이면 시묘살이를 하더라도 끝낼 시간. 하지만 세월호는 끝나지 않는다. 이제야 시작이다. 철저한 진실 규명에 의한 책임자 처벌. 이것이 되어야만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 삼 년이라는 시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이번 호를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대선과도 맞물려 생각할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꼭 대선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할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면 된다.

 

이 중에 마음에 콕콕 와 박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밥' 문제다. '밥'은 곧 '생명'이다. 이 '생명'을 유지해주는 것이 바로 '일자리'다.

 

그런데 우리의 일자리는 안녕한가? 하면 절대로 안녕하지 않다. '안녕하십니까 또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절실하게 와닿는 요즘이다.

 

조선강국이라는 나라에서 조선업이 망해가고 있어 수많은 노동자들이 '밥줄'을 놓게 생겼으며, 다른 기업들에서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밥줄'을 스스로 끊게 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 노조들은 점점 힘이 없어져 투쟁에서 승리하기는 커녕, 제대로 된 싸움도 변변히 해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고 있는지, 각종 소송에 휘말리고 자본의 교묘한 술책에 어떻게 고통받고 있는지는 '353일, 그러나 끝나지 않은 싸움(김성민)'의 글과 ''밥이 불안하다(표성배)'의 글을 보면 절절하게 나와 있다.

 

여기에 영화 한 편을 추가하면 '모멸감을 견디며 살아남는다는 것(이수향)'의 글을 읽는 것도 좋다.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의 시평인데, 평생을 성실하게 노동하면서 살아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을 때 당하게 되는 현실을 잘 그려낸 영화다.

 

영국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의, 어쩌면 영국보다 더 심각한 우리나라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선 즈음해서 많은 정당들에서 나오는 공약들에 노동자들의 권리가, 적어도 '살 권리'가 보장되는 공약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일부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에는 4시에 퇴근하고 평일에 2시간 더 근무하는 제도를 처음 시행했는데,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제도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아랫돌 빼어 윗돌 괸다는 식, 또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닌가. 도대체 여기서 노동시간이 어디 줄었는가. 그냥 똑같지 않은가. 그럼에도 난리다. 대기업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아 공무원들만 시행을 했고, 일반 기업에서는 시행율 0%라고 한다.

 

이정도 정책도 기업에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것인데... 반대로 세계 최장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또 대기업노조들을 귀족노조라고 하는데, 그들이 정상적으로 기준 시간만 일하면 과연 그렇게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이들 임금이 높은 이유는 시간외 수당, 초과근무, 휴일 특근 수당 등을 모두 받기 때문 아닌가.

 

결국 하루 8시간 노동, 주 5일 근무 즉, 40시간 노동만 해서는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이고 살기 힘든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임금체계 또는 생활물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를 현실화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에만 두 시간 당겨 퇴근을 해서 가족과 함께 소비를 하는 삶을 살라고 하는 것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이런 주장을 하기 전에 주5일 근무, 40시간 노동시간만으로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노동을 하며, 생활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치인들에게 지금 우리가 주장해야 할 문제다.

 

사실은 주40시간 노동도 많다. 이보다 더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지금은 먼 나라 얘기 같지만 사실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이번 호에 실린 '노동의 가치에서 삶의 가치로(김경윤)'의 글을 읽어보라. 지금 우리는 '노동을 할 권리'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게으를 수 있는 권리(라파르그)'를 주장하거나 '게으름에 대한 찬양(러셀)'을 할 때다. 그래서 강수돌의 말처럼 '일중독에서 벗어나기'를 해야 한다.

 

그러고도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기본 생계는 사회가, 국가가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밥' 걱정 하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도 할 수가 있고. 이번 호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지만 '기본소득'에 대해서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이런 저런 글들이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그리고 가슴 한 켠을 짠하게 울렸던 글, '내 이름은 임순분(박중엽)' 그 놈의 '사드', 정말 '사드'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드가 배치될 그곳에는 바로 '사람'이 살고 있다. 그 사람, 임순분...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다. '소성리에도 사람이 산다'고.

 

어디 이뿐이랴. 더 많은 일들이 많다. 더 많이 생각할 것들이 많다. 대통령 선거를 즈음해서, 국민의 힘으로 국정농단 대통령을 밀어낸 그 힘으로 이번에 새로 시작해야 한다. 또다시 사람만 바꾸는 그런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삶창 110호' 새로운 시작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그야말로 삶을 보는 창을 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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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6 0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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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6 0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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