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테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문현미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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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유명한 이름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러나 이름만큼 그의 작품을 읽지는 않았다. 그냥 릴케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 다른 시인들의 시에 등장하는 릴케, 또는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릴케.

 

읽지 않아도 너무 유명한 작가, 릴케. 그의 시집을 한 권 읽었고, 소설집을 한 권 읽은 것이 전부. 이 말테의 수기는 읽어야지 하면서도 늘 미루기만 했던 책.

 

드디어 읽었다. 읽으면서 릴케의 이 작품이 왜 유명한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테라는 주인공이 자신의 삶과 생각을 자유롭게 쓰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인데, 서양의 문화, 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커다른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릴케라는 이름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읽었다고나 할까.

 

릴케와 관련된 여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그를 중심으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도 하겠지만, 말테의 수기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다.

 

조금은 환상적인 부분이 있는 이야기들도 등장하고 있으니, 사실적인 내용만이 실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릴케의 삶을 잘 알고 있다면 이 말테의 수기를 흥미있게 읽어갈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한다. 이러나 저러나 내게 이 말테의 수기는 이런 문장들로 기억될 것이다.

 

시에 대하여, 시인에 대하여 한 구절들.

 

... 사람이 젊어서 시를 쓰게 되면, 훌륭한 시를 쓸 수 없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때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한평생,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의미(意味)와 감미(甘味)를 모아야 한다. 그러면 아주 마지막에 열 줄의 성공한 시행을 쓸 수 있을 거다. 시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감정이 아니고 (사실 감정은 일찍부터 가질 수 있는 거다), 경험이기 때문이다.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시들, 사람들, 그리고 사물들을 보아야 한다. 동물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새들이 어떻게 나는지 느껴야 하며, 작은 꽃들이 아침에 피어날 때의 몸짓을 알아야 한다. 시인은 돌이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 (26-27쪽)

 

릴케는 시인이 되었다. 소설가가 되었다. 그는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되기까지 그가 경험한 일들, 그런 일들이 이 말테의 수기에 나와 있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글을 쓰기 위해 말테는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된다. 그 과정이 나타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사람의 작가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라고 보면서 읽으면 된다. 그렇게 읽으면 책에 나오는 유럽의 역사, 문화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해도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이 어떻게 해서 작가로 탄생하게 되는지를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한 작품을 읽었다. 다음에는 그의 예술론이 담겨 있는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로댕론'과 '젊은 예술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야겠다. 그에게 한 발 더 다가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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