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목공소 - 상상력과 창의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김진송 지음 / 톨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모든 건 악몽에서 시작되었다.'로 이 책은 시작한다.

 

악몽? 무엇이? 그것은 바로 이야기를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지라고 하지만, 이미지는 고정되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를 더 많이 지니고 있다고 하면 작가의 악몽은 바로 움직이지 않는 이미지를 이야기에 걸맞게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데서 비롯한다.

 

그것도 목공으로... 목공작업으로 만든 작품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여야 하고, 단순히 움직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엔 작가의 이야기가 움직이는 목공으로 나타나게 했다. 그 다음에는 재료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도 했다. 상상력이 작동하는 부분이고 창의성이 발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눈으로 보여주기.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이것은 바로 악몽이다. 그러나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악몽이다. 그런 악몽이 현실에 나타나면 더 이상 악몽이 아니다. 악몽은 꿈에만 존재해야 악몽이 된다.

 

현실에 나타나면 그것은 악몽이 아니라 어려움이다.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 어떻게든. 그런 분투의 과정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휘되게 된다. 여기에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과 노력이 들어가고.

 

그래서 작가는 움직이는 목공을 만들어냈다. 이야기가 있는 이미지, 작품들인 것이다. 다만, 이 이야기는 모두에게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마다 작품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나고, 그 사물을 본 사람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다시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상상력과 창의성은 누구에게만 속한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찾지 않을 뿐이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의 세계에만 빠져 있다면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없다. 그것을 다르게 보는 눈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상상력이고 창의성이다.

 

자신을 볼 수 있는 것, 자신에게서 한 발 떨어져 있는 것... 한 발 떨어져 자신을 보게 된다는 것은 다른 존재의 관점에서 자신을 본다는 것이다.

 

즉, 기존에 자신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 이것이 바로 상상력이고, 창의성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작품들이 나오는데, 순간 이런 작품들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벌레로, 꽃으로 이야기가 넘어간다. 읽어가다보면 자연스레 연결이 되기도 하는데, 이는 자연과 자신의 경험과 이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자연적 지식이나 경험적 지식, 그리고 학문적 지식에 어떤 위계를 부여하려는 생각을 거부하는 데까지 나아가는데, 이것을 거부하는 순간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게 된다.

 

어떤 고정관념에 빠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목수로서 자신이 만드는 일을 중심으로, 만나게 되는 존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가기 때문에 때로는 어려운 철학적, 인문학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도 그리 어렵다는 생각없이 읽어갈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제목인 '상상목공소'를 생각하여 기상천외한 목공작품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야기를 목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목공으로 만나게 되는 자연, 학문까지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책이기 때문이다.

 

가끔 작가가 만든 작품이 사진으로 나와 보는 재미는 있지만, 실제로는 움직이는 목공작품들이 책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이미지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직접 작품을 보는 것보단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자연과 인간, 경험과 지식에 대해서, 상상력과 창의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최고라는 틀을 벗어나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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