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은 여인의 뱃살을 본 적이 있는가.

 

이제는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난 여인의 뱃살. 아이를 뱃속에 두었을 때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늘어난 뱃살, 갈라지고 터진 뱃살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더 이상 줄지 않아 이제는 똥배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뱃살.

 

뱃속에 있을 때만 아이를 돌보았겠는가. 아이가 자라 제 앞가름을 할 때까지 늘어났던 배가 다시 줄어들어, 자욱이 남을 정도로 아이를 위해 살았던 어머니.

 

배에 있는 자욱들은, 그 금들은 바로 아이를 살렸던 삶의 흔적들.

 

그러나 나이들면 축 늘어진 뱃살을 안고 살아가는, 아랫목에 누울라치면 뱃살이 축 처져 방바닥에 닿고 마는 그런 뱃살.

 

그 뱃살에는 생명이 있다. 생명을 키운 젖줄이 있다. 뱃살을 따라 이리저리로 갈라진 금들, 그 금들은 바로 강이다.

 

강은 생명이다. 뭇 생명들을 거느리는 생명줄. 그것이 바로 강이다. 이런 강들을 제 몸에 지니고 사는 사람, 바로 어머니다.

 

누가 어머니의 늘어진 뱃살을, 갈라터진 뱃살을 비웃을 수 있겠는가. 그 어느 누가, 감히.

 

 

양수를 여섯 번이나 담았던

당신의 아랫배는

생명의 곳간, 옆으로 누우면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며

방바닥에 너부러진다

긴장을 놓아버린 아름다운 아랫배

누가 숨소리 싱싱한 저 방앗간을

똥배라 비웃을 수 있는가

허벅지와 아랫배의 터진 살은

마른 들녘을 적셔 나가는 은빛 강

깊고 아늑한 중심으로 도도히 흘러드는

눈부신 강줄기에 딸려들고파

나 문득 취수장의 물처럼 소용돌이친다

뒤룩뒤룩한 내 뱃살을

인품인 양 어루만지는 생명의 무진장이여

방바닥도 당신의 아랫배에 볼 비비며

쩔쩔 끓는다

 

이정록, 제비꽃 여인숙, 민음사, 2007 1판 6쇄. 63쪽

 

이정록의 시는 따뜻하다. 그의 시 "의자"를 보라. 얼마나 따뜻한가. 그리고 그의 시에서는 어머니가 많이 등장한다. 시집 제목으로 "어머니 학교"도 있다.

 

이번 시집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을 그린, 삶을 그린 시가 있다. 바로 '강'이란 시다. 어머니의 뱃살, 그 뱃살이 터진 자욱들, 그것을 강으로 표현했다.

 

강은 바로 삶의 터전이다. 어머니는 바로 우리 삶의 바탕이다. 그런 어머니를 그린 시. 따스하고 좋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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