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상의 "소를 웃긴 꽃"

 

이 시는 많이 보았다. 많이 인용되는 시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시를 읽어보았어도, 그의 시집을 읽는 적은 없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시집을 구입하고, 읽는데, 간결한 언어로 우리 사회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지 않게 시집을 넘기게 된다. 그리고 시 한 편 한 편에 그래 그렇지 하는 맞장구를 치게도 된다.

 

그러다 후반부 시에 가서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전영진, 영진이 여동생, 칼에 갇힌 사내, 광주 오월단(光州 五月團)'이라는 시들이다. 아직도 광주의 한이 풀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을 함께 체험한 사람들의

가슴에, 광주의 정신이 살아 있는 것은 당연한데, 그 광주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아직도 실현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아직도 이렇게 시 속에서 광주의 정신이 나오는구나, 계속 시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광주만이 아니다. 4.19정신도, 6.10민주화 정신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미소를 짓게 하는 시들도 많이 있지만 씁쓸한 웃음을 띠게 하는 시들도 꽤 있다. 씁쓸한 웃음이지만, 그 웃음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한다.

 

그런 시들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시다. 지금 우리나라는 청년실업도 심각하지만, 노년실업도 심각하다. 청년과 노년이 모두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시대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니 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이 자영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현상에서도 씁씁한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 전통 자영업들은 이나마에서도 살아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시를 보자.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시다.

 

삼호상가

 

약국 위에 약국이 생기고,

미용실 옆에 미용실이 생기고,

갑자기 비가 내렸다

병원 뒤에 병원이 생기고,

문방구점 아래에 문방구점이 생겼다

수입품가게 앞에 수입품가게가 생기고,

당근과 고구마와 배추를 파는 집 왼쪽에

배추와 고구마와 당근을 파는 집이 생겼다

그럼, 떡집 곁에는 무엇이 생겼을까

믿을지 모르지만,

떡집 곁에는 제과점이 생겼다

 

윤희상, 소를 웃긴 꽃, 문학동네. 2011년 1판 2쇄. 23쪽.

 

한 집 건너 하나씩 자영업 가게다. 너무도 많은 가게들이 즐비하고, 이 가게들 중 절반이 넘는 가게들이 3년을 못 넘기고 망한다고 하니...

 

참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바꾸려면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데, 일자리 또한 한정되어 있으니,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을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가 지금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이 시에 나오는 현실이 계속 우리의 현실이 될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