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시민권력"

 

  이번호 기획 제목이다.

 

  작년에 시작된 촛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이 말은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냥 정치권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백가쟁명이 시작되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형국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언론의 역할이 크다.

 

  '기레기'라고 비판받는 언론이 정신을 차렸는가 싶었는데, 아닌가 보다. 여전히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일들만 다루고 있으니.

 

  이런 언론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 그렇다고 언론을 무시할 수도 없는데, 그나마 언론에서 이 촛불 정국을 다뤄주는 것도 시민들의 힘이 아닌가 한다. 시민들이 더 많은 논의들을 주장한다면 '기레기' 답게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고 시민들의 논의를 다루기 시작할테니까.

 

  언론이 다뤄주길 기다리기 전에, 시민들은 이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이미 논의를 시작했다. 그런 목소리들을 촛불 속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다만 주류 언론에서 다루지 않고 있을 뿐이다.

 

  어떤 소리들이 나오는지 궁금하다면 이번 녹색평론 152호를 보면 된다. 녹색평론은 정치적 사건을 하나하나 쫓아가기보다는, 그런 사건들 속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장성을 살리되 현장에만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제시하는 논의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 '녹색평론'이 보여주고 있는 자세다. 그러니 이런 촛불정국에서 '녹색평론'은 소중한 언론의 역할을 하고, 시민들의 논의를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녹색평론의 발행인인 김종철의 글에서 이런 구절을 만날 수 있다.

 

  '선거라는 것은 조금만 깊이 생각해도 알 수 있듯이 본시 그 한계가 명확하다. 즉, 선거판에서는 거의 언제나 명망가나 재산가 혹은 그들의 비호와 지원을 받는 이른바 특권적인 '엘리트'들이 승자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선거란 본질적으로 기득권층이 계속해서 집권하도록 돕는 장치, 다시 말해서 기득권층끼리 돌고 돌면서 권력을 '세습'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매우 편리한 장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8쪽

 

  그러니 이번 촛불정국에서 단지 대통령 선거제도를 바꾸는 문제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람을 하나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선거제도를 바꿀 수 있도록 시민들의 논의가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권의 기득권들, 국회의원들을 뽑는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늘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어 버린다. 지금은 절호의 기회다. 근본을 바꿀 수 있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김종철의 글을 보자.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즉, 시민들이 상시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 기성의 정치가들이 민중의 의지를 정당하게 대변하는 정치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새로운 제도로 지금까지 나온 아이디어 중 가장 합리적인 것이 '시민의회(혹은 '시민주권회의')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민의회는 전국의 평범한 시민들 중 (제비뽑기에 의해) 무작위로 뽑힌 대표자들이 자유로운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규모의 회의체를 구성하여, 거기서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서 국가나 지방의 주요 현안을 의논·결정하여 국회와 정부로 하여금 이 결정을 수용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숙의민주주의'적 제도이다.' 11쪽.

 

  자, 이제는 이런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언론들도 이런 논의를 다루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힘이 더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기레기'들이 움직인다. 그들은 권력의 냄새를 너무도 잘 맡으므로. (올바른 언론 생활을 하려는 기자들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까지 그들의 모습은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았다. 주류 언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민의회와 더불어 국회의원 선거법을 고칠 수 있어야 한다. 헌법 개정을 비롯한 선거법 개정이 바로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민의회'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 논의에 자료를 제공해주는 것이 하승수의 글 '미완의 시민혁명은 이제 그만'과 김상준의 글 '시민의회, 왜 필요한가'이다.

 

  여기에 우리는 '헌법'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아니 헌법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를 생각할 수 있는 글, 김제동과 이진순의 대담 '우리에게 헌법은 무엇인가'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더 많은 글들이 있지만, 지금 정국에서 시급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정치개혁에 관한 것들... 그것에 관한 논의들이 백가쟁명 식으로 나와야 하고, 그것들이 공유되고 토론되고 토의되면서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

 

  언론들이 다루지 않고 있는 그것을 이번 녹색평론에서는 잘 다뤄주고 있다. 물론 우리 생활을 바꿀 수 있는 일상적인 실천도 물론 이야기하고.

 

촛불이 횃불이 되기 위해서는 녹색평론에서 제시한 내용들, 시민들의 입에서 시민들의 행동으로, 시민들의 행동에서 하나의 제도가 되어야 한다. 그 점을 생각하게 해준 녹색평론 152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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