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5 - 완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5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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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긴 소설의 끝이다. 5부는 장발장이다.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이 제목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는 이제 자신이 원하던 일을 이룬다.

 

양심을 지키는 일, 자신에게 거짓이 없는 삶. 다른 사람을 속이며 살기는 쉽지만 자신을 속이며 살기는 힘들다.

 

장발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을 코제트를 위해서 고백을 한다. 자신의 양심을 속일 수 없었다는 것.

 

여기에 마리우스의 태도는 장발장을 배척한다. 젊은 시절 단 한 번의 실수가 영원히 죄수라는 낙인을 찍는 것. 얼마나 잔인한 일이냐.

 

사람은 실수를 한다. 신이 아니기에. 그러나 그 실수를 바로잡는 것도 바로 인간이다. 실수가 영원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용서를 받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용서는 신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영역이다. 그런데도 장발장은 그렇게 고귀한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용서를 받는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용서의 모습이 바로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와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자베르의 자살이다. 그는 자신의 원칙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다. 인간이 만든 법률과 신의 영역인 사랑이 충돌을 하고, 결국 인간의 법률이 완전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 그가 자신의 삶을 끝낼 수밖에.

 

용서가 마지막까지 신의 영역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용서는 바로 인간의 삶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것. 그런 용서받을 수 있는 행위를 한 사람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는 것. 소설은 그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장발장은 자신의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에서야 진실을 알게 된 마리우스와 코제트에게 인정을 받았으며 - 사실 코제트는 장발장을 늘 인정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다만, 마리우스에 대한 사랑에 장발장이 뒤로 밀려가고 있었을 뿐. 그것은 자연의 이치이자, 사람살이의 기본이다 - 자신에게서 비로소 용서를 받게 된다.

 

행복한 미소를 띠고 죽는 것, 공자가 말한 오복 중에 고종명(考終命)이라는 것이 있는데, 장발장은 이런 죽음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제 미리엘 주교의 곁에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5부에서는 마리우스를 구출하고, 자베르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살을 하게 되고, 악한인 테나르디에는 여전히 악한으로 살아가게 되고,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행복한 결혼, 그리고 장발장에 대한 진실의 밝혀짐과 그의 죽음으로 끝난다.

 

사회의 맨 밑바닥으로 추락한 인간이 영혼의 맨 위 단계로 상승하는 과정으로 소설이 전개되었다고 보면 된다. 작가는 이 5부에서 자신이 이 소설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직접 드러내고 있다.

 

독자가 지금 눈 아래에 펴 놓고 있는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나 국부적으로나, 중단이나 예외 또는 결점들이 무엇이든 간에, 악에서 선으로, 불의에서 정의로, 거짓에서 진실로, 밤에서 낮으로, 욕망에서 양심으로, 부패에서 생명으로, 동물적인 것에서 의무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허무에서 신으로의 행진이다. 출발점은 물질, 도착점은 영혼. 시초에는 칠두사, 종국에는 천사. 128쪽.

 

이렇게 장발장이라는 한 사람의 삶과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 그 사회를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한 영혼이 고귀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삶을 산 사람은 결국 '용서'를 받게 된다. 그는 이 소설의 첫부분에 나오는 미리엘 주교처럼 고귀한 영혼을 지닌, 고귀한 삶을 산 사람이 된다.  

 

5부 장발장 : 1. 시가전 - 2. 거대한 해수의 내장 - 3. 진창, 그러나 넋 - 4. 탈선한 자베르 - 5. 손자와 할아버지 - 6. 뜬눈으로 새운 밤 - 7. 고배의 마지막 한 모금 - 8. 황혼의 쇠락 - 9. 마지막 어둠, 마지막 새벽

 

조금 아쉽게도 5권에 이르는 동안 차례에는 각 부의 이름만 나오지 작은 장들의 제목이 나오지 않는다. 차례에는 이런 작은 제목들을 보여주는 친절이 있었으면 하는데... 차례가 없으니 답답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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