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연설.문학 비평 알베르 카뮈 전집 18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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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평화상을 수상한 고 대중 전대통령 이외에 노벨상 수상자를 낸 적이 없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는지, 다른 분야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기사를 언론이 다루지 않는데, 문학상 분야만은 후보자들 중에 우리나라 문인 누가 올랐다더라 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문학상을 결정하는데, 그들이 후보자를 선정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나라 도박사이트 (세상에 노벨상까지도 도박사이트에 올라 배당액을 선정하는 이 세태라니...)에 누가 후보자 몇 위로 올랐다고 호들갑을 떠는 기사가 나기도 한다.

 

이 무슨, 노벨상을 탔다고 그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문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되지만, 현실 문학세계에서 노벨 문학상은 상당한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품과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한 달도 안 되어 번역되어 나오니... 노벨 문학상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는 미국 가수인 밥 딜런이 선정이 되었다. 사회 참여적인 노래를 불러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가수이기도 하지만, 그가 부른 노래들의 가사는 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우리나라에도 번안이 되어 많이 불려졌으니... 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고, 또 그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읽힐 것이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이 작가. 어쩌면 그가 우리나라에서 더 유명해진 이유가 바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 나 역시 카뮈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있는 편이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상의 권위로 훌륭한 작가로 그를 대우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인데...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카뮈란 작가가 문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글이 바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직후 스웨덴에서 한 연설이 아닐까 한다.

 

작가는 오늘날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를 겪는 사람을 위해서 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11쪽)

 

... 작가라는 직업의 위대성을 보증하는 두 가지 짐을 능력이 닿는 한 짊어진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그 두 가지 짐이란 다름 아니라 진실에 대한 섬김과 자유에 대한 섬김입니다. 작가의 사명은 최대 다수의 사람들을 융합시키는 것이므로 거짓과 굴종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12쪽)

 

모든 세대는 저마다 이 세계를 개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세계를 개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세대의 과업은 ... 이 세계가 붕괴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3-14쪽)

 

이런 말들을 통해서 카뮈는 작가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기만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가는 작가가 아니라, 진실과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사람, 이 세계가 잘못되고 있다면 작품을 통해서 잘못을 저지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작가'라는 것이다.

 

좀더 이 주장을 구체화하는 것이 스웨덴 대학에서의 강연이다.

 

우리 시대는 우리가 시대에 무관심한 채 지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작가들은 그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면 당장에 비판을 받고 공격을 당합니다. 또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침묵만을 물고 늘어지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고 시끄럽게 비난을 퍼부어댑니다. (17쪽)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숱한 제국과 국가들이 서로 싸우며 법석을 떠는 한가운데서 나직하게 날개 치는 소리처럼 생명과 희망이 꿈틀대는 정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은 한 국민이, 또 어떤 사람은 한 개인이 이 희망을 가져온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날마다 자신의 행동과 작품을 통해서 국경과 역사라는 가장 어설픈 외관을 부정하는 수백만의 고독한 사람들이야말로 이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소생시키고 간직해나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늘 위협을 겪고 있는 진실, 그러나 각자가 만인을 위하여 자신의 괴로움과 기쁨을 딛고 일으켜 세우려 하는 진실을 덧없는 한순간이나마 빛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49쪽)

 

작가는 어지러운 세상에 한 줄기 빛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더라도 희망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바로 진실과 자유를 섬김으로써 나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런 작품을 그는 쓰려고 노력했고, 비평을 통해서 자신의 관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란 말에는 어떤 책임이 따르고 있음을 카뮈의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앞에 인용한 말처럼 지금 우리 시대도 작가가 말을 해도, 말을 하지 않아도 비판, 비난을 받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작품을 통하여 해야 한다는 것, 그런 작가를 시대가 요구한다는 것...

 

카뮈의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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