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성격이 조금 달라졌지만 '삶창'에는 민중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글들이 많았다. 그것을 부끄러워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바로 민중의 삶이라는 사실, 관념에 의해 포장되거나 또는 관념에 의해 비하된 삶이 아닌,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드러나 있는 글들이.

 

100호를 넘어서면서 (사실 어떤 책이든 100호를 넘긴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책의 성격이 좀 달라졌다. 소위 밑바닥 인생이라고 하는 민중들의 글이 사라진 반면에 지식인들의 글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

 

그 전에는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면 이제는 대부분 지식인들이다. 사회에서 그래도 한 말씀 한다는 사람들의 글이 많다. (물론 그들의 한 말씀이 정권을 쥐고 있는, 또는 정권을 쥐려 하는 저 높은 곳에 있는 자들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민중들의 삶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식인들이라고 하지만 그들 역시 민중이기 때문이다. '삶창'에서 지식인이라고 내가 표현하지만, 소위 먹물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민중일 뿐이다. 그리고 그게 내 맘에 든다.

 

어차피 세상은 민중들에 의해 유지되고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맹자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백성은 물이요, 정권을 쥔 자들은 그 물 위에 떠 있는 배라는 사실...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런 민중들의 이야기, 이번 호에서는 다른 일들을 빼고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면 '밀양송전탑'과 '사드'다. 밀양송전탑문제는 정부 주도로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겠지만) 해결이 되었다. 아니 해결이 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그 경과를 이번 호에서 정리해주고 있다.

 

읽어서 슬픈 그러나 꼭 알고 기억해야만 하는 일... 민중들의 생존권은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짓밟힌 것이 우리 현대사라면 이제는 그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밀양송전탑 문제에서 그것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제기하고 각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드' 문제로 넘어가 또 지역 문제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으니...

 

'사드' 역시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밀양에서 송전탑이 "우리 마을은 안 돼!"를 넘어 전력생산과 수급의 문제를 제기했고, 이런 식의 송전탑은 어느 곳에서도 안 됨을 보여주었는데...

 

정부는 그런 소리들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다시 '사드' 문제를 일으켰다. 주민들의 목소리는 들으나마나 한 소리라고 생각하는지... 우리 마을은 안 돼가 아니라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안 돼!" 라고 외치는 그 소리를 어떻게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지...

 

가끔은 그들은 국가와 정권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통령이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이 된다. 대통령은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 권력을 잠시 위임한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다른 국가 기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들을 보면 이들은 자신이 국가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호에 실린 '밀양송전탑 문제'나 '사드' 문제에 대한 글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국가는 이들 권력을 쥐고 있는 소수의 몇몇이 아니라 나라를 지탱하게 하고 있는 다수의 민중들이다. 송전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국가다.

 

그 점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름을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승만이 외쳤던 구호...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것을 권력을 쥐고 있거나 쥐고 싶어하는 자들은 잘도 지킨다. 그들은 정말 그들끼리 똘똘 뭉친다. 도무지 다른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자기들끼리 뭉쳐 있다. 뭉쳐서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반면에 민중들은? 이들보다 더 뭉쳐야 할 민중들은 아직 제대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 각개격파되어 싸움도 각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송전탑부터 사드까지 (그 전에 있었던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통하여) 민중들은 뭉쳐야 함을 깨닫고 뭉치기 시작했다.

 

그게 이번 호에서 보여준 희망이다. 그런 희망이 아직도 우리를 버티게 해준다. 세상은 어두컴컴하지만 새벽은 어김없이 온다는 믿음, 그런 희망... '삶창'을 읽으며 그래도 버티는 희망, 그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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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10-03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격월간이었는데, 어느새 계간으로 바꿨군요. 성격이 좀 달라졌다는 말, 수록글 제목과 저자를 보니 알것 같네요. 다만 제 생각에는 예전에도 글쓴이들은 대분분 이쪽에서 유명하거나, 공부 좀 하신 분들이었어요. 글의 성격이 시사가 아닌 생활글 위주였다가 이젠 좀 이슈 중심의 잡지로 변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kinye91 2016-10-03 16:40   좋아요 0 | URL
계간으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예전에도 민중운동 쪽에서는 유명하신 분들이 많았다는 말에 저도 동의해요. 다만 예전에 격월간으로 발행할 때는 일반인들의 소위 생활글이라는 것이 뒷부분에 한 꼭지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아예 없어져 버려서, 그게 좀 아쉽다는 얘기지요... 여전히 `삶창`에는 기대하는 것이 있고, 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