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다 - 시장의 우위에 서는 정치를 위하여
최태욱 지음 / 책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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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라는 말이 있었다.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이런 구호로 나타난 것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나라 이야기이기도 하고, 미국의 이야기이기도 한 말이다.

 

그런데, 과연 문제가 경젤까? 경제를 규정하는 것이 무엇일까? 경제가 독립적으로 우리의 삶을 규정할 수는 없는 일. 경제가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 경제가 두루 펼쳐지게 하는 데는 바로 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그 유명한 747공약을 (무슨 비행기도 아니고, 참, 날아오르기도 전에 추락해 버리고 만 비행기가 되어버린 그 경제 공약, 말 그대로 빈 공약(空約)이 되어버린 그런 경제 중심의 공약이 있었다) 내세워 당선된 사람이 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경제를 더 힘든 지경으로 몰아넣은 경우도 있고...

 

여기서 학습을 했는지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당선된 사람이 말로만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어 살기 힘든 사람은 여전히 더 살기 힘들어진 실정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바로 정치다. 그래 문제는 정치다. 바보야!

 

이것을 부정하는 순간 우리는 늪에 빠져 든다.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늪. 그런 진창에서 그냥 헤매고 말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은 바로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성장이든 분배든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치제도가 필요함을 책 한 권을 통해서 자세하게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일까? 그것은 바로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정치의 다양성, 다원화 확보다. 즉, 국민들이 다양하니 국민들의 정치적 욕구도 다양할텐데, 이를 지금의 정치제도에서는 거대 두 당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세 당이 중심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는 더 지켜볼 일이다)

 

국민의 의사가 단 두 개로 수렴이 되면 많은 사람들의 의사는 중간에 실종되어 버리고 만다. 이것이 어떻게 제대로 된 대의민주주의인지 의문이 든다.

 

참여민주주의까지 가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대의민주주의만이라도 확보해야지만 국민들은 자신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다.

 

그런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정치제도, 그것은 바로 선거제도 개혁에서 나오고, 간단히 말하면 선거제도 중에서도 비례대표제의 확대로 귀결된다고 한다.

 

간단하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런 비례대표제가 종류도 많지만 지금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비례대표제로는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있다고 하고, 그것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치제도를 택하고 있던 뉴질랜드가 국민투표를 거쳐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정치체제를 바꾼 사례도 소개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정치제도의 개혁이 불가능한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식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하나로 줄이면 사표가 거의 없어진다는 점, 즉, 내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에 투표할 수 있다는 점...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이렇게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되면 어느 특정한 정당이 독주를 할 수 없어, 배제가 아닌 포용의 정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식으로 정치 개혁을 이룰까?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인 12장에 나와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물론 이것은 저자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게 하는 것은 바로 국민, 우리, 내 몫이다. 하여 저자는 청년들에게 당부한다.  제발 정치에 관심 가지라고. 정치에 참여하라고.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고.

 

삼포세대, 오포세대 하는데, 그냥 포기만 하지 말라고. 어차피 포기하고 살 청년 인생이라면 이제 한 번 꿈틀거리기라도 하라고. 그 꿈틀거림이 홀로가 아니라 여럿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적어도 우리 청년들도 유럽의 청년들처럼은 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럽의 청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그렇게 주장한다. 답답한 정치 현실. 정말로 진흙 속에서 나뒹굴고 있으면서도 그 곳에서도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 치는 기성 정치인들... 그러니 새로운 인물을 영입했어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은 제도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

 

그 제도를 바꾸는 일, 정치 혁명...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일. 이 책은 그 한 발을 내디디고 있다.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 꼼꼼하게 읽고 많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더 퍼뜨려야 한다.

 

저자의 바람은 바로 이것이다. 저자의 주장이 사람들 사이에 논의되는 것. 그런 논의를 이끌 사람, 이 책에서는 '정치기업가'라고 하는데, 그들이 필요하다고.  

 

저자의 바람대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우리 사회의 논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를 이미 주장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 이 책에 그런 정치인이 누구인지, 실명이 나와 있다 - 있고, 또 정당도 - 어느 정당인지도 이 책에 나와 있다 - 있으니, 사회적인 논의로 확산이 되어 간다면 우리나라 정치 개혁도 불가능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나 역시 다른 사람과 이 문제에 관해 많이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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