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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ㅣ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평점 :
성희롱, 성폭력에 관한 책이다. 만화책이라고 해야 옳다. 만화를 통해서 성희롱, 성폭력에 대해서 경각심을 주려고 하는 책이니 말이다.
물론 뒷부분에는 글이 있어서 온전히 만화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주를 이루는 것이 만화고, 만화를 통해서 더 쉽게 우리에게 성폭력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여기서 남자는 모두 악어로 그려지고 있다. 여자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사람으로 그려진 여자들이 남자가 성폭력을 쓰는 것처럼, 또는 그를 정당화하는 말과 비슷한 말을 할 때는 초록색으로 대사가 칠해져 있다.
악어와 초록색은 모두 성폭력을 가하거나 정당화하는 모습을 나타내는데, 모든 남자를 악어로 표현한 것에서 논란이 되었나 보다.
그런데 이는 별로 논란이 될 거리가 없다. 이 책의 뒷부분에도 나오지만 남자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또 성폭력을 가하는 남자들만 악어로 표현하면 자신들을 사람으로 표현된 남자에 마음을 주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들의 공감 능력을 살리기 위해 모든 남자들을 악어로 표현하면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악어에 공감하기보다는 사람으로 표현된 여성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는 장치인데, 이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신이 어디에 공감하는지, 어느 처지에서 생각해봐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사회에서 강자다. 그리고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또 행동 하나하나가 성폭력에 해당할 수도 있다. 자신들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성폭력일 때가 많다.
자신의 행동을 여성들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그렇게 믿어버리고 행동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어'로 표현된 남자들을 보며 나도 혹시 악어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행동을 차분히 되돌아 보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선진국이라는, 그것도 예의를 잘 갖처었다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만화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강자인 남성이 여성에게 또 성소수자에게 알게모르게 성폭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면서.
아주 다양한 성폭력의 모습이 나오고 있는데, 이 중에는 이것이 성폭력일 수가 있나 싶은 것도 있지만, 아니다. 더 생각해 보면 그것은 명백한 성폭력이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또 상대방의 의사를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행동하는 것이 성폭력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성폭력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고, 더 나아가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다.
과연 나도 '악어'일까? '악어'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 이 책을 읽어보자. 도대체 어떤 행동이 나를 '악어'로 만드는지 잘 알 수 있어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은 '악어 프로젝트'지만 실질적인 제목은 '악어 방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