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한 스케치 여행, 개정증보판
이장희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보면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로 되어 있다. 시간을 그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서울의 시간을 그린다는 의미는, 그림을 통해 서울의 역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드러낸다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즉, 공간을 지금의 시간에 보이는 대로 평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에 존재하기 위해 겪어왔던 풍상들까지 그림에 나타내 보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전우용의 '서울은 깊다'라는 책이 있다던데 이 책에서도 '서울은 깊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지금까지 존재해온 건축물들에 역사가 담겨 있으니, 건축물을 공간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서 볼 수 있어야 하고, 그렇다면 그런 건축물을 지니고 있는 서울은 깊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렇다. 서울은 깊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있어도 서울은 참으로 길고 긴 역사를 지닌 도시이다. 아무리 막개발, 난개발로 예전 역사가 사라져 가고 있다지만, 한 순간에 그 깊은 역사를 모두 없앨 수는 없는 일.

 

우리에게 남겨진 일은 그런 역사를 찾아 기억하고 보존하게 하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 책의 저자가 한 일은 의미가 있다. 사진으로 찍어 책으로 내어도 될 것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스케치를 해서 그 건축물의 역사와 현재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다.

 

서울이 깊은 만큼 그 서울을 대하는 태도가 가벼울 수가 없다. 그만큼 서울에 대해 설명할 때도, 또 알아갈 때도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대충 알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들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것들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마음으로 느끼며, 자신이 직접 스케치하는 과정을 통해서 서울의 깊이를 더욱 더 잘 느낄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느낌을 책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을테고, 이는 사진으로 제시하는 것보다 자신의 그림과 함께 제시하는, 그때 그때의 심정도 함께 만화처럼 표현해 내는 방법이 더욱 더 친근감있게, 그리고 깊이있게 다가온다.

 

내가 아는 서울은 겉모습뿐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저자는 자세하게 서울을 안내해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들고 이 책에 나와 있는 장소를 찾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직접 발로 찾아가 눈으로 보며, 이 책과 비교해 보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한다. 지금껏 그냥 스치듯 지나쳤던 많은 곳들을 다시 한 번 가보고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금은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문화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세상에 도로를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 문화재가 한둘이 아님을, 그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지금도 혹 그러지 않을까 생각하게 해주고도 있으니...

 

서울 관광 안내서라고 해도 이 정도로 서울의 깊이를 담고 있지는 않겠다는 생각. 사실, 서울에서 관광안내서를 받아들면, 다른 어느 곳과도 차이가 없는 거의 똑같은 안내서만 보게 되지 않던가.

 

이 점에서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서울의 역사, 서울의 깊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찾지 못했던 곳을 찾을 수 있게도 해주고 있으니.

 

서울의 깊이를 느껴보고 싶으면 이 책을 읽고, 이 책을 들고 서울의 거리를 천천히 걸어보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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