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안 풍경 전집 - 김기찬 사진집
김기찬 지음 / 눈빛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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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골목이 중심이다. 삶이 있는 골목. 여기에는 사람들이 있고, 동물들이 있고, 풍경들이 있고, 그리고 우리 역사가 있다.

 

골목은 마을 사람들이 만나 함께 하는 골목이었고, 아이들을 공동으로 키우는 장소였으며, 아이들이 자신들 마음대로 뛰어노는 공간이었다.

 

삶이 온전히 녹아 있는 장소, 그곳이 바로 골목이었는데... 이런 골목을 전문적으로 찍은 사진가가 김기찬이다.

 

그는 서울의 골목길을 평생 자신의 사진 작업 대상으로 삼았다. 그래서 그의 골목 사진을 보면 서울의 변천사를 알 수 있다.

 

서울의 변천사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골목이 있는가? 

 

아니다. 골목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골목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의 북촌이나 또는 몇몇 거리들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그곳은 이미 삶이 사라져 버린, 관광지가 되어버린 곳이다.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장소가 되지 못한다. 그냥 골목의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진정한 골목이 어떤 모습일지를 알고 싶으면 이 사진집을 보면 된다.

 

그의 사후 전집 형식으로 (골목을 중심으로 찍은 사진들을 모은 책이다) 펴낸 책이다. 숱한 골목들이 나오고, 골목 안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러한 어우러짐, 이것이 바로 골목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주로 흑백으로 골목을 사진찍었는데, 흑백사진이 골목사진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2집인가에 칼라가 나오는데, 왠지 낯설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사진집을 펼치다 사람들의 표정, 함께 하는 모습, 어린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모습이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데...

 

그러다 마음 한 구석을 아프게 찌르는 사진들이 나온다. 골목들이 다 허물어져 폐허가 되어가는 마을의 모습. 콘크리트, 벽돌, 나무들의 잔해들 위로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

 

허물어진 마을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아파트들... 이 아파트들로 인해 우리는 수평적 삶에서 수직적 삶으로, 함께 하는 삶에서 홀로 하는 삶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그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진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는데...

 

이 사진집에서 예전 골목에서 이루어졌던 삶들을 볼 수 있고, 우리의 따뜻했던 과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과거에 나왔던 사람들을 다시 찾아 찍은 사진... 우리가 이렇게 살아왔음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짠하기도 했다.

 

삶의 역동적인 모습이 느껴지는 골목 사진들... 김기찬의 사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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