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 꽃길따라 거니는
이익섭 지음 / 신구문화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대학 교수로 지내다 정년 퇴임한 저자가 들꽃 사진을 찍다 동호회에 가입하고, 그 동호회에 올라온 글들에 대해 생각하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게 되었다.

 

인터넷에 남긴 글들을 주제별로 모아 책으로 냈는데... '꽃길 따라 거니는'이라는 작은 제목이 눈길을 끈다.

 

우리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도 이렇게 꽃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

 

들꽃은 스스로 피어 자신의 아름다움을 결코 뽐내지 않고, 다른 꽃들과 경쟁하지 않고, 자신이 피어야 할 자리에 피어있을 뿐인데, 가끔 그 들꽃을 발견한 사람들이 마치 없던 것을 찾아낸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호들갑과는 상관없이 들꽃은 존재한다. 이런 들꽃과 같은 존재, 그것이 바로 우리말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

 

우리말에 대해서 많이들 안다고 생각하지만 깊게 들어가보면 자신의 우리말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곧 알게 된다.

 

간단한 맞춤법에서조차 헷갈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무심히 넘겼던 말들을 다른 곳에서 발견했을 때 산 속에서 들꽃을 발견했을 때처럼 환희가 차기도 한다.

 

이 책은 국어학자가 우리말에 대해서 마치 산책하며 말하듯이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책이다. 너무 어려운 내용을 다루지 않고 우리말의 기본적인 것에 대하여, 또 우리가 자주 헷갈려 틀리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한글이 왜 우수한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한글 창제를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것에 대해서 이미 국어학계에서는 세종의 독자적인 발명품이 한글이라고 정리되었다고... 세종의 친제가 옳다고 전달해주고 있다.

 

우리말의 여러 특징들을 알려주고, 한글이 얼마나 개성적인지 알려주고 있으며, 잘못 발음하고 있는 말들에 대해, 또 우리가 잊고 있던 사투리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문장으로 나아가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수필로 마감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특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써낸 수필은 우리말을 잘 사용하는 전범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 점에서 수필이 이 책의 마지막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우리말 산책을 끝낸 우리들도 이렇게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말에 대해서, 특히 국어학자가 쓴 책은 딱딱하고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여 읽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의 경우는 절대 그렇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하듯이 우리말 숲을 산책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말 숲을 산책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또 보아도 그냥 지나쳤던 우리말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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