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글을 쓰지 못하면 마음이 불안해지거나, 몸이 불편해지는 사람들, 그들이 작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라고나 할까? 글을 취미삼아 쓰는 사람과 직업인으로서 글을 쓰는 사람은, 게임을 재미로 하는 사람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의 차이만큼이나 클 것이다.

 

작가들이 작품을 직접 읽는 것도 좋으나 가끔은 작가들이 나는 이렇게 쓴다라거나,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라고 하는 글들을 읽는 것도 좋다.

 

그 작가에 대해서 더 친근감이 들고, 그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에 대해서 잘 안다고 그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작가와 작품은 함께 가기도 하지만, 전혀 다르게 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가를 알아서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다)

 

작가가 자신에 대해 한 말이 있는 책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사들이는 편이다. 여러모로 이야기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얄팍한 지식을 자랑하기도 하고, 작가에 대한 설명을 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고, 또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엿보는 재미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헌책방에서 발견한 책이다. 1991년에 나온 책이니, 지금은 서점에서 구할 수 없을 것이다. 헌책방에나 가야 다시 만날 수 있는 책들, 이런 책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책을 만나면 반갑다. 우린 만날 인연이었어 이런 생각도 든다. 사서 한꺼번에 읽기는 아깝다.

 

작가가 무려 50명이나 나온다. 유명한 시인, 소설가들도 많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낯선 인물들은 아니다. 그 당시 이미 원로가 되었거나 막 중견에 접어든 작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는데...

 

하나는 이들에게 문학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는 것. 어느 순간 문학이 자신에게 다가와 귀신처럼 찰싹 달라붙어서 작가가 되지 않으면 자신을 견딜 수 없게 하는 존재라는 것. 이들은 강신무(降神巫)들이 신내림 굿을 하듯이, 작가가 되어 작품을 써야만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

 

그런 모습이 절절하게 이 책에 나온다. 문학은 신내림 굿이자 자신을 구원하는 굿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이들에게 문학수업시절은 없다는 것. 문학수업시절은 특정한 시절이 아니라 자신의 문학 활동 내내 이루어진다는 것. 언제까지나 문학수업을 해야만 한다는 것.

 

그래서 문학에는 졸업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이 문학수업시절이라는 말을 한정해서 작가로 등단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문인들이 자신의 문학수업시절은 일생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이들 모두 어린 시절에 남독에 가까운 독서를 했다는 점. 체계적이지는 않아도 걸신들린 듯이 책을 읽어대는 모습들이 대다수의 문인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돈이 없으면 서점에 가서 서서 책을 읽으니, 서점 주인이 나중에는 의자를 갖다 주더라는 얘기까지 나오니...

 

이렇게 읽었던 책들이 나중에 문인이 되어 활동하는데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

 

그런 이야기들... 한 작가 한 작가의 삶을 만나고, 그가 문학을 만나는 지점에 함께 있고, 다시 그의 작품들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그런 책.

 

원로, 중견 문인 50인의 육성으로 말하는 자기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은 "나의 문학수업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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