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계사 - 문화의 눈으로 역사의 진실을 읽는다, 개정증보판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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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는 일은 참 힘든 일이다.

 

과거 속에 일어난 사건을 안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사건이 당시의 사회 속에서 지니는 의미를 파악해야 하고,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래의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 공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는 하나로 귀결될 수가 없고, 다양한 관점들이 제시되어야 하며, 다양한 관점들 사이에서 자신의 관점을 확립하려는 태도를 지녀야만 역사 공부를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우선 학교에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만들어 다른 생각, 다른 관점을 원천봉쇄하려고 하고 있기도 하고, 또 학교 공부라는 것이 시험을 위한 공부이지 역사를 자기 삶에 가져오기 위한 공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점점 역사 공부에서 학생들이 멀어져 가고 있고, 일반 어른들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참으로 반가운 책이다. 단지 과거의 특정한 사실, 문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 사실이나 문화, 인물이 지니는 의미를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역사를 배우다 보면 역사를 고정된 무엇으로 보지 않게 된다. 역사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유연성 속에서 우리의 삶을 바라보고 만들어갈 수 있게 된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의 정설이 다른 가설에 의해 뒤집히고, 또다른 유물이나 유적에 의해 다른 해석이 등장하는 그런 절대불변의 세계가 아닌,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학문.

 

이 책은 세계사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역사는 나오지 않는다. 동양의 역사는 지나치듯이 나오고, 세계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서양사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우리가 흔히 세계사 하면 주로 서양사를 공부하듯이,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례들도 서양의 역사에 관한 것이다.

 

기존에 알고 있는 사실들에 더하여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추가하고, 통설과는 다른 저자의 관점도 보여주고 있다.

 

한 번에 세계의 역사를 모두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세계를 움직이는 강한 힘은 서양에서 온 것이 맞으니, 서양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서양의 관점에서 역사를 풀어가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만의 관점, 특히 동서양 어디에도 치우지지 않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으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이 책의 33장 '노예'에서 잘 볼 수 있다. 근대화가 진보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억압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점, 그렇다고 '노예'를 비참함으로만 보면 오히려 그들을 당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보게 된다는 점.

 

그들 역시 능동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했다는 점을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어떤 역사적 사건을 파악하려는 저자의 관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디즈니까지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한 장 한 장 읽기에 무리가 없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듯이 일반인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이라니, 역사의 흐름을 문화를 통해 익힐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하나의 사물이나 문화, 인물을 역사 속에서 파악하는 자세를 보고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끝없이 흘러가는 역사 속에서 지금 내가 있는 자리는 어디이며, 나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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